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회, 아내와 '진미집'에서 쏘주 한 잔에 돼지불고기
한울회...아내는 백내장 수술 후 안정을 위하여 불참하고
나 홀로 한울회에 참석하였다.
12시에 만나서 '육회랑 낙지랑'이라는 식당에서 한가한 방 하나를 차지하고 모임을 가졌다.
부부 모임이라서 총무인 '우제철'이 오래 전부터 간곡히 부탁하여서인지
아내 최우남과 유정호 아내 '육판례'여사 두 사람이 결석하였고
회장 심병기 부부, 우제철 부부, 최상영 부부, 이선희 부부, 홍성길 부부,
그리고 나와 유정호...이렇게 열 두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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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영의 건강 상태가 제일 좋지 않았다.
소뇌에 문제가 있어서 보행이 부자유 스럽고 언어가 매우 부자연스럽게 되어 있었다.
많은 지식에 유창한 언어 구사력이 그의 특별한 재능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것들이 소멸되고 있음을 보며 우리가 이렇게 늙었구나 함을 느낄 수 있었다.
초사(최상영의 호)는 보행은 부자연 스러우나 겨우 운전을 할 수는 있었다.
나와 최상영은 그 중에서도 제일 가까운 정을 주고 받았었는데
이제는 그 많이도 마시던 술도 한 잔도 하지 않았고 나도 술을 한 두잔 밖에 마시지 않는다.
그가 나와 심병기 부부를 집까지 운전하여 주었는데 내 생각에 운전도 매우 불안정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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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무료한 시간을 달래느라 장기만 네 판을 두었다.
내가 한울회에 다녀와서
시간은 많았었는데
밖은 햇볕이 뜨거워서 운동하러 나가기가 껄쩍지근해서 집 안에만 있다가
천변을 걷는 대신 중앙시장에
운동 대신 걸어 가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기로하고 갔다.
중앙시장에서 산책 용으로 싸구려 모자 한 개를 사고 '세이브 죤' 마당 의류 노점상에서
남방 2장을 샀다.
오는 길은 천변 작은 길로 가기로 하였다.
중앙시장 작은 개울위의 복개 시멘트를 헐어버리고 청계천 흉내를 내었건만
흐르는 물이 너무 적어서 돈만 많이 들였을 뿐 경관이 좋아진 것도 없고
오히려 주차공간이 부족하여 행인들만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천변의 상가들은 텅텅비어 귀신 나오게 생겨먹은 가게들이 대부분이다.
그 길을 걸어 올 때 콧구멍을 간지럽히는 돼지 불고기 냄새가 나와 아내를 자극하였다.
그 이름도 정다운 '진미집'......진미집에서 나오는 불고기 냄새였다.
아내가 "불고기 냄새 쥑인다. 우리 먹고 갈까?"
반가운 소리였다.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실내에는 달달하고 향기로운 돼지 불고기 냄새로 가득하고
테이블에 젊은 사람들이 남녀로 그룹을 이루어 빼곡히 앉아서 소주병을 놓고
돼지 불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얘기를 주고 받는 소리로 넓은 홀 안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도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서 빈 테이블에 앉았다.
젊은 써빙 총각이 왔다.
돼지 불고기 2인분 김밥 1인분 참이슬 한 병을 주문하였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좀 늦어 지더라고 차례대로 나올거니까 잠시 기다리세요" 라는 말을 하고서 갔다."
밖에서 볼 때는 안에 아무도 없을 것 같았는데 가득 찬 젊은 이들을 보고서 깜짝 놀랬다.
한 참 후에 불고기와 김밥 된장과 마늘 상추와 김치등이 나왔다.
'참이슬'을 작은 잔에 따라서 '건배!'를 하며 늙은 우리 내외는 멋적게 웃었다.
이영철이 손자가 오며는 꼭 이 '진미집'에 가자고 졸라서 꼭 들린다는 말이 생각났다.
노인 내외는 우리 둘 뿐이었다.
모두가 2-30대의 젊은이들 뿐이었다.
벽에 메뉴표와 "숨은 맛집'이라는 선전 문구가 포스터처럼 붙어 있었다.
진미집은 오랜 전통이 있는 맛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