수필처럼 쓴 이야기
쓸쓸한 스승의 날
정일웅 찻집
2007. 7. 23. 18:31
쓸쓸한 스승의 날
정일웅
5월 13일 월요일 1교시 H·R시간
3학년 복도 옆을 지날 때
잡다한 소음 속에서 밖으로 새 나오는 높은 목소리.
"예들아! 이번 스승의 날에 우리 500원씩 걷어서 선생님 카네에션 사주는데 찬성하는 사람!"
"야! 반장! 그딴짓 멀라고 해!"
"근데 왜 그렇게 많이 걷어?"
"그래도 스승의 날 아니니? 그냥 말순 없잖아!"
"학주(학생주임)가 하래!"
............
나의 가슴에 박격포탄 한발이 '쿵' 하고 박혔다.
죄지은 사람처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심장이 갑자기 크게 고동치고 혈압이 오르고 있었다.
듣지 말았어야할 말을 들었다.
.............
내가 교감이란게 너무나 부끄럽고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
'아냐! 아냐! 아니야! 누군가 그냥 장난 삼아 지껄인 소릴꺼야!"
'그래 진심일 리가 없어!' '우리 예쁜이 들은 그럴 리가 없어!'
아무리 나를 달래어도 가슴을 진정시켜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에
가슴은 미어지고 목이 메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아 버렸다.
................
아! 삼십육년 동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아! 그리운 옛날이여!
소풍날 운동장에 학급별로 줄줄이 앉아서
1학년부터 차근차근 출발을 준비 할 때
신문지에 돌돌 말아온 찐 달걀 두 개와 소금 싼 종이 봉지
"스앵님! 할머니가 드리�어라-!"
소년은 빨개진 얼굴로 열적게 내밀며 손등으로 코를 씩 문질렀었지
노란색 찌그러진 洋銀 도시락에
투박하게 썰어서 차곡차곡 넣어온 김밥에서는
신 김치냄새와 시금치 냄새가 푹 코를 찔렀었지
"샘! 잡수셔요!" 당골로 김밥을 싸온 소녀는 수줍은 반장이었지
신문지 잘라서 한 갑 씩 곱게 싸서 가져온
'파고다' '해바라기' '금관' '진달래'.....
됫병에 막걸리 담아 신문지로 꼭꼭 틀어막고
"집에서 당근것인디 맛좀 보시래요"
선물이라기보다 그것은
정성과 존경과 사랑과 눈물이었다.
그때는 소풍이 스승의 날이었고
체육대회가 스승의 날이었고
선생님 생일이 스승의 날이었고
학생집 제사 다음날이 스승의 날이었다.
...............
"가사 틀리지 말고 따라서 해봐!"
"스승-은 마--음-에 어-버 이시다-"
"스승에 마--으--ㅁ에 어-버..."
"아냐! 틀렸어! 스승은 마--음--에 라고--스승에 마음에가 아니라구...
"스승은 마음에--, 스승은!1!, '에'가 아니고 '은'이라고--, 다시 한번......."
나는 열심히 스승의 노래를 가르쳤었다.
스승의 날 노래는 어머니노래와 같은 시간에 가르쳤었다.
"낳으시고 기르시며 손등 여위신 내 어머니 그 모든 슬픔 삼키시어 눈가엔 주름이네"
어머니의 지극한 희생과 극진한 사랑, 엄마로써 흘린 눈물과 스승의 마음을 깊이 새기며 감정에서 울어나 부르도록 최면을 걸어 아이들 대부분 눈물을 쏟게 하고 말았었지
"지금 이 시간 집안에서 일하시고 계시는 엄마의 얼굴을 생각해 봅시다!"
"내가 속 상해 드릴 적에 홀로 부엌에서 우시던 엄마의 모습을 생각해 봅시다"
"내가 철없던 초등학교 시절 .....방금 때리신 나의 종아리를 어루만지시며 같이 우시던 선생님.... 지금 어디서 얼마나 늙으셨을까 생각해봅시다!"
학생들은 올겐의 단조음계를 천천히 낮고 여린 음색으로 눌러가며 조용히 읊조리는 나의 목소리에 침잠하다가 최면에 걸려 모두가 울음보를 터트리곤 하였었다...........
아! 눈물이 헤푸던 그시절 그아이들이 그립다.!
...............
내일이 스승의 날이다.
나는 스승의 날이 오기도 전에
선생님들의 쓸쓸한 내일을 미리 걱정해야하나
'아니다! 아니다!'
'월요일 그때 그 소리는 내가 잘못 들었을거야!'
'나의 예쁜이들은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
'내일 스승의 날은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를 아이들이 준비하고 있을 거야!'
우리
예쁜이들은
내일
깜짜쇼를 가지고
선생님들을
기쁘게
해 드릴거야
암!
그렇고 말고
(교감선생님의 기도)
정일웅
5월 13일 월요일 1교시 H·R시간
3학년 복도 옆을 지날 때
잡다한 소음 속에서 밖으로 새 나오는 높은 목소리.
"예들아! 이번 스승의 날에 우리 500원씩 걷어서 선생님 카네에션 사주는데 찬성하는 사람!"
"야! 반장! 그딴짓 멀라고 해!"
"근데 왜 그렇게 많이 걷어?"
"그래도 스승의 날 아니니? 그냥 말순 없잖아!"
"학주(학생주임)가 하래!"
............
나의 가슴에 박격포탄 한발이 '쿵' 하고 박혔다.
죄지은 사람처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심장이 갑자기 크게 고동치고 혈압이 오르고 있었다.
듣지 말았어야할 말을 들었다.
.............
내가 교감이란게 너무나 부끄럽고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
'아냐! 아냐! 아니야! 누군가 그냥 장난 삼아 지껄인 소릴꺼야!"
'그래 진심일 리가 없어!' '우리 예쁜이 들은 그럴 리가 없어!'
아무리 나를 달래어도 가슴을 진정시켜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에
가슴은 미어지고 목이 메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아 버렸다.
................
아! 삼십육년 동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아! 그리운 옛날이여!
소풍날 운동장에 학급별로 줄줄이 앉아서
1학년부터 차근차근 출발을 준비 할 때
신문지에 돌돌 말아온 찐 달걀 두 개와 소금 싼 종이 봉지
"스앵님! 할머니가 드리�어라-!"
소년은 빨개진 얼굴로 열적게 내밀며 손등으로 코를 씩 문질렀었지
노란색 찌그러진 洋銀 도시락에
투박하게 썰어서 차곡차곡 넣어온 김밥에서는
신 김치냄새와 시금치 냄새가 푹 코를 찔렀었지
"샘! 잡수셔요!" 당골로 김밥을 싸온 소녀는 수줍은 반장이었지
신문지 잘라서 한 갑 씩 곱게 싸서 가져온
'파고다' '해바라기' '금관' '진달래'.....
됫병에 막걸리 담아 신문지로 꼭꼭 틀어막고
"집에서 당근것인디 맛좀 보시래요"
선물이라기보다 그것은
정성과 존경과 사랑과 눈물이었다.
그때는 소풍이 스승의 날이었고
체육대회가 스승의 날이었고
선생님 생일이 스승의 날이었고
학생집 제사 다음날이 스승의 날이었다.
...............
"가사 틀리지 말고 따라서 해봐!"
"스승-은 마--음-에 어-버 이시다-"
"스승에 마--으--ㅁ에 어-버..."
"아냐! 틀렸어! 스승은 마--음--에 라고--스승에 마음에가 아니라구...
"스승은 마음에--, 스승은!1!, '에'가 아니고 '은'이라고--, 다시 한번......."
나는 열심히 스승의 노래를 가르쳤었다.
스승의 날 노래는 어머니노래와 같은 시간에 가르쳤었다.
"낳으시고 기르시며 손등 여위신 내 어머니 그 모든 슬픔 삼키시어 눈가엔 주름이네"
어머니의 지극한 희생과 극진한 사랑, 엄마로써 흘린 눈물과 스승의 마음을 깊이 새기며 감정에서 울어나 부르도록 최면을 걸어 아이들 대부분 눈물을 쏟게 하고 말았었지
"지금 이 시간 집안에서 일하시고 계시는 엄마의 얼굴을 생각해 봅시다!"
"내가 속 상해 드릴 적에 홀로 부엌에서 우시던 엄마의 모습을 생각해 봅시다"
"내가 철없던 초등학교 시절 .....방금 때리신 나의 종아리를 어루만지시며 같이 우시던 선생님.... 지금 어디서 얼마나 늙으셨을까 생각해봅시다!"
학생들은 올겐의 단조음계를 천천히 낮고 여린 음색으로 눌러가며 조용히 읊조리는 나의 목소리에 침잠하다가 최면에 걸려 모두가 울음보를 터트리곤 하였었다...........
아! 눈물이 헤푸던 그시절 그아이들이 그립다.!
...............
내일이 스승의 날이다.
나는 스승의 날이 오기도 전에
선생님들의 쓸쓸한 내일을 미리 걱정해야하나
'아니다! 아니다!'
'월요일 그때 그 소리는 내가 잘못 들었을거야!'
'나의 예쁜이들은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
'내일 스승의 날은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를 아이들이 준비하고 있을 거야!'
우리
예쁜이들은
내일
깜짜쇼를 가지고
선생님들을
기쁘게
해 드릴거야
암!
그렇고 말고
(교감선생님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