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산휴양림 산책로
우중충한 날이었지만
아내가 어디라도 가서 걷기 운동을 하자기에 진산 휴양림 산책로가 생각이 나서 아내를 태우고 떠났다.
1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48km 정도의 거리라서 가깝지는 않다.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꽤나 멀게 느껴진다.
대둔산을 지나서
진산 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아내가 비닐 봉지2개를 꺼내어 나에게 한개를 들으란다.
짧은 시간에 아내가 음료수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준비했나보다.
산책로를 다 걸으려면 아무래도 점심 시간이 늦어 질 것 같아서
매점에 들어가 모시잎 송편 5개 들은 봉다리를 3000원에 사서 비닐 봉지에 넣었다.
월요일이고 날씨마져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만 같아서인지
산책로 6km에는 아무도 온 사람이 없었다.
막바지 단풍이 정말 아름답게 물들어 있는 길이 너무나 아름답고 한적하였다.
늘 걷던 방향이 지루할 것 같아서 거꾸로 걷기로 하였다.
진산휴양림 산책로는 6km마지막에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 통나무 집까지 가게 되어 있는데
우리는 먼저 200m 정도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서 산책로를 역으로 걷기로 한 것이다.
간 밤에도 비가 왔는지 단풍나무와 오리나무 참나무 자작나무들이 잎에 물방을 들을 매달고 있었다.
"숲은 병원이고 두 다리는 의사입니다".....진산휴양림 산책로에서 가장 마음에드는 문구이다.
그렇다.
나는 내 건강을 치료하기 위해서 숲이라는 병원에 온 것이고
나를 치료해 주는 의사는 바로 나의 두 다리라는 말이다.
'통나무 집 마을에서 5500m 오셨습니다.'
'통나무 집에서 4750m오셨습니다.'
250m 간격으로 이정 안내판이 세워져 있기에 정말 좋았다.
'많이 걸읍시다.'
'많이 웃읍시다.'
'남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합시다.' 라는 등 짧으나 좋은 글 들이
이정표에 쓰여져 있다.
아내는 아름답게 물든 단풍나무를 볼 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소녀처럼 즐거워 하였다.
숲을 이룬 길가의 나무에서 살살 부는 바람에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길 가장자리에 철모르는 개나리가 활짝들 피어있었다.
11월 중순
단풍에 개나리....참 재미있다.
한참을 걸었어도 어디에도 인기척은 찾아 볼 수 없다.
큰 산이 온통 다 우리의 정원인 양 차지하고 도도하게 걷는 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간간이 새들이 반겨주고 떨어지는 단풍잎이 인사를 하여 주었다.
개나리 꽃이 두 손을 입에 모으고
'반가워요! 어서 오세요~~!'라고 웃으며 속삭이고 있다.
"얘들아 지금 11월 16일인데 너희들 벌써 봄인 줄 아니?"
아내가 개나리에게 말해도 개나리는 웃고만 있었다.
'톡'
'톡'
'톡'
모자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걸어 온 뒷 산을 보니 산 계곡에 안개가 조용히 피어 흘러가고 있었다.
"비가 오려나?"
우산도 가져오지 않았으나
비가 오더라도 두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코 비는 조금밖에 내리지 않을 것이고 조금만 더 가면
고르바쵸프가 와서 머물렀다는 별장이 나온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거기에는 벤치처럼 앉아서 흔드는 그네도 있고
비를 맞지 않을 천정이 있는 노천 휴게소가 있기 때문이다.
빗 방울이 조금씩 자주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걷자니 산 모퉁이에 별장이 보였다.
별장의 휴게소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기로 하였다.
비가 좀 더 세게 내렸다.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장소에 잘 도착한 것이었다.
대둔산의 전경이 병풍처럼 내려다 보이는 곳,
드넓은 잔디밭, 그림같은 빨간 벽돌 집, 흔들 그네, 자작나무 숲....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살 때 처럼 우리는 행복을 느끼며 준비해 온 먹거리를 꺼내 보았다.
요구르트 2개, 작은 보온병에 따뜻한 크림 수프,...종이 컵 2개 분량....
대봉시 홍시감 큰 거 한 개, 슬라이스 치즈 4개, 옥수수 수염차 1병,
아까 매점에서 산 모시잎 송편 5개가 전부였다.
깊은 산 속,
남의 별장 휴개소에서
빗 줄기를 바라보며
따뜻한 옷때문에 춥지않고 오히려 빗소리와 바람이 시원한 그 시간.....천당이 따로 없었다.
거기가 바로 천당이었고 에덴동산이었다.
모시잎 송편 두 개를 먹고, 치즈 2장을 먹고, 스프 한 컵을 마시고 홍시감을 반으로 나눠서 먹으니
훌륭한 점심이 되었다.
송편 한 개는 잘 싸서 챙겼다.
비가 개었다.
용하게도 하늘은 우리의 시간에 맞춰 비도 내리고 그치기도 하였다.
숲길 바닥에는 온통 아름다운 단풍잎이 양탄자처럼 깔려있다.
역시 산길 6km에는 우리 두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오는 길에 예쁜 단풍잎들을 주어서 비닐 봉지에 담고 있었다.
걷다가 예쁜 단풍잎을 보면
"너무 예쁘다!."
"진짜 빨갛다!"
"노랑색이 환상적이다!".......소리를 지르며 즐거워 한다.
우리들 나이에서 모두 '50'이란 숫자를 빼고 생각하면 딱 맞을 그런 마음이었다.
아내는 사춘기가 시작 된 '열 내살'
나는 한창 씩씩한 청년 '스물 두 살'
가슴이 설래고
행복이 넘실거리는
청춘을 맛 본 노인 부부였다.
"숲은 병원이고
두 다리는 의사입니다."
우리 부부는 숲이라는 병원에서 두 다리 덕분에 젊어지는 치료를 받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