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아내와 장기 뒤기
정일웅 찻집
2022. 10. 3. 15:07
프리스카가 장기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아내는 워낙 IQ가 높아서 다이아몬드 게임이나 다른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나를 꼼짝 못하게 한다.
처음 부터 아내는 '장기야 놀자'라는 책을 사서 시간만 나면 혼자서 꼼지락 꼼지락 장기 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며칠이 지나고 나에게 장기 뒤기를 청하였다.
처음 장기를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듯 자기 기물이 죽는건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먹는것만 생각하고 뒤는 버릇이 있기 마련이다.
아내도 그런 경향 때문에 무조건 먹으려 덤비다가 <상>길을 잘 모르고 <포> 나 <차>가 나의 상에게 잡혀서 처음부터 기분이 잡치고
결국 나에게 형편없이 지고 나서는
약이 올라서 나에게 화풀이를 하는데
시집와서 시어머니 누나 동생들때문에 고생하던 일 부터 시작하여
내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던 일
아이들 도시락 일곱개를 싸며 고생하던 일까지 들먹이며
나에게 원망과 미움을 퍼 붓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결국 나의 속을 확 뒤집어 놓고야 말 때까지 사십년 전의 일들을 끄집어 내어 놓고
결국 "나 오늘 점심 안 해!"하고서 침대에 누어 버린다.
그렇게 한 참의 시간이 흐른뒤 내가 아무 소리도 않고 딴데 정신을 쏟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제풀에 지쳐서 스스로 잠잠 해 진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저절로 자기 분이 풀리고 잠잠해 지면 또 장기를 뒤자고 한다. 결과는 또 마찮가지이다.
내가 외출을 하고 없을 때면 또 혼자서 '장기야 놀자'라는 책과 씨름을 하고
집에서 요양하는 장기의 고수인 막둥이 아들 상원이에게 코치를 받아서 벼르고 있다가
자신감이 생기면 또 장기를 두자고 졸라 댄다.
그래도 결과는 내가 이기기 마련이다.
아내의 속이 뒤짚히는 일을 없애려고 내가 일부러 져 줄 때가 있다.
그러면 의기양양해 지며 금새 기분이 좋아지고 점심식사가 달라지며 말 씨도 달라진다.
그러다가 또 내가 또 이기면 또다시 화가나서 옛날 얘기부터 시작하여 또 똑 같은 레파토리로 나의 속이 뒤짚어 질 때까지 같은 씨나리오로 똑 같은 포악질은 계속된다.
하루에 꼭 두 번 정도 같은 상황은 반복된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또 장기를 뒤자고 덤빈다.
나는 '이 번에는 져 주어야지'하고 결심을 하고 장기를 뒨다. 자기 말이 죽는 위기에 처하면 "저거 <'차'> 죽어~!.....여기 상 있잖아!" 하고 알려 주면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며 좋아한다.
그러면서 또 장기 뒤기 를 계속한다.
그렇게라도 이기는 날엔 무척 기분이 밝아지고 반찬이 달라진다.나는 이길것인가 져 줄것인가 그것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