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2016. 7. 6. 14:58

31. 사랑 때문에 벌어진 쟁탈전

 

이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들과 싸워야 한다.

그러나 이건 싸움이 아니다.

나의 우남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고 절실한가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실험이다.

여기서 내가 이들의 반대 논리와 우격다짐에 승복하고 말게 된다면 나는 최 우남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나에게는 이들이 어떤 공격을 하여 오더라도 끄덕도 하지 않을 만한 무기가 있다.

'사랑', 바로 그것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을 물리적인 힘과 억압과 고함소리와 욕설로 갈라놓을 수가 있을까?

어림도 없다.

나에게는 '우남'을 향한 정열과 사랑이 있고 '우남'에게서 나에게 흐르는 샘물 같은 사랑이 있는 한 그 어느 폭력과 힘에도 굴하지 않을 용기가 있다.

왁자지껄한 여인내 들의 아귀찬 소리와 함께 기세등등한 네 명의 여인들이 방에서 나와 마루 밑 토방의 댓돌에서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내려와 나를 둘러싸고 사나운 눈총을 내게 쏘고 있었다.

초가집 마루 위의 처마 밑 서까래에 박힌 못에 파리똥 묻은 백열전구 30촉 짜리가 한가하게 불빛을 비춰주고 있었다.

 

'침착하여야 한다!'

'끝까지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이들의 독기 오른 얼굴을 화사한 웃음으로 장식하게 하여야 한다.'

..............................

"안녕하셨습니까?" 나는 깊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였다.

"그동안 많은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도 없고요~ 인자 죄송 헌 줄 알았으먼 야 좀 내번져 뒤기라우!" '어머니의 말씀이다.

우남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흥분을 누르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시방 야가 철이 덜 들고 아직 애링게 선상님이 잘 달개 야지 야를 댁고 댕김시롱 어쩔라고 그러요?"

"오늘 가까이 봉게 나이도 상당이 많이 먹은 것 같은디 이렇게 애린 것을 꼬셔각고 댕기면 어떻게 헌데요!"

셋째 언니가 앙칼지게 나섰다.

"암먼! 인자 제우 스물 두 살 인디 동생도 갈치야고 헐 일이 창창 헌디 안 되지라우"

작은 어머니도 나섰다.

같은 내용의 말들이 내가 듣던지 말던지 수없이 반복되었고 나는 말에 끼어 들 시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어둠이 깔린 뒷산이 울리도록 여인들의 목청이 하늘을 찢었다.

저마다 한마디씩 감정에 북받친 나머지 참을 수 없어서 나오는 소리들이었다.

"저년을 쥑여야혀!!! 속 창아리 빠진년이 연애가 멋이여! 아이고! 야이 미친년아! 환장을 혔어도 유분수지 이년아! 연애가 멋이여!!!!"

셋째 언니가 '우남'의 어깨 죽지를 붙잡고 흔들어대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흥분을 참지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는 '우남'이 가엾어서 차마 그대로 볼 수가 없었다.

 

.................

"! - ! -, 마음 가라앉히시고요 이것 놓고 얘기하시죠!"

나는 흥분하여 날뛰는 그녀의 언니의 손을 붙잡아 '우남'의 어깨 죽지에서 손을 떼어놓았다.

" -! 나는 댁에 하고는 헐 얘기가 없어라우!

당신은 어서 집이나 가시오 잉!

이년은 우리가 알아서 헐팅게 상관허지 말고 어여 가시랑게라우!!"

" 그러니까 잠깐만요 저도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제발 좀 한마디만 물어 봅시다."

나는 한사코 침착하게 밝은 표정으로 간절한 청을 드렸다.

그녀가 조금 침착을 찾았다.

 

"우남이 언니시지요?"

나는 웃음을 띤 얼굴로 말하였다.

 

"-! 보먼 몰르요? 근디 그런걸 멋 헐라고 묻소! 내가 언니먼 멋허고 아니먼 어쩔라고요?" 그녀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저 우남이 언니 되시는 분! 결혼 하셨지요?"

"이양반이 시방 먼 씨잘때기 없는 소리를 다 허고 있디야 시방! 내가 시집 간 것 허고 야 허고 먼 상관이 있다고 그런 소리를 허요!."

"아니! 잠깐만요! 얼마 안 있으면 제가 '처형님'이라고 불러야 해요!"

나는 싱글 싱글 웃는 표정으로 다정한 투로 말하였다.

 

"아니! 멋이라고요?? 처형이 멋 말라죽은 처형이요 처형이??? 야를 당신한테 시집을 누가 보낸 대요??"

"아이고! 기가 맥혀 죽겄네 시방!! 저양반 말허는거 조께 봐!

시방 머라고 헌디야!!! 허허---- 세상에 밸꼴 다보겄네!!

아이고 어찌야- 오리어!! --동상-!!"

 

'우남'의 어머니는 듣고 있다가 참을 수가 없는지 고함을 치며 자기의 동서인 작은어머니에게 원조를 청하는 듯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말하였다.

"! '어머님'! 어머님도 이제 멀지 않아서 저의 '장모님'이 되셔요!! 제가 사위노릇 자알 할 테니까 너무 염려 마셔요!!"

 

나는 계속 웃음 띤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하이고!! 참 내 왜 저렇게 능글 맛디야 참말로 살다-살다- 밸 꼴을 다 보겄네-----,처형은 멋이고 장모는 또 웬 말이래여!!"

작은어머니가 한마디 거들었다.

.................

그때 시끄러운 소리를 도저히 참고 듣고만 있지 못하겠는지 사랑방에서 방문이 열리고 '허험-' 하는 기침소리와 함께 두 남자어른이 나오고 있었다.

 

'우남'의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였다.

"왜 이렇게 시끄럽냐?"

'우남'의 아버지가 허리가 굽은 채로 걸어 나오고 키가 큰 작은아버지가 하얀 머리카락에 전기불빛을 받으며 나오고 있었다.

"아버님! 안녕하셨습니까?"

나는 허리를 깊이 굽혀 인사를 드렸다.

"그려---! 왔는가?"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작은아버지인 듯 싶은 노인에게 인사를 드렸다.

"! 그려! 이 사람인가 그 선상님이?"

"예 맞습니다. 제가 이 집에 막내 사위가 되려고 하는 '정일웅'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잠시 조용하여졌다.

.........................

"아 즛덜 좋다면 내- 싸 두어라!"

'우남'의 아버지가 한 마디 하였다.

"! 그려!- 자식이기는 부모 없는 벱이여!" 작은아버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마디 거들었다.

!! 역시 남자들은 다르다!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나의 편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여인내 들은 화가 폭발하였는지 갑자기 술렁이며

"영감님은 들어 가기라우! "하며 '우남'의 어머니가 자기의 남편에게 삿대질을 하며 신경질을 보였다.

"영감님! 지금 우남이가 시집가게 생겼간디 내싸 두라고 허는것이여!"

"들어가기라우 우리가 알아서 헐 일잉게 상관허지 말고 들어가기라우..."작은 어머니와 '우남'의 어머니가 자기의 남편들을 사랑방에 다시 쳐 넣으려는 기세였다.

...............

"! 여러분들의 마음 잘 압니다. 마음 가라앉히시고 제 말씀 좀 들어주세요!"

나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똑똑한 발음으로 말하였다.

"어디 헐 말이 있으면 해보쇼!"

셋째언니가 불쑥 나서며 대들었다.

"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누가 선상님보고 나쁘다고 허요?? 나쁘단 것이 아니고요 야가 아직 애링게 지발 좀 내비두고 딴 사람헌티 장개를 가든지 말든지 허시라고요!!"

"그리라우!! 맞아라우! 선상님이 거시기 혀서가 아니고라우 야는 인자 고등핵교 나와서 막 취직이라고 혔는디 지 동생도 갈쳐야허고 시집보낼 형편이 못 되닝게 그냥 놔두시라고요!!"

'우남'의 어머니가 사정을 이야기 하였다.

"! 잘 압니다. 막둥이 대학교육도 저와 '우남'이가 다 맡아서 시킬려니까 조금도 걱정을 하지 마셔요!"

"그리고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해야 후회 없이 잘 살지요! 저희들은 정말 깊고 깊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결혼 비용이나 그밖에 모든 것 조금도 걱정마셔요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나의 이 말에 여인들의 반박하는 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시끄럽게 지속되고 있었다.

그 순간 초가집의 작은 방, '우남'의 방안에서 '우직근'하며 방문을 발로 차서 열어 재키는 소리가 났다.

방문이 벌떡 열리고 머리가 짧은 총각이 미친 사람처럼 '우당탕' 발로 마루를 구르고 숨소리를 '씩씩'거리며 튀어나왔다.

그는 눈알이 거의 뒤집힌 사람처럼 미쳐 날뛰는 몸짓을 하더니 크게 고함을 질렀다.

"!!!!!!, 야이-- --------, !!! 나가!!!"

그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눈의 독을 내게 쏘고 있었다.

"빨리 안나가???? 쥑여 번질 랑게 빨리 안나가????!!!"

그는 맨발로 마루에서 토방으로 토방에서 마당으로 마당에서 헛간 뒤쪽으로 뛰어갔다.

헛간 벽에 걸린 쇠스랑을 두 손으로 집어 들고 금방 찍어 버릴 자세를 하며 내게 돌진하여 왔다.

"---- 찍어 쥑여버릴팅게 빨리 안가????"

그의 눈에서는 한밤중 공포에 불 밝힌 고양이 눈처럼 시퍼런 광선이 비치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갑작스런 이 사태에 얼어붙어 차마 말을 못하고 있었다.

"아고!!!야야야야야!, 아이!,용준아! 조깨 참어라 잉!"

"아이고 저러다가 살인나겄네!!! 어쩐디야! 날 뵈가라우 빨리 도망가기라우!!"

작은어머니는 나의 생명에 위험을 느꼈는지 도망치라고 하였다.

모두 어리둥절하고 순식간에 찾아든 공포의 분위기라서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는 막둥이 아들을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뒤통수에 머리에 소름이 오싹 끼침을 느꼈다.

용기! 용기를 내야한다.!

그렇다 저 녀석의 기세에 눌리면 안 된다.

나는 각오를 하였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쇠스랑을 들고 찍어 내리려는 그의 앞에 버티고 나갔다.

"!! 임마! ! 이집 막둥이지!!!!"

나는 천둥처럼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 찍어라! 내가 임마 네 매형 될 사람이다. 이놈아 찍어 봐!!!"

나의 험상궂은 얼굴과 그의 광기가 대결하여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싸고 있었다.

그가 두 다리를 벌려 말 탄 자세를 하고 두 손으로 쇠스랑을 어깨 뒤로 젖히며 돌진하여왔다.

"!!이 씨 발!! 쥑여버릴꺼여!!"

나는 돌진하는 그에게 더 빠르게 접근하였다. 그의 어깨를 꽉 붙잡고 그와 얼굴을 맞대었다.

"! 여기 있다. 니 맘대로 찍어라 어디 찍어 봐!!!!"

주위의 사람들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나의 눈빛과 당당한 용기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에이----!, 에이-----!" 하고 고함을 지르더니 그는 쇠스랑을 마당에 내동댕이치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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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차디찬 침묵이 좁은 마당에 가득 찼다.

전기 불에 비친 얼굴들이 창백하게 보였다.

 

'참말로 큰일 나는 종 알었네!!'

'용준이 자가 참말로 성질이 급혀서 먼 일 나는 줄 알고 나는 덜덜떨었네!'

'하이고 저사람 겁도 안 낭가 쇠스랑이 든 사람 헌티 대 드는 것 조깨 봐!'

작은어머니가 혀를 내두르며 나를 쳐다보고 말하였다.

여인내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갑자기 스쳐지나간 험한 위기에 대하여 저마다 한마디 씩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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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지나고 고요가 찾아온 것처럼 잠시 분위기는 침착하여졌다.

'우남'의 언니가 나서며 말했다.

"봤지라우!!! 자가 성질이 저렇게 싸난디 그리도 결혼을 헌다고 헐라요?"

"이 집안 꼴이 이게 멋이라요!! 선상님만 야를 내싸두면 암시랑토 안헐 집안인디 인재 야를 내비두고 딴디로 알아보시가라우!"

'우남'의 언니는 계속해서 말했다.

" (우남을 말함)가 자(용준이 자신)를 갈치(가르쳐야)야 허는 디 뺏어갈라고 헝게 누가 가만이 있겄소?"

작은어머니도 다시 나를 설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

"정말 다시 한 번 말씀 드릴 테니깐 잘 들어 주세요!"

"결혼하면 용준이는 책임을 지고 대학까지가 아니라 대학원 까지도 잘 가르칠텡게 걱정을 마시고요"

 

"또 한 가지 젤로 중요헌 것은 사랑입니다."

나는 쉬지 않고 이들을 설득하였다.

" '우남'이가 저를 사랑하지 않으면 저는 '우남'이와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남'이와 저는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진실하고 열열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숨을 돌린 후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만일에 이 집안에서 정~, 제가 싫으시다면,

'우남'이 입으로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결혼을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을 제 귀에 듣도록 한다면 저는 이 결혼을 포기 할랍니다."

나는 자신에 찬 표정으로 또 한 번 강조하였다.

 

"그 말이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우남'이 입에서 '저는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여러 사람 앞에서 나의 눈을 보면서 하기만 한다면 저는 그 말을 믿고 물러서겠습니다."

"아니! 선상님! 지금 그 말이 정말이지라우???"

'우남'의 어머니가 물었다.

" 참말이요??? 시방 그 말이 참말이라우??"

'우남'언니가 다그쳤다.

우남이 언니의 표정에서 기쁨의 미소가 스쳐 지나감을 보았다.

"!! 정말입니다. 우남이가 자기 입으로 나의 얼굴과 나의 눈을 바라보면서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을 할 수 있다면 저는 물러날랍니다."

 

여인들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감돌고 있음을 느꼈다.

"알았어라우! 약속 혔승게 한 입 갖고 두 말 허기 없지라우?"

그녀의 언니가 한 번 더 나에게 다짐을 하였다.

"! 사내 대장부가 어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아이고 알았어라우! 그러먼 오늘은 그냥 가시기라우 ....오늘 너무 시끄럽고 또 용준이가 난리를 치게 혀서 미인허구만이라우!"

나는 방안에 앉아서 내다보는 '우남'의 아버지와 작은아버지에게 절을 하였다.

 

"안녕히 계십시오 저희들에게 힘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별수 있능가 자네들이 좋아허면 혀야지.....잘 가봐!"

'우남'의 어머니와 작은어머니, 언니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 오늘 같은 날이 꼭 한번은 오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 그 동안 심려를 끼쳐서 미안하고요!"

"인제는 조용하게 결혼 준비를 하렵니다. 감사합니다.!! "

나의 인사는 정중하였다.

 

"잘 자! 용기를 내! ??!"

우남이의 손을 만지며 하는 나의 말에 '우남'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저기요!! 날 뵈기라우! 아까 헌 말 정말이지라우!!"

'우남'의 언니는 다시 한 번 나의 결단을 다짐하였다.

"그럼요! 정말이고 말고요!!"

대문을 나와서 산길을 내려가는 나의 뒷모습을 '우남'은 미안함과 측은함이 범벅된 슬픈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밤하늘에 총총 박힌 별들이 나에게 속삭여 주고 있었다.

 

'일웅아! 너 오늘 용감하게 잘 해냈어!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