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처럼 쓴 이야기

마귀의 유혹

정일웅 찻집 2021. 5. 5. 19:38

아주 오랜 옛날 천주교 요리문답 320조 목을 외우는 교리반의 찰고 시간...... 어린 교리반 학생들은 수녀님 앞에 불려 가서 약속한 진도에 따라 암기 구술시험을 보곤 하였다.

그때 문답 책의 일부를 여기 적어본다.

 

문. <179>  영혼의 세 가지 원수는 무엇이뇨?

답. 영혼의 세가지 원수는 마귀, 세속, 육신 삼구(三仇) 니라.

 

영혼의 세 가지 원수.....초등학교 3-4학년 시절 그 나이에 도대체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마귀는 마귀니까 원수라고 할 수 있겠으나 세속. 육신이 무엇 때문에 영혼 원수일까?

교리반을 담당하시던 강혜정 알릭스 수녀님도 우리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마귀...마귀가 어디에 있을까? 마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마귀가 될 수 있다.

사람의 양심을 흐리게 하고 부도덕을 저지르도록 유혹하는 모든 것들이 마귀가 아닐까?

마귀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마귀는 자기 마음속에 존재한다. 마음의 충동과 유혹 그것을 이겨내지 못함은 곧 마귀의 꼬임에 넘어가는 것이다.

젊고 힘 있는 사나이가 있다. 그 사나이가 갓 결혼한 새신랑일 수도 있고 젊은 신부나 교사나  학자이거나 법조인이거나 그 누구일 수도 있다. 피 끓는 젊은 사나이에게 그의 정결을 무너뜨리려 작정하고 달려드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면 그 여인은 진짜 마귀요 그 꼬임에 넘어가지 않기란 세상의 그 어떤 성인군자라 할지라도 어렵다.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을 굳이 예로 들 필요도 없다.

돈의 유혹,  재물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애연가에게 담배를 끊으려고 한다면 그 담배는 끊으려 작정한 애연가에게는 강력한 마귀가 아닐 수 없다.

식사 후에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한 모금 피워마시는 그 향긋한 담배연기는 얼마나 향기롭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가

사실 담배를 피우는 건강한 젊은 사람이라면 담배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기만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기에 이 때는 마귀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그저 즐기는 기호 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폐결핵에 걸린 사람이나 기관지 천식환자이거나 식도나 성대에 결함이 있어서 담배의 타르나 니코틴이 해롭다면 그때의 담배는 마귀가 된다.

세상에는 온갖 것들이 다 마귀가 될 수 있고 온갖 것들이 다 원수가 될 수 있다.

나를 현재의 나를 무너뜨리려 하는 가장 큰 마귀는 무엇인가? 각자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