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어제는 '신록' 비 온 뒤엔 바로 '녹음'

정일웅 찻집 2023. 5. 7. 21:15

길주 광래와 봉동에서

국수 한 그릇씩으로 점심을 때우고 송광사를 거쳐

상관면,내아리, 길주의 '물안개 계곡'에 가서

그가 가꾸고 있는 농장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기다리던 단비가 그친 뒤 

전주천이 제법 '川'답게 굽이치고

경사진 바윗길을 흐를 땐 

와르르르, 쫘르르륵 소리를 지르며

씩씩하게 달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하루 이틀 사이에 신록이 녹음으로 변했다.

천변에 초목들이

어느 새 꽃들을 거두고

씩씩한 녹색 잎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씩씩하게 자라는 풀들의 생명력에 감탄을 하던 중

상범이 생각이 나는 것은 어인 일일까?

 

어제 둘째 아들 인범이와 그 가족이 다녀 간 뒤에 첫째가 보고 싶어진다.

천변 걷기를 하는 도중에 큰아들과 통화를 하여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첫째 아들 '정 상범'

첫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는데 정말 그러나 보다.

인정 많은 것이나

눈물 많은 것이나

성질 급한 것이나

즉흥적인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것 등

나를 너무 닮았다.

씨도둑은 못 한다는 옛 말이 있는데

유전의 법칙은 정확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내가 신혼 생활을 하던 임실에서 아들 삼형제를 낳았다.

딸을 낳고 싶었지만 하느님은 나에게 딸을 주시지 않았다.

세째 '상원'이를 네살 때까지 여아의 복장을 입혀서

나의 자전거 앞에 태우고 다니며 딸처럼 키웠다.

 

아들 삼형제가 오는 6월 17일(부모 결혼 기념일)에 우리 부부의 '금혼식'파티를 한단다.

 

사는 재미가 이런 것인가.

사소한 즐거움,

작은 기대,

아기자기한 행복감,

덧 없이 흐르는 세월을 감지하지 못한 채

하늘에 구름 흐르듯

아는듯 모르는 새에 세월이 흘러가고

몸도 변해가고

생각도 변해가고

욕망은 작아지고

마음도 약해지고

기대는 희미해져 가고

웃을 일도 ,

슬퍼할 일도

끼뻐할 것도

기대할 것도

 

하늘에 구름이

생겼다 흩어지고 없어지듯

 

그렇게 나도

소리없이 

사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