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이의 염소 탕이 아내를 살리다.
아침 9시가 넘었을 무렵 아내가 나를 불러댔다.
나의 대답이 잘 들리지 않았는지 신경질이 섞인 소리로 다시 크게 불렀다.
'또 무엇으로 신경질이 났다냐?' 생각하며 컴퓨터를 끄고 얼른 나가 보았다.
"오늘은 청소기 한 번 돌려줘!" 화가 난 것을 억지로 누르며 하는 소리인 것을 나는 알았다.
빨리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아내의 신경질이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알았어!"하고 선선히 대답을 하였다.
"한 달에 한 번은 돌려야지......."
나는 더 잔소리가 나오기 전에 아내의 비위를 맞춰야 하였다.
컴퓨터로 유투브의 방송을 듣는 것을 후다닥 끄고 바로 거실에 나가 청소기의 전선 줄을 풀고 끝에 있는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았다.
맨 뒷 방....신부님의 짐이 있는 방부터 시작하여 옷방 옷방 앞,
뒷 화장실 앞 복도를 시작으로 큰 방의 바닥과 침대 밑
화장대 아래를 말끔히 빨아내고 거실에 나와 꼼꼼히 청소기를 밀고 다녔다.
거실이 넓어서 청소 할 때는 힘이 쏙 빠지고 만다.
이어서 식당방, 식탁 밑과 의자를 옮겨가며 구석구석을 다 빨아 내고
아내의 공부방을 끝내고 뒷 베란다까지 말끔이 빨아냈다.
다음엔 큰 화장실 앞, 신장 앞의 전실, 피아노와 나의 악기 악보가 있는 음악실, 마지막으로 나의 침실 방까지............ 67평 아파트라서 구석구석 청소 할 곳도 많다. 다 하고 나니 이마와 전신에 땀이 촉촉하게 흘렀다.
아내의 표정이 밝아졌다.
청소를 마치고 한 참 쉬고 있는데 아내의 전화가 노래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내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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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되기 전에 신부님이 오신데"
"그래?" "청소하길 잘 했구만"
"어쩐지 오늘은 청소를 하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긍게 말이여 당신이 말 잘 혀줬네 잘 되야 부렀구만"
......................................
11시 30분 경 신부님의 전화를 아내가 받는다.
지금 아파트 앞에 주차중이라고 한다.
아내는 동생 신부님이지만 깎듯이 신부님 대접을 하고 최선을 다하여 대접한다.
나도 용준이가 신부님이 되셨으니 깎듯이 신부님으로 존대를 한다.
이윽고 신부님께서 오셨다.
신부님의 표정이 밝았다. 기분이 무척 좋은것 같다.
"오늘은 점심 먹고 내 집에 한 번 가 보게요!
"그러지요 잠깐 기다리세요 ......빨리 점심부터 준비 할게요!"
아내는 인버터 위에 플라이 펜을 올리고 소고기 불고기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나와 신부님이 식당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엿듣던 아내가
신부님이 자기가 은퇴후에 살 집을 미리 사서 예쁘게 정리하였다는 말을 하고
내가 여기에 있는 옷을 좀 가져갈려고 한다는 말을 하자
아내가 뽀르르 나오더니 신부님을 모시고 맨 뒷 방 신부님 방으로 가서 농을 뒤지며 신부님 옷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이것 저것 옷걸이의 옷을 내어서 보여드리며
이런 저런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시간이 상당히 흘렀다.
아내는 갑자기
"앗!" 하며 소리를 지르더니 부엌으로 달려갔다.
............이윽고 들려오는 절망과 탄식이 뒤섞인 최우남의 목소리......
"워매 어쩐디야! 불고기가 다 타버렸어!"
아내의 표정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새파랗게 질려 얼빠진 사람처럼 변색되며
"내 정신 좀 봐!" "마지막 남은 고산 등심인디 큰 일 났네~~~~"
"다 타버렸으니 신부님 점심을 어떻게 헌디야!"
금방이라도 울음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 표정을 본 나도 난감하였다.
.......................
순간!
나에게 번개같이 어제 밤 생각이 떠 올랐다.
"여보! 어제 소영이가 가져온 '염소탕' 있잖여!"
내 말을 들은 아내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지며
"아! 그렇지?"
"소영이가 날 살렸네"
아내의 표정이 금새 밝아지며 냉장고를 열어서 소영이가 가져온 염소탕을 꺼내었다.
임실 오수에서 보신탕으로 유명하던 신포집에서
보신탕 대신 염소탕을 만든다는 것이다.
몇 달 전인가?
소영이가 염소탕을 가져와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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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금새 염소탕과 쌀밥을 깍두기, 새로담은 김장김치와 같이 식탁에 올렸다.
염소탕의 구수한 향기가 기분좋게 콧구명을 간지럽혔다.
신부님도 염소탕이 맛있다며 잘 드셨다.
수북이 푼 헵씰 밥 한 그릇을 염소탕에 말아서 정말 맛있게 드셨다.
탕이 맛이 있어서 정말 잘 먹었네요
신부님이 만족해 하며 하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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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가 날 살렸네"
"신부님도 살리고 우리 모두를 살렸네"
최우남의 진심어린 감사의 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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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가 가져온 염소탕은 정말 맛이 좋았다.
신부님의 모습은 내가 보아도 아주 흡족하게 드셔서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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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아!
고마워!
소영이는 우리의 수호천사인가보다!
어쩌면 그렇게 적절한 시기에 오늘일을 미리 알고
염소탕을 어제 밤에 준비해서 가져다 주었는지
고맙고 감사하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소영이는 우리집 수호천사임에 틀림이 없다.
2022 11 24 목요일 밤
의 핸드폰이 거실 테이블 위에서 노래를 하기 시작하였다.
어제 저녁 무렵 소영이가 초인종을 눌렀다.
최덕자가 서울 아주대 병원에서 며칠 입원을 하였다가 돌아오는 날이었기에
경과를 알아볼 겸 프리스카와 같이 가서 보자고 하며 손에 든 커다란 그릇이 담겨있는 검정 비닐 봉투를 건내 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