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영태, 병선이와 3인방.....가을 나들이

정일웅 찻집 2015. 10. 14. 13:53

오랜만에

영태와 병선이를 만났다.

병선이가 아들 정묵이를 결혼시키고나서 피로연에 참석하지 않은 영태를 위한 자리였을까?

셋이서

병선이가 운전하고 그가 이끄는데로 가는 거였다.

구례 화엄사를 간단다.

중간 오수 휴게소에서 잠깐 쉬며 커피 한 잔씩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고

화엄사로 꺾어지지 전에

자연산 송이버섯 전골 전문 집이 있다며 안내하여 들어 갔다.

반찬들이 한국식이고 가정적이어서 좋았다.

자연산이라선지 전골에서 송이버섯의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

 

화엄사는 옛이나 다름없이 지리산 자락에 조용히 자리하고 우리를 품었다.

화엄사를 나와 화계장터에 들렸다.

지난해에 화재로 모두 탄 그 자리에

초가 대신 기와를 얹은 가게들이 더 화려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장사는 많은데 손님이 너무 없었다.

어떻게들 먹고 사나?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쌍계사에 들려 봤다.

쌍계사도 변함없이 고즈넉한 그 모습을 간직한 채 고요한 정적에 싸여 조용히 우리를 맞았다.

이제는

입장료 없이 공원에 무상출입하는 노인들이 됐다.

가파른 돌 계단을 오르내릴 때 오금이 떨릴 만큼 영태와 내가 늙어있음에

약간의 비애감도 들었다.

시원한 공기

맑은 하늘

따사로운 햇볕

정말 아름다운 가을 날이었다.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산골 다랑이 논의 벼들

아직 단풍으로 물들지 않은 퇴색된 푸르름으로 우울한 모습을 한 숲들의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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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와서 진북회관에서

대구탕을 시켜 저녁식사를 하고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