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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란처럼 살아온 나의 이야기/52. 장수 계남중학교 교장이되어

52. 장수군 계남중학교 교장이 되어

정일웅 찻집 2016. 7. 7. 14:18

 

52. 장수군 계남중학교 교장이 되어

 

계남중학교는 장수군 계남면의 논 벌판의 끝자락에 있었다.

학교의 진입로에 메타쌔콰이어나무가 양편에 줄지어 수십 그루 서있고

국제 규격의 넓은 축구장이 있는 운동장엔 200m 트랙을 제외한 곳에 잔디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운동장의 맨 가장자리에는 빙 둘러 작은 도랑이 흐르고

맑은 도랑물엔 도랑 새우’ ‘징거미’ ‘가제송사리’ ‘소금장수들이 조용히 살고 있었다.

운동장 끝에 언덕을 오르는 계단이 있고 계단 위에 2층으로 지어진 기다란 교사가 우뚝 서 있었다.

화단에는 홍매화를 비롯한 국화, 모란, 철쭉, 향나무, 회양목 등 많은 꽃나무와 꽃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었다.

 

교장실에서 남쪽 유리창으로는 넓은 논 벌판과 아기자기한 마을이 보이고 마을을 품고 있는 장안산과 하늘의 구름이 적막 속에 잠들어 있는 듯 고요한 시골 풍경이 내 마음에 온갖 세속의 근심걱정을 씻어주는 것 같았다.

소규모의 학교라서 1.2.3학년 전교생이 51, 나를 포함한 전 교직원이 12명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박 노신교무부장은 체육선생님이었는데 씨름선수였단다.

큰 키에 우람한 체격, 점잖은 말씨와 겸손한 태도,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 학생들을 사랑하고 직원들을 통솔하는 데 교감을 대신한 강한 리더십까지 겸비한 선생님이었다.

교감 승진 점수까지 이미 구비한 능력자였다.

 

박 노신 선생님이 교감 역할을 다 해주었기 때문에

나는 정말 편히 지낼 수 있었다.

 

나와 풍남여중시절 같이 근무했던

여선생님 김 정원은 연구부장을 맡고 있었고 장수군 전교조 지부장의 역할을 맡았었다.

전교조의 이상형 선생님답게 학생들을 사랑했고 ,

명석한 두뇌와 기민한 판단력과 언어 순발력이 뛰어난 선생님으로

학교행사의 모든 일에 적극적 협력을 하는 훌륭한 전교조선생님이었다.

 

영어과 박 병철선생님은 명랑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학생들을 동생처럼 사랑하였고 또한 영어’ ‘독어의 즉석 통역이 가능한 실력파 교사였다.

그는 나를 장형님처럼 대하고 스스럼없이 다정다감하였다.

사회과 박 태호선생님은 학생부를 맡고 있었고 과묵한 성격에 학생들 사랑이 극진하여 많은 학생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영어과의 정 란영선생님, 음악과의 전 희주선생님,'유 미선'선생님..........모두 착하고 훌륭한 선생님들이었다.

 

창밖의 풍경처럼 직원분위기도 조용하고 학생들도 말썽을 부리지 않았다.

천당이 따로 없구나.....이런 곳이 천당이지...............

낙서장에 나도 모르게 써 내린 글이 있다.

 

<지상 낙원>

 

저는요 지금

지상 낙원에 와 있답니다.

 

열두평 작은 방에서

커튼을 걷고 창밖을 봅니다.

네 개의 유리창이 그림으로 보입니다.

 

맨 아래 오른편 그림에는

무궁화 보라색 꽃이 줄지어 늘어서서

운동장으로 내려갈 순서를 기다립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꽃들은

수줍어 얼굴을 가리고 웃습니다.

 

사루비아 꼬마들이 무궁화의 치마를 잡고

같이 가자고 졸라댑니다.

 

윗 편 그림엔

녹색 양탄자 펼친 운동장

운동장 가장자리를 빙빙 돌며

작은 소리로 노래하는 도랑

그 위로

벼이삭 쓰다듬는 산들바람이 노니는 넓은 뜰

햇빛 조각들이 반짝이는 비닐하우스의 지붕들

 

그 뒤에 조개껍질처럼

이마를 마주 대고 속삭이는 작은 집들이 있네요

 

진짜 멋있는 건

파란 바탕색 위에

우뚝 솟은 장안산의 머리와 어깨에서

모락모락 피어나 커지는 하얀 목화 꽃

 

겹겹으로 세워놓은 녹색 병풍

!

그 아름다운 그림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쓰르라미의 유창한 노래에

키 큰 플라타나스 잎들이 박자를 맞춰 춤을 춥니다.

모든 소리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또 들립니다.

이층에서 나는 풍금소리와 아이들의 노래 소리

 

....-제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하기....

아스라이 들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와 학생들의 웃음소리....

 

들소들이 뛰고 노루사슴 노는.....’

 

언덕위의 집노래곡조로 된 끝 종소리가 들립니다.

박자국소리와 천사들의 까르르 부서지는 웃음소리가

가까워 집니다.

 

보이는 모든 자연이 아름답고

같이 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아름답고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아름다운

이곳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입니다.

 

나는 하루종일 천국에서 사는

이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여기가 어디냐구요???

귀 좀 가까이....혼자만 아셔요!!!

 

전북 장수군 계남면 계남중학교예요

 

 

 

 

 

.....................

눈이 많이 내려서 통근차로 집에 가지 못하고 관사에서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잠을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엄청나게 눈이 쌓인 운동장과 장안산 논 벌판을 보는 것은 장관이었다.

.....................

 

<눈내린 아침>

 

장안산 깊은골짝 초막집에 군불떼고

소주한잔 벗삼을 때 산새울음 그친밤

문풍지 자장가소리 나그네를 재우네

 

문풍지 소리따라 밤새도록 눈이왔나

아침해 떠오르니 온세상이 바뀌었네

햇빛이 눈위에놀며 나그네를 부르네

 

햇빛이 뛰놀아도 자국하나 남지않네

나그네 햇빛좇아 조심조심 걸어도

발걸음 닫는 곳마다 순결이 짓밟히네

 

.......................

 

장수군 교육청엔 나와 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학교의 경영에 적극 협조하여 주었다.

 

장수군내의 중등학교 교장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강습동기생이거나 옛날부터 잘 아는 사람들이어서 처음 교장을 나간 나였지만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고 행복하였다.

..........................

가을이 깊어 졌다.

 

장안산에 단풍이 들었고 학교진입로의 메타세콰이어의 잎들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학교의 장학지도가 있는 날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출근하였다.

교문에서 진입로와 학교 주변이 나뭇잎 하나 없이 깨끗하게 비질이 되어 있었다.

 

누가 이렇게 일찍 청소를 했을까?

현관에 들어섰다.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

 

현관 복판과 복도에 어제까지 없었던 탁자가 놓아져 있고 탁자는 하얀 천으로 덮어 마루까지 늘어지고 탁자위에는 아름다운 풍란 분경작품이 깜찍하게 제작되어 진열되어 있었다.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얼른 보아도 20여개의 분경들이 제각각 독특한 형태로 아름답게 제작되어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낮고 긴 타원형 수반에 기이한 바위 형태의 돌들이 우뚝우뚝 세워져있고

바닥은 녹색 이끼로 덮어 이끼는 넓은 초원 같았다.

우뚝 세워진 돌 위엔 풍란이 수줍게 하얀 뿌리를 내려 감고 있었고

 

풀고사리콩짜개 란마삭줄‘ ’아기 눈물 꽃이 어울려

 

계림 풍광의 축소판을 보는 듯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보는 듯 .........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이들 분경작품에 빠져있을 때,

 

현관 옆의 교무실에서

박 태호선생이 천천히 나오며

 

교장선생님! 일찍 출근하셨네요....!”

 

! 벌써 나와 교무실에 있었어?”

 

오늘, 장학지도 오신다 해서 일찍 나온 아이들하고 같이

 

제가 평소 만든 것들을 한 번 진열해 보았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걸 박 태호선생님이 만들었다고???”

! 제가 취미로 만드는 건데 학생들도 배우는 애들이 많이 있어요

 

보통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교사가 있다니.....

........................

 

 

<들꽃 전시회>

 

박 태호선생님을 교장실로 불러서 담소를 나누었다.

지난 번 장학지도 때 좋은 작품 내주어서 정말 고맙네

-! 제 취미 활동인데요 뭘~~!”

 

작품이 너무 좋아서 우리만 보기는 너무 아깝네 ....그래서 내년에는 대대적인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은데 지금부터 내년 이맘때까지

 

학생작품, 학부모 작품, 교직원 작품으로 해서 거창하게 한 번 전시회를 열고 계남중학교를 널리 알려보면 어떨까?”

박 태호교사는 눈이 번쩍 틔는 표정으로 말 하였다.

 

교장 선생님! 제 꿈이 바로 그거였는데요...”

그래~! 그럼 학생들 특기적성지도로 해서 예산을 편성해서 도움을 줄 테니까 한 번 해 보더러고.....”

~~~! 교장선생님! 제 힘 닿는데 까지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

박 태호교사는 집이 대전이라서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관사의 주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박 태호는 용이 물을 만난 듯 열심히 하였다.

방과 후에는 학생들과 작품을 만들고 휴일에는 덕유산, 장안산,을 다니며 돌을 주어 모으고

깊은 산에 들어가 각종 이끼를 모으느라

승용차의 뒷 좌석은 사람이 앉을 수 없을 만큼 찢어지고 더럽혀져 있는 것이었다.

 

싼 값으로 각종 란을 구입하여 학교의 창고에서 길렀다.

시간이 있는 학생들의 어머니들도 학교에 와서 같이 작업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말없이 준비해 나갔다.

...................

이듬해 가을이 되었다.

박 태호교사의 열정은 대단하였다.

모두 퇴근하고 없는 사이에도 그의 작업은 몇몇 학생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학부모도 시간이 있는 데로 학교에 오면서 썩은 나무뿌리나 이상한 돌들을 주워 모으고

썩은 뿌리는 가스불로 태우고 샌드페이퍼로 다듬어 풍란의 접목을 만들어 모아갔다.

...............

드디더 늦은 가을이 되었다.

 

박 태호교사가 교장실에 찾아왔다.

 

교장선생님! 이제 거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언제로 날짜를 잡을까요?”

그래 몇 작품이나 되겠어?”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1.2층 복도 양편과 계단까지

진열하여야 할 거 같은데요?”

아니~ 얼마나 많길레?”

 

그냥 날자만 잡아 주셔요 그럼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그러는게 아니야,

홍보도 해야 하고 각 학교와 기관에 초청장도 보내야 하니까,

직원들 모두 모여서 의논을 하더라고....”

..........................

전 교직원들은 긴밀히 협조를 하여

2회 계남중학교 들꽃잔치의 준비가 착착 진행되었다.

 

작년에 소규모였지만 시발점이 된 전시였기에 금년은 제2회로 하였다.

 

플래카트를 맞추고

안내장을 만들어 초대장과 함께 봉투에 넣고

홍보문안은 김 정원 선생님이 탁월한 문장력으로 작성하여

전국의 방송사와 신문사에 보냈다.

전북도 교육청의 교육감과 학무국장과 홍보실에 연락하였고

 

장수군은 물론 전북의 각 기관과 새마을운동 어머니회에 연락했다.

 

교육장과 교육청직원, 군청의 군수와 직원, 장수군 각 면의 면장, 지역 유지, 각급 기관장, 학부모, 등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전시 기간은 1주간(~)까지로 하였다.

 

나와 행정실 직원은 전시장 좌대를 마련하는데 온 힘을 모았다.

 

창고에 쌓여있는 헌 책상들을 모두 꺼내어 먼지를 닦고

현관과 1층 복도의 양편에 1m 간격으로 늘어놓았다.

 

2층의 복도에도 양편으로 진열대를 만들었다.

 

옛날에는 9학급의 학교였기에 창고에 쌓여있는 책걸상이 매우 많아서 전시대를 만드는데 편리했다.

2층의 다목적교실은 박 태호교사의 개인 작품을 전시하기 위하여 특별공간을 마련하고

관람의 동선 중 마지막을 다목적 교실로 하였다.

 

다목적 교실에 방명록을 만들어 놓았다.

 

.................

늘어놓은 책상 위에 책상 넓이로 베니어합판을 길게 잘라서 덮어

전체가 평평하게 고정시키고

합판 위를 광목천으로 덮어 책상 다리가 보이지 않게 하였다.

하얀 광목 천위에 갈대로 엮은 발을 시장에서 구입해 깔고

위에 분경을 하나하나 올려 전시를 시작하였다.

 

각 작품마다 제목과 작자의 팻말을 만들어 놓았다.

여 선생님들의 섬세한 손길로 팻말이 예쁘게 만들어 졌다.

.............

창고에서,

박 태호교사의 관사 방과 그의 자동차에서,

각 학생들의 집에 보관하던 작품까지 무려 500여점의 작품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정말 장관이었다.

 

작품들 모두 정성이 가득 담긴 기막히게 아름다운 작품들이었다.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전시가 이루어 졌다.

 

풍란 목 부작(風蘭木附作)’분경(盆景)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이런 글이 생각났다.

 

<목부작 풍란 >

 

천년의 푸르름이 생명을 다 한 후

낙낙장송 위풍이 하얗게 백골 되어

폭풍우 눈보라에 씻기고 닳고닳아

개미, , 발자국에 만년을 견디니

관솔만 바위틈에 발디디고 버티누나

 

외로운 등걸에 만년적막(萬年寂寞) 흐르고

 

백년에 한번씩 앉았다 날아가는

산새가 물어온 씨앗이 싹텃나

 

푸른 잎 흰 뿌리 가녀린 생명이

천만년 정적에서 고요를 먹는구나

 

별눈물 달이슬에 겨우겨우 목축이고

관솔에 쌓인 먼지 흙인양 품어 안네

 

 

하얀살 뿌리뻗어 관솔을 움켜잡고

잎내고 꽃피워 허공에 향기 뿜네

 

목부작 풍란으로 관솔은 다시 산다네

 

(목부작 풍란을 보며)

 

..................

연락을 받은 언론사 기자들이 속속 미리 오기 시작하였다.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연발하며 자기들 나름대로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교육감 비서가 와서 보았다.

전교조 전북 지부장이 와서 보았다.

장수군 주제 신문 기자들이 와서 보았다.

한 번 와서 본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는 이 초대형 들꽃 전시회에 감동을 받고 스스로 홍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

전시회의 플래카드가 학교현관과 교문에 걸리고

드디어 전시회 오픈하는 날이 왔다.

 

군수 교육장 각 학교 교장선생님들..........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 테이프 커팅을 하였다.

mbc, kbs, 전북의 일간지에서 모두 칭찬과 격려의 보도를 해 주었다.

 

전시회 오픈 다음 날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메스컴의 위력은 대단했다.

인천에서 어떤 들꽃 사랑 부녀회원들 수 십 명이 관광버스를 전세 내어 방문하였고

전남의 어느 중학교 수학여행 단이 장수를 경유하가다 들꽃잔치를 보러 들렸다.

 

청웅중학교 수학 여행단을 이끈 신 승기교장선생님도 다녀갔다.

나의 친지들과 교직원의 지인들이 많이 와서 감상하였다.

한 번 와서 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전시 이틀 째 되는 날

 

교육감님이 내일 오신다는 연락이 왔다.

이런 경사가 또 있겠는가?

 

문 용주교육감의 안내는 내가 직접 모시고 다니며 설명을 하였다.

그는 매우 큰 감동을 받고 시종 미소가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작품 감상의 마지막 코스인 다목적교실에서

저희 들꽃 전시회는 감상료를 받습니다.

교육감님께서는 여기 방명록에 서명하시는 것으로 감상료를 대신해 드리겠습니다.” 하였더니

그는 크게 기뻐하며 교장실로 가자고 하였다.

 

교육감은 나에게

학교의 숙원 사업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다.

보시다시피 강당이 없어서 이렇게 옹색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이걸 만드는 공간도 없어서 창고와 관사 처마 밑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또한 여기는 주민들의 문화 센터인데 학부모님들에게 이런 들꽃 기르기에 대한 실기 연수를 할 만한 장소고 없고요.....”

 

큰 강당도 필요 없고요 이 학교 실정에 맞는 아담한 강당이 하나 꼭 필요합니다.”

나는 쉴 새 없이 연달아 말을 하였다.

 

!!! 잘 알겠습니다. 1억 가지면 되지 않을까요?”

하이고~~그럼요....1억이면 충분하지요

네 그럼 내일 관리과 총무계장님을 보낼 테니 만나 보세요...”

교육감은 큰 선물을 약속하고 떠났다.

 

박 태호교사는 예쁜 작품 한 점을 교육감님께 선물하였다.

.............

수 백 명의 관람자들이 다녀간 이 전시회는 완전히 성공을 거두었다.

...............

덕분에 학교에 50평 규모의 작은 강당교실 한간이 지어졌다.

.................

나는 들꽃 전시회 한 번으로 어느 새 유명한 교장이 되어있었다.

......................

계남중학교에서 근무한지 2년이 되어갔다.

한 학교에서 2년이 있으면 이동 내신 희망서를 제출 할 수 있다.

 

통근이 어렵고 어머니가 점점 기력이 약해지셔서 가까운 학교로 와서 근무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도 누구나 다 하는 대로 내신서를 일단 제출하였지만 발령이 날지 안 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발령>

 

들꽃 전시회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와 친해진 문 용주 교육감은 임기 끝이 8월 말이고

새로 선출된 최 규호 교육감은 91일 자 부임인데....

 

91일 자 발령을 받는 교장이나 교사 들은 모두 새로운 교육감의 명에 의하여 발령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7월에 당선이 확정된 최 규호 교육감 당선자

전임교육감이 짜놓은 인사발령의 틀에 최종 결재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민선에 의하여 당선이 확정된 최 규호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부터 이미 교육감 행세를 하고 다녔다.

.......................

아직 신문에 인사이동 기사가 나질 않아서 2-3일 내엔 알게 되겠지....하며 느긋한 맘으로 기다리던 중

9시 뉴스를 TV로 보고 있을 때였다.

전에 같이 근무한 적이 있던 도교육청 장학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인사발령 소식 들었나요?"

"아니! 아직 신문에 나지 않았더군...."

"내일 아침에 깐데요"

"그래? 뭔가 소식을 들었는가?"

"오늘 최 규호 교육감이 결재 하셨다는 데요~"

"그래? 자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네 그려......나도 발령이 났당가?"

"그렁거 같어요....!"

"그려??? 어디로 났당가?"

"어디면 좋겠어요?"

"완주군으로만 가도 장땡이지~~"

"......어쩌죠?!!! 완주군으로 못 가셔서요...."

"그래? 그러면 진안군이나 김제군 정도라도 되는가?"

"인사계 팀들이 모두 형님을 '전통 문화 고등학교'로 추천하여서 새로 당선된 교육감님이 결재 하셨대요... 축하드려요...!"

 

언감생심 [焉敢生心]이란 말이 있었지

감히 생각지도 못할 일.......

장수군 꼴짝....계남중학교 교장이....

감히... 단번에... 전주시내...

그것도 ....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교장으로 발령받을 것을 꿈이나 꿀 수 있는 일인가?

"! 하느님 이게 웬 떡입니까? 감사합니다."

.....................

어머니와 아내는 나보다 더 기뻐하며 행복해 하였다.

"내가 너 가찬디로 오게 해주시라고 천주님한티 얼매나 많이 기도 헌 중 아냐?"

91세이신 어머니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차 넘치고 있었다.

 

어머니의 기도, 아내의 기도, 나와 내 가족 모두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셨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