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항문으로 똥 쌌어요! 막둥이 '정상원'만세!!! 수고 했다.
"아버지!!! 오늘 첫 똥 쌌어요!!!
"히야!!!! 우리 상원이 만세!! 막둥이 만세다!!! 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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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이가 네살 때 어느 날 까지
기저귀에 똥을 싸다가
"아가야!! 오늘 부터는 기저귀에 싸지 말고 여기에서 여기다 똥을 싸거라...그러면 '바밤바' 사줄게"
몇 번을 시도하다가 드디어 어느 날
화장실 바닥에 비닐 부대를 깔고서 거기에 똥을 쌌다고
"아빠!! 나 여그다 똥쌌어!!!"
"어디 보자...."
노랗고 예쁜 똥을 한 무더기 싸놓고 있었다.
"아이고 내 새끼 잘 혔네....오늘은 바밤바 사줄게...."
"정말이지?"...."야!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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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두 살을 먹은 내 막둥이 아들 '상원'이가
장루 복원 수술을 하고서 첫 번째 항문 대변을 봤다는 그 말처럼 고맙고 듣기 좋은 말은 없었다.
"우리 상원이 축하한다."
"상원아 ! 정말 수고 했다. 이제 아빠는 마음이 화~ㄱ 놓이고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구나"
"이제 부터는 통증이 오더라도 잘 참고 견디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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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두살이나 먹은 아들과 아빠의 대화 치고는 얼마나 유치하고 웃기는 대화인가?
앞 뒤 다 자르고 일 부분만 들으면
정신 지체아를 키우는 아빠와 아들의 대화인가? 하고 의아해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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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다.
장루를 차고서 평생을 보내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부분의 직장암 수술 환자들은 '영구장루'를 가지고서
불편하지만 살아있다는 희열에 집중하며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환자들이
내 주위에 수도 없이 많다.
장루환자들의 소원은 항문 복원술을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직장암에 걸려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른다.
아!!!!
이제 나의 걱정과 근심과 마음의 아픔과 불안이 한 번에 해소되는
상원이의 "아빠 나 첫 항문 대변 봤어요"......이 말 한마디.....
오늘 나의 모든 바램이 이루어 졌다.
하느님의 은총,
나와 아내, 그리고 막내 며느리,
큰 아들 상범이,
의사로서 옆에서 제일 많은 도움을 준 둘쩨 인범이
그리고
우리 모든 가족들......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편히 잠 들 수 있는 날이 온 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