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결혼식 1973년 6월 17일 새벽 벽에 붙은 괘종시계가 네 번 느릿느릿 둔중한 소리를 내며 울릴 때마다 말아놓은 강철 나선형 스프링의 울림의 긴 여운이 깜깜한 어둠을 타고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바르르 떠는 철사의 진동이 마지막 멎을 때까지 수많은 맥 노리를 반복하며 가늘어져 마침내 그 꼬리를 감추고 또다시 정적 속에 개구리 우는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똑' '똑' '똑' - '똑' '똑' '똑' - 작은 소리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바로 내가 누워있는 머리맡의 격자문의 문살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선생님-!" "정선생님-" 가느다란 여인의 목소리였다. 그렇다. 낯익은 목소리 그 소리는 분명 그녀의 친구인 '영희'의 목소리였다. "누구여-!" 얼떨결에 묻는 나의 말에 그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