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의 비
병태가 가고
스무날 정도 밖에 안된 날
용섭이가 가고
아직
안 갔는지 못 갔는지
땅위에서 숨쉬고 돌아다니는 우리 다섯 명
길주, 운기, 일웅, 광래, 기환........
조의금 모아서 광래가 보내기로 하고
오늘 운기의 여든 세 번 째 '귀 빠진 날'이라
광래가 점심을 쏜다고
옥정 호숫가의 '옥정 매운탕'집에서
'송어 회'와 매운탕을 주문 예약하고
들렸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넓은 홀이 손님으로 가득하고
주차장에 차가 가득 찼다.
어제 저녘부터 시작한 비가
새벽에도 낮에도 그치지 않고
지금 저녘때 여섯시가 되었어도 그칠 기미가 없다.
빗줄기가 세지도 않고
바람이 불지도 않아서
차분하게 오래 오래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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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있어도
아내와 나는 걷기 운동을 했다.
걷기운동을 하면서
레지오 쁘레시디움의 활동 보고를 해야 할
'묵주 기도'때문에 꼭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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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낸 편지
내마음에
불씨를 살리는 숨결
그것은 당신의 입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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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저만치서 산넘어 옵니다.
그 겨울을 맞으러
황량한 들판에 서 보았습니다.
장안산 뒤에 겨울이 보입니다.
장안산 꼭대기는
머리에서 어깨까지 흰 서리꽃 목도리를 감았습니다.
서있는 발 밑에
말라버린 풀숲 사이에
노란 들국화 한송이가 나를 미소짓게 합니다.
올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사랑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그리워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보고싶어 애를 태울 수 있을까
그리워 할 사람이 당신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내 마음의 잿더미 속에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씨가 남아있었나 봅니다.
조용히
그
불씨에 바람이 불어옵니다.
조용히
그 불씨가
조금씩 조금씩 밝은 빛을 내며 타오릅니다.
그 불씨를 살리는
가녀린 바람.....................................
그것은
당신의 숨결이었습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