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공황장애
아득한 꿈속에서 들려오듯 전화 벨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아무도 받지 않는다. 방안에 아무도 없나보다. 울리던 벨이 그치고 조용하다 골치가 지끈거리며 온몸의 신경이 죽은 듯 몸을 추스릴 수가 없어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때르르릉---------' '때를르릉---------' '때르르릉---------' '때를르릉---------' .......... 줄기차게 벨이 울렸다.
온몸에 힘이 빠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때르르릉---------' '때를르릉---------' 전화를 받기는 받아야 시끄럽지 않을 텐데.... '때르르릉---------' '때를르릉---------' 죽을 힘을 다하여 겨우겨우 눈을 뜨고 전화기 있는 쪽으로 기어서 몸을 옮겼다. '때르르릉---------' '때를르릉---------' '때르'-- ,'딸그락' 나의 손이 수화기에 닿아 수화기를 전화기에서 떨어뜨렸다. 떨어진 전화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친구 '의신'이의 목소리 같았다. 겨우 힘을 내어 수화기를 들었다. "아!'나의 목소리가 확인 되자 수화기에서 화가 치민듯 욕설이 텨져나왔다. "야이!! 씨발 놈아!!! 왜 전화를 인자사 받어!!!" "야이 짜식아!!! 나 지금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죽겄다.!! 끊어라!" "너이 ---씨---발-놈!! 어떤 놈허고는 술 쳐먹고 임마? ---빨리 나와!!! 나시방 병원일로 약올라 죽겄승게 빨리나와 임마!! " "거그 어디냐?" "신씨네 설렁탕 집이다! 나! 약올라서 혼자 술 먹을라고 헝게 술이 안들어간다. 빨리 나와라 !" "개 쌔끼!!! 알았어 임마!! 술도 안깼는디 씨발놈 참 사람 환장허게 만드능만!!! 기달려 새꺄!!!"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앉았다. 방안에 아무도 없다. 방문을 열고 거실을 보았다. 둘째 인범이와 상원이가 딱지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 "인범아1 다들 어디갔냐?" "할머니는 놀러가고...성아는 나가고 ...... 엄마는 몰라!!!"코를 훌쩍거리며 초등3학년 된 둘째가 말 하였다.
나는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고 밖으로 나오며 "아빠!! '의신'이 아저씨 만나러 간다고 엄마오면 말혀라 잉??" "응!!" 아파트 정문에서 택시를 탔다. ............... "야!! 이 새끼 오는 구나!!!어서 와라 방갑다.!~!" "병원에서 먼 일 있었냐???" "원장허고 월급때문에 말 다툼 좀 혔다....자 한잔 받아라!!" 그는 병원의 사무장을 하고 있던 친구였다. 나와는 초등학교시절에 동창이었고 초등을 졸업한 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우연하게 병원에 들려서 그를 보게되었고 그가 임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줄곳 나의 다정한 술친구가 되었었다.
"자! 기분 풀고 ! 한 잔 허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육 한 사라가 초고추장과 함께 안주로 나와있었다. "술 한잔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짜르르-'하는 아픔이 식도에서 전신으로 퍼지며 나의 몸이 감각기관에 이상이 생긴듯 사지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듯 하다간 전신이 조금씩 떨리고 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것이 이젠 발가락 끝에서 심하게 저림 현상이 나타나서 차츰 발 등과 발목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발 저림이 지나간 자리는 차다차게 차가운 느낌이 들며 빳빳이 굳어 움직이기가 힘들어졌다.
손가락 끝에서 또다시 저림현상이 나타났다. 저림의 느낌은 양손의 손가락을 타고 손바닥과 팔목을 타고 점점 위로 올라오며 저림현상이 지나간 곳은 차갑게 냉동된듯 굳어지고 있었다.
병원에서 근무하며 반절은 의사가 된 그 친구는 나의 몸에 이상이 생긴것을 빨리 알아차렸다.
차디차게 얼음처럼 식은 이마에서 진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 "야! 의신아! 나 몸이 이상하다 집에 빨리 들어가 봐야 할랑가보다!" 걱정이 된듯 그가 일어나 나를 부축하며 길로 나가서 택시를 잡았다. 그는 나를 택시에 밀어 넣고서 "야1 너! 무리했능갑다! 빨리 들어가서 푹 쉬어라!" 택시에서 내린 나는 아파트 정문에서 1층에 있는 집까지 걸어오면서 수십번도 더 쓰러질 듯한 현기증을 느끼며 가까스로 걸어 들어왔다. 집안에 들어온 나는 후다닥 옷을 벗어던지고 이불을 깔고 그 위에 들어 누었다.
잠시 멈췄던 손발의 저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덜덜덜 몸이 떨리도록 저려오고 그 저림은 신체의 말초에서 점점 심장을 향하여 서서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서운 공포가 나를 집어삼켰다. '죽음! 죽음이 바로 이거다. 나는 지금 죽고 있구나 이 저림의 현상이 심장에 이르르면 나는 죽게 되는 것이구나!' 양 쪽 다리의 허벅지가 저리기 시작하고 그 저림이 사타구니를 타고 오르고 있었다. 양 손은 저림이 팔꿈치를 넘어 어깨를 향하고 있었고 저림이 지나간 곳은 차디찬 얼음처럼 굳어가고 있었다. ............. 정신이 아득하였다. 아내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상범이는 어디로 나갔는가? ............. 후다닥 일어나서 다리를 주물러 보았다. 주먹으로 머리를 때려도 보았다. 벽이 머리를 부딪쳐 보았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 '가야한다. 응급실로 가야한다.' 내복만 입은채로 나는 황급히 거실로 나왔다. 놀고있던 꼬마 인범이와 상원이가 깜짝 놀란듯 나를 쳐다보았다. ...... "상원아!" "응?" "엄마 오면 아빠가 아파서 인범이하고 예수병원갔다고 말혀! 잉?" "예수병원이다 알았냐?" "응! 근데 아빠 왜 그래?" 여섯살 난 상원이는 놀라서 멍! 하니 앉아 있었다.
인범이 손목을 잡고 내복만 입은 채 신도 신지 못하고 양발바람으로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아파트의 마당엔 눈이 얼어붙어 녹지않고 있었다.
기적인가? 아파트 안 까지는 택시가 들어오는 일이 없는데 빈 택시 한대가 나 있는 쪽으로 스르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얼른 택시 문을 열고 인범이를 끌고 들어갔다. "얼른 예수병원 응급실로 갑시다!" ........... "이 택시는 지금 '콜'해서 오는 택시인데요! 저 밖에 서있는 사람들이 불렀는데요!" "아니요! 제가 지금 죽어가고 있으니까 빨리 저부터 예수병원 응급실로 태워 주셔요!" ............. 나의 몰골을 본 밖의 사람들은 평소에 나를 알던 사람이었는지 나의 몰골이 수상하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급히 타는것으로 봐서 응급한 일이 있나보다 생각했는지 기사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으로 말하여주었다. .... 택시는 바쁘게 비상등을 켜고 달렸다. ............ 나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인범아!" "응?" "아빠! 여기(등을 가리키며) 좀 니가 주먹으로 때려봐!" 인범이는 놀란 눈이 커져가지고 작은 주먹으로 타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이윽고 택시는 예수병원 응급실에 당도하였고 응급실 안에서 침대를 밀고 두 사내가 택시옆으로 나왔다. 그들은 나를 들어 태우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응급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우루루 몰려온 간호사가 나의 팔뚝에 혈압기 튜브를 감고 입안에 체온계를 넣어 주었다.
이상하게 저리던 기운이 사라졌다. 몇사람이 나에게 다녀가고 증상을 물었다. 나는 느낀데로 말하여주었다. 간호사가 오더니 팔뚝 중간에 링거 주사 바늘을 꽂고 사라졌다. 나는 침대에서 누운체 응급실의 끝 쪽 벽까지 떠밀려 갔다. ................. 살았다. 내가 죽지않고 분명히 살아있다.
손과 발 허벅지 사타구니까지 번지던 그 무서운 저림 증상이 사라졌다. 꿈을 꾼것 같았다. ............ 놀란 아내가 택시를타고 병원안으로 들어 와서 나를 찾아 왔다. 택시값을 받지 못하여 서성이던 기사에게 택시비를 두배로 주고 왔단다. 죽는 줄로 알았던 내가 멀쩡하게 살아있는것을 본 아내는 우선 안도의 한숨부터 쉬었다. .............. 입원치료를 해야한단다. 6층 몇호실인가로 이동되었다. 나의 병명 카드에 알수 없는 용어로 무슨 기호가 씌여 있었다. 간호원에게 물었다. "저기요 제 병명이 뭔가요?" "공황장애"입니다. 간호원은 간단하게 대답하고 사라졌다. '공황장애?' '공황장애!' 비행기 뜨고내리는 곳은 공항이고...... 공황이 뭐고 장애는 뭔 말인가??? ................ 아무튼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은 후로는 언제 내가 아팠느냐는듯 멀쩡하게 낳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 약 드시고 나서요....기분이 너무 좋아지면 말씀하셔요!!!"
'기분이 너무좋아지면.....''???????' 그게 무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뜻을 알 길이 없었다.
내가 입원한 병동은 신경 정신과 병동이었다. 내가 정신병 환자라니....어처구니가 없었다. 공황장애는 사망에 이르는 병은 아니며 중추신경의 불안정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있는 어떤 공포의 감정이 극대화되어 자신이 죽어간다는 공포에 휩싸여 간접적으로 죽음을 경험하게 되며 심한 불면증을 수반하고 발작이나 온 몸의 신경장애를 주기적으로 느끼게 되는 병이란다. 나에게는 1회에 자낙스..6알 토프라닐...6알을 동시에 먹는 처방이 내려졌고 하루 세번 이 약을 복용하고 있노라니 전혀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심리적으로 안정도 되고 어떤 장애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약의 양을 스스로 조절하여 점점 줄여나가면서 발작 상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라는 의사의 충고를 듣고 일주일 만에 퇴원을 하였다. 지금도 약을 먹지 않으면 심한 불면증이 생겨 잠을 이루지 못한다. 수 이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지금도 나는 하루에 한 번씩 자낙스 1알과 토프라닐 1알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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