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첫 아이 출산
36. 첫 아이 출산
'최 우남'은 결혼 후 바로 임신을 하였다.
평소에 감기한번 걸리지 않고 소화불량증이 뭔지를 알지 못할 정도로 건강한 그녀가 입덧에는 꼼짝을 못하고 모진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억지로 먹으면 바로 토해버려 수습할 길이 없었다.
그녀의 입덧은 너무나 심하여 의사는 이를 '임신 중독증'이라고 하였다.
임신을 확인 한 날부터 시작된 입덧은 아이를 낳기 전 날까지 계속되었다.
거의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토해버렸다.
나는 그녀의 입맛을 돋우기 위하여 그녀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해 주었지만 그것을 먹이는 데는 허사였다.
가까이 사는 간호사에게 영양주사를 맞는 것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정도가 되었다.
근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써서 교감선생님에게 드렸다.
장 병구 교감선생님은 천부당만부당하다며 입덧으로 인하여 '사직서'를 내는 법은 없다고 하셨다.
오히려 학교의 사환을 시켜 학교의 경리 장부를 보내와 집에서 처리하도록 편리를 봐주었고 학교에서의 행정 업무는 백 남구 선생이 도와주도록 편리를 봐 주셨다.
결혼하는 해는 모든 게 잘 풀린다는 말을 듣긴 하였어도 '나에게도 설마?'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그해 교육자 대회 날 경품 뽑기에서 나의 번호가 1등에 당선을 하였고 신용협동조합에서 하는 조합원 단합대회의 경품에 또 한 번 1등이 되어 돼지 한 마리를 받았었다.
세상에 나는 학창시절 소풍가서 보물찾기 표 딱지를 한 번도 찾아 본 일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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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8월 18 늦더위가 무지무지 기승을 부리던 날
'우남'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임실택시를 불러서 타고 전주의 ‘안 구섭 산부인’과 병원으로 갔다.
임신 초기부터 가끔 들리던 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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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빨리 준비해 양수 터지고 금방 낳겠는데!"
나는 분만실에 들어갔다.
개인병원이기에 의사와 친절한 사이가 되었었고 또한 남편이 없이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우남'의 요청으로 의사가 나를 불렀다.
'우남'은 자기의 머리맡에 나를 오라고 하며 자기의 손을 붙잡아주기를 청하였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인간의 탄생에 그것도 나의 첫아이의 출산에 내가 동참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감동이고 설렘이었다.
'우남'은 무척 아프고 힘들어하면서도 잘 참아내고 진통이 올 때마다 의사의 지시에 의하여 힘을 주기도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기도 하였다.
"정 일웅! 이게 다 당신 땜에 이렇게 내가 아픈거여! 하이고 배야!!"
"잘 참아 봐! 옳치 우리 '우남'이 착하지?!"나는 그녀를 어린애처럼 위로하며 말하였다.
"나 애기 낳고 나면 내가 먹고 싶다는 것 다 사준다고 약속혀!!!"
"응! 그려!! 멋이든지 다 사줄게 걱정허지마!"
"선생님! 들었죠!? 만일 안사주기만 혀바라! 내가 다 선생님한테 일러버릴팅게!"
의사와 간호사는 웃었다.
"참 애기 낳면서도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요 재미있네요!!"
안박사가 웃으며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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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은 수시로 일어났고 많은 시간동안 아내의 고통에 절규하는 소리를 들으며 같이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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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또 아프다!! 인자 나올랑게벼!!!"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의사가 나를 불렀다.
"선생님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얼른 의사가 있는 쪽으로 갔다. 아이의 머리가 비쳐 보였다. 머리카락이 성글게 붙어있는 아이의 머리가 산도의 끝에서 보였다.
의사는 하얀 가위로 산도의 입구를 싹둑 잘라버렸다. 산도의 잘린 곳에 시뻘건 피가 흐르고 입구가 넓어졌다.
아내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토록 고통을 겪어야 한 생명이 탄생을 한다고 생각하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거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흡입반이 붙은 쇠막대기를 아이의 머리에 대고 스위치를 눌렀다.
'쉬-ㅂ'하는 소리와 함께 흡입반의 접착부위에 아이의 머리가 찰싹 달라붙었다.
또 다시 진통이 오나보다.
"으--악!!!크크크크 아--악---!"아내의 고통소리와 함께 의사는 흡입 봉을 나와 같이 잡아당기자고 하였다.
나는 힘껏 당길 수가 없었다.
아이의 머리가 흡입 반에 붙어 살점이 떨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의사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흡입반의 쇠막대기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자! 한 번 더 힘 줘 봐요!! 이제 거의 다 나왔어요!!"
아내가 지르는 진통의 절규소리에 맞춰 아이의 머리가 차츰차츰 빠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의사는 나의 손을 흡입 봉에서 떼라고 하시고는
"자! 이제 입을 벌리고 숨을 쉬어요 힘 빼고!!!! 예!!! 되었습니다.!!!"
아이의 머리가 허여스름한 액체를 뒤집어쓴 채 쑤욱- 빠져 나왔고 아직 어께와 몸통이 덜 나와 걸려있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흡입 봉을 떼고 한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받치고 또 한 손을 산도에 집어넣어 조심스럽게 아이의 몸체를 잡아서 돌려 빼내었다.
희멀건 양수를 뒤집어쓰고 ‘미끈덕’ 하며 어깨와 몸체가 빠져 나왔다.
탯줄을 달고 있는 신생아가 주먹을 꼭 쥔 채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간호사가 아이의 머리를 받쳐 들고 의사는 아이의 다리를 위로 쳐들고서 고무호스가 달린 ‘스포이드’로 아이의 콧구멍을 막고 있는 액체를 빨아내고서 엉덩이를 철석 때렸다.
'캑캑~ 까르륵~ 깔ㄹㄹ르응아!!!!까르르릉아~~~~~' 신생아의 배가 불룩거리며 숨을 쉼과 동시에 불끈 쥔 두 주먹을 바르르 떨며 아이의 울음소리가 계속되었다.
"헛다.! 이놈! 꼬추도 큰 놈 달고 잘 생겨부렀다.!!"
안 박사가 기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웃었다.
"히야! 아들이다!!!!
여보 '최 우남' 당신이 아들 낳았다!!!"나는 소리를 질렀다.
최 우남은 행복한지 땀을 흘리며 발그레한 얼굴로 웃으려 애 쓰고 있었다.
"나! 수고했지? "
"그럼! 정말로 수고했어!"
"그러면 나 잘 했다고 칭찬 혀 줘!"
아내는 응석을 부리다가 금방 잠에 골아 떨어졌다.
잠든 아내의 모습이 진정 사랑스럽고 안쓰럽고 거룩하고 성스럽고 고마워 보였다.
내가 아버지가 되었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한 여인의 진정한 남편이 되었구나.
감격스러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의사는 능숙한 솜씨로 신생아의 탯줄 중앙부분에 5cm 정도 간격을 두고 집게 가위 두 개로 꼭 눌러 집어놓은 다음 자르는 가위로 두 집게가위 사이의 탯줄 가운데를 싹둑 잘라 아이를 간호사 손에 넘겼다.
의사는 한손으로 산모의 배를 누르고 탯줄을 잡아당겨 아직 나오지 않은 아이의 태반을 꺼내었다.
집게가위로 눌러진 탯줄을 실로 찬찬 동여매고서 집게가위를 풀었다.
간호사는 아이를 씻기고 있었다.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생명의 소리였다.
흡입반이 머리의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비켜서 대어진 곳, 그곳이 낮은 원기둥처럼 살이 부어올라 있었고 피가 엉겨있었다.
아이가 불쌍하였다.
아이의 저 머리가 얼마나 아플까? 혹시 뇌에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나는 아내가 깨어날 때 까지 5시간도 더 넘게 그녀의 곁을 지켜보았다.
한없는 사랑의 눈길을 그녀에게 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