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당구 친구4인과 최촌 형님

정일웅 찻집 2022. 12. 9. 20:32

한 달에 한 번 유광열, 오병선, 김길선, 나. 이렇게 4명이 당구치고 점심 먹고, 아니면 점심 먹고 당구치고 

헤어지는 모임이지만 기다려 지는 모임이다.

내가 사경증에 걸리지만 안았어도 오병선과 나는 치열한 동급 라이벌인데 사경증으로 고개가 오른 쪽으로 돌아가서

당구 공과 큐를 똑 바로 볼 수가 없으니 고개를 돌려 살짝 보았다가 그때 큐의 방향을 잡고 칠 때는 보지 않고

그냥 장님 당구치듯 큐를 밀어 대니 잘 맞을 리가 없다.

그래도 취미 활동이라고 유일한 것을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다.

색소폰을 놓은것도 사경증 때문이었고 아코디언도 사경증 때문에 놓아 버렸다.

사실 억직로 라도 색소폰이나 아코디언을 불어 볼 수는 있겠으나 고개가 돌아가 있으니 

하기가 싫어진 것이다.

오늘은 모처럼 옛날의 정다웠던 형님 최촌 형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평화동 회뜰날 이라는 음식점에서 

먹었다.

그리고 당구장에서 당구를 쳤다.

유일한 나의 취미 생활이 그렇게 초라한 나를 노출시키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같이 치고 있다.

글씨가 굵게 한 번 써 지더니 블록을 씌어 놓고 체를 바꾸려 해도 되질 않는다.

 

이리 남중시절이 내 교직 생활 중에서 제일 활동이 왕성하고 직원 중에서 자주 만나서 정이 듬뿍 든 친구들인 모양이다.

많은 학교를 전전하고 다녔어도 광열, 병선, 길선, 촌 형님, 같이 만남이 이어지는 모임은 없다.

촌 형님도 많이 늙으셨다. 83세인가? 아마 그정도의 연세일거다.

길선 형이 81세, 내가 79세, 병선이가 73인가 74인가? 알딸딸하다. 광열이가 70인가? 그 쯤 되었을거다.

..................................................

춘희의 전화가 왔다.

나를 가장 잘 알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의 여동생.......

춘희도 나를 닮아서 만능 탈렌트라고나 할까?

노래, 민요나  한국 춤의 달인이다.

지금도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대단한 여자 동생이다.

나의 건강을 잘 챙겨 주느라고 내가 서울에 올라 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 해 주고 싶어서 전화를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