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악몽(惡夢) 이튿날 아침 무거운 발걸음을 학교를 향하여 옳기고 있었다. 어제와 오늘 사이가 몇 달이 지난 듯 어제의 일이 오래 전에 꾼 악몽처럼 느껴지고 학교에 가 봤자 아무도 없을 것 같은 허전한 마음이 나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였다. 직원회의는 '남숙'이의 죽음에 관하여 모두 비통한 마음을 토로하였고 학생의 안전 지도에 관한 말들이 오고 갔다. 회의를 마치고 쓸쓸히 출석부를 뽑아 들고 나의 학급 교실로 향하였다 오늘 따라 교실 안은 너무나 조용하였다. 아이들은 모두 조용히 앉아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는 척하고 있었다. 너무나 숙연하고 슬픔 속에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가까스로 진정하고 있는 '남숙'이에 대한 나의 그리움과 불쌍함과 처량함에 문득 문득 치솟아 나려는 눈물샘의 자율신경을 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