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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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2021년을 보내며

정일웅 찻집 2021. 12. 31. 21:03

4시간이 지나면 올 해가 간다.

몸이 여기저기 망가져서 종합병원이라 할 만큼 많은 약을 먹는다.

심장에 스텐트시술을 3곳을 하여 혈전 용해를 위한 약을 먹고

신경정신과에서는 불면증 때문에 스틸녹스, 신경과에서 목의 디스토니아(사경증)에 관계되는 약을 먹고

안과에서 황반변성의 진행을 막는 약, 혈압약, ........

끼니때마다 아내는 나의 약을 챙겨서 약쟁반에 담아놓고 시간을 맞춰 먹인다.

하기야 78년을 살았으니 옛날같으면 벌써 백골이 진토되고도 남을 세월을 살아있다.

 

김영환이가 치매로 병원에 있다가 몇 달 전에 갔고, 조재천이도 갔고 이태현, 지정환 신부님, 서석기 신부님......

배익환이가 죽은지도 몇 달이 흘렀다.

문 명,  김 민주, ......

생사를 알 수는 없어도 요즘 눈에 보이지 않는 아파트 내의 최근호.  양상렬님. 등등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많은 지인들에게 송년 메시지를 보냈다.

 

오랜만에 누이 동생 춘희와 전화를 했다.

안나의 소식도 듣고 외손주들의 소식도 들었다.

코로나와 오미크론인가 하는 것 들에게 기가 죽어 온 세상 사람들이 벌벌 떨고 있다.

내가 죽는 것이야 두렵지 않으나 홀로 남겨질 아내 프리스카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과 가련한 마음이 겹쳐저 눈물이 핑 돈다.

빠르게 걷기가 불편하고 사경증은 낳기를 포기한 지 오래이다.

삶이 권태로와지고 조그만 심적 충격에도 염세주의와 우울증세가 밀려든다.

 

영화를 많이 보아도 큰 감동이 없고

방에 가득찬 악기들을 보아도 흥미가 없다.

 

전북 미술대전에 입선하고 특선하여 메달을 받던 그 때의 열정

시골에서 마당 한쪽에 화실을 짓고

벽면 천장에 까지 나의 켄버스에 그린 그림들이 가득 차고

박남재화가 교수님, 김춘식작가 이영태작가, 안창옥작가, 이동근 작가 등과 술마시고 그림에 대한 얘기를 하고

박두수 화백과 낮에 그림그리고 밤에 마시기 시작한 술이 새벽에야 헤어져서 집에 오던 그 정열...........

유화 물감 유화 붓 나이프

아크릴 물감 쌓여있는 켄버스 켄트지 도화연필 지우개

 수많은 공구 전동공구 조각칼 소조주걱 석고 찰흙 지점토 ............

 

찬 눈이 수북이 쌓인 눈 위에서 설경을 그리며 추운줄도 몰랐던 그 옛날의 정열이 언제 이렇게 식었나.

 

알토, 소프라노, 태너색소폰,

아코디언, 해금, 첼로, 피아노, 키보드, 클라리넷, 트럼팻, 기타,  우크렐레, 플룻, 열개가 넘는 톰보 하모니카,  

수많은 리코더, 내가 사랑하던 악기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며 내가 만져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눈 짓을 보내도 나의 감흥이 살아나질 않는다.

색소폰과 플룻 드럼 키보드로 이루어진 악단을 이끌고 밤에 공원을 다니며 연주하고 지휘하던 그 정열이 까마득이 식었다.

내가 사회를 보며 지휘를 하면 나를 송해선생님 같다고 칭찬하였다.

 

임실성당, 금암성당과 솔내성당에서 17-8년동안의 성가대를 지휘하던  나의 젊었던 시절

젊은 청년 남녀들을 거느리고 성가 연습 후에 맥주를 밤늦게까지 마시던 그 패기와 정열

 

학석초등, 임실초등, 청웅초등, 지사중, 이리남중등 임실고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합창단을 조직하고 대회에 참가하던 일.........

지자 중학교와  임실고등학교에서 부라스 밴드를 조직하여 행진곡을 불며 시내를 활보하던 때

 

강당에서 수많은 교사들이 집단 교육을 받을 때..............중간의 쉬는 시간에 마이크를 잡고 군중에게 농담으로 그들을 웃게하고 그 들 앞에서 "명태"노래를 감정을 다하여 우렁차게 불러 청중을 사로 잡았던

그 교사 시절이 그리움으로만 남았다.

 

성탄시기와 부활시시가 돌아오면

성탄 부활절에 성가대들의 4부 합창을 지휘하며 가르쳤던 그 아련한 추억이 꿈을 꾸는 듯 .....나는 미소를 짓는다.

늙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이 밤...... 지난 날의 그 아름답던 추억이

달콤하게 나를 미소짓게 한다.

 

오늘 밤엔 그 시절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2021년 12월31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