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란히 천변 산책로를 걷는다.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청춘
혼자서 걸으면 허전하고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것 같다.
아내가 묻는다
우리 둘이서 걸으면 행복해?
그럼~ 행복하지
나도 혼자 걸으면 허전 해
연애하던 시절
아내는 스물 두살
나는 서른 살
둘이서 임실천 둑 길을
밤에 손을 잡고 많이도 걸었다.
이도리에서 성가리를 거쳐 오정리까지
오정리 골목을 걷노라면 산으로 오르는
막다른 길까지 온다.
산을 오르는 길 맨 꼭대기의 초가집
세칸짜리 본채와 작은 마당과 장독대
사랑채는
소 한마리 사는
헛간과 붙어 있는
아늑한 산골의 마지막 집
잘자!
조심해서 가세요!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은
사랑으로 넘실대는 행복이
가슴에 벅차오르고
내일 다시 만날 줄 알면서도
그리움에 가슴 떨리던 시절
결혼 한 지
오십년이 된 올 해 까지
잘 살아 왔다.
행복했었다.
가난 했던 과거의 쓰라린 아픔도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눈이 녹고 녹은 물이 말라
촉촉한 땅이 되듯
기나긴 오십년이 언제 흘러갔는지
장인 장모님 떠나신지 기억에서 멀어졌고
어머니를 보내 드린지 벌써 까마득해졌다.
이제 우리가 갈 차례
아들 삼형제
장가들어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마음 놓고 훨훨 날아서
저 하늘 나라까지
우리 둘 가고 나도
아이들은 잘 살아 가겠지
부모님 보내고서
우리가 잘 살아 왔듯이
다만 한가지
내가 가고 나면
내 아내가
혼자 외로울 때
때때로 눈물흘리며 그리워 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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