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윤선생 그는 그야말로 성인처럼 살아온 조용한 사람이었다.
나와 그의 교우 기간은 정말 짧고 깊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만나서 나누었던 대화 몇마디에
그의 언어에 숨겨있는 진실성이야말로
나를 감동시켰고
결코 남에게 칭찬을 듣고자 어떤 일을 하지않는
성인같은 사람이었다.
같이 성당을 다니던 사람들도 그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그가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은빛합창단을 맡아서
나이 많은 여성들을 모아 합창을 가르치고
많은 노인 여성들이 인생의 황혼에도
아름다운 화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노래하는 가운데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말없이 실천해온 성인같은 합창지도 선생님이었다.
그는 췌장암을 오래 전부터 앓고 있었다.
생을 마감하기 3-4개월 전까지 합창지도를 하였던 그가
남에게 알리지도 않고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나도 그의 장례식이 다 끝난 후에야
김경주 형님으로부터 그의 임종 소식을 들었다.
그가 나에게 은빛 합창단을 맡아서 지도해 줄것을 부탁하였지만
나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정중하게 거절을 하였었다.
그가 한 달 쯤 전에 문청자씨에게
정일웅 안드레아를 만나서 은빛 합창단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라고 하였다며
문청자님이 나를 만나서 합창단을 이어 주라고 부탁을 하여왔다.
하지만 나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게 어렵다고 정중하게 거절한 것
그게 마음에 걸려 아려온다.
내가 사경증만 없었더라도
아마 그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났다니
더욱 가슴이 아려온다
오정윤 선생님께서 몇개월 전에 쓰신 그의 시집에서
시 한편을 골라 여기에 올린다.
그의 영혼은 이 시간
자기의 주검앞에서 가족들의 통곡 소리를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망자의 노래
오 정윤
장례식장 입구
저승 가는 좁은 길목, 발아래
툭 떨어지는 솔방울 하나
까마귀 옷을 빌려 입은 문상객들은
따오기 소리 한 웅큼 나누다가
하얀 담배 연기 둘둘 말려 실려 가는
망자의 마지막 운구 행렬
잠시 잘못 본 별빛인 듯 반짝이다가
라이터 불씨 흩날리듯
숨은 얘기 노을 뒤에 파묻으며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저 목쉰 울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