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실력
이리남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무척 당구를 즐겨쳤었다.
주로 지는 사람이 당구비 내고 술을 사는 시합이었다.
주당 54시간의 수업을 하면서도 어떻게 시간을 내었는지
나와 오병선, 유광열, 박봉덕선생님, 최중경서무과 주사님, 등등
하교후엔 바로 당구장으로 직행을 하던가 막걸리 집에서 술 한잔을 걸치고 당구장으로 가던가
거의 매일 당구를 쳤다.
초보부터 배운 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유광렬 선생'이 4구 500당구로 우리들의 사부격이었다.
나도 200을 놓고 쳤었다.
200의 실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자존심싸움이었다.
승패에 관계도 없고 그저 재미가 있고 상대방 약올리는 재미로 당구를 쳤다.
목적은 승리에 있지않고 빨리 끝내고 술을 마시며 노닥거리는 재미로 당구를 쳤다.
술 집에서 거나하게 술이 취하면 또 당구장으로 가서 당구를 치고 또 술을 마시고......
그 떼가 40대 중반이나 되었나?
휴일이면 임실에 있는 서울병원의 사무장 이었던 나의 초등학교 동기동창이었던 친구 '이 의신'과 꼭 만나서 둘이 당구내기를 하였다.
당구가 끝나면 어김없이 삼겹살과 소주를 마셨다.
삼겹살 안주가 처음 나왔던 시절이라서 얼려 놓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서 마치 둥근 타원형의 나뭇잎모양으로 얼려진 고기 말이라고나 할까? 후라이팬에 익혀서 소주 한잔에 고기말이 한개를 상추에 싸서 된장과 파채와 함께 먹고 마시는 게 낙이었다.
둘이서 소주 세병이나 다섯병을 마시기가 일쑤였다.
술은 1,3,5,7,9,로 마셔야 한다면서 억세게도 마셔대고 취하면 또 당구를 쳤다.
.........
아!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가?
지금 내 나이가 78세가 되었으니 거의 40년 전의 일이다.
나이가 먹어 감에 따라 백내장수술을 하였고
공황장애, 등 병치레가 잦아지고 척추 수술 고혈압, 이런저런 병에 몸이 약해지더니 급기야 '사경증'......목 신경 이상긴장증(디스토니아)라는 병에 걸리고 나서는 목이 오른쪽으로 자꾸만 틀어져서 정면을 보며 걷기가 힘들어 졌다.
이제는 당구는 고사하고 오랜동안 하던 차의 운전을 포기해야 만 했다.
고개가 자유롭지 못하니 당구는 생각지도 못하는 운동이 되어버렸다.
몇 년만이라고 해야하나
오늘 오병선과 옛생각을 하며 당구장에 들렸다.
오병선은 4구 300을 치고 나는 100만을 놓고 쳤지만 나는 패하고 말았다.
집에 돌아와 조용히 생각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나이 78세에 당구가 뭐란 말인가?
당구장에서 내 또래의 할아버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못해서인가. 아직도 당구가 치고 싶은건 사실이나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한 달 전 목 인대에 보톡스 주사를 맞은 효과로 오늘은 어느정도 당구의 길을 보며 큐를 칠 수가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없어 진줄 알았던 나의 블로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시험하려고 말도 아니고 글도 아닌 낙서를 하여 본다.
블로그에 이 글이 올려 지는지 시험삼아 쓴 글임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2021년 4월 22일 오후 09시 4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