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하는 아우 치현이를 저 세상에 보내고.....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줄기차게 그림을 그려오던 아우 치현이가 지겹도록 싸우던 암 덩어리에게
어쩔 수 없이 져서 끝내 저 세상으로 가고야 말았다.
영정 사진의 웃는 모습에서 그가 마지막 보낸 편지를 생각나게 하였다.
유럽 전시회 초대를 받고 석달 뒤엔 그의 작품이 유럽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터인데 그는 소리없이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좋은 술친구요 말 벗이었고
끊임없이 이멜을 주고 받던 나의 사랑하는 아우가 없으니 내가 고독하여짐을 느낀다.
그가 보낸 편지글로는 마지막인 글이
내가 그를 마지막 봤던 교동아트센터 전시회장에서 휠체어에 맡긴 몸으로 완전히 수척해 진 모습 위에 겹쳐 보인다.
그의 편지글을 여기 적어 둔다.
(내가 화실을 방문한다 했더니 복수를 뽑으러 가야한다고 내일이나 모레 쯤 만나자던 그는 끝내 화실에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2008 nm. 12, 15
지난 주말엔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서양화)으로 위촉되어
심사 마치고 돌아 왔습니다.
제 개인으론 영광이었구요.
형님,
걱정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다 나은 줄 알았던 암,
임파선, 췌장 등으로 전이되어 버렸지요.
응급실까지 실려가는 소동을 벌렸는데
너무나 힘들어 항암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지금은 배에 복수가 차서 거북스럽고 아프네요.
내일은 광주병원에 가서 복수를 뽑아야겠습니다.
그러니 내일말고 모레도 좋고 그 다음 날도 좋습니다.
지난 2일엔 독일 함브르크의 조형작가 겸 큐레이터인 교포 방조영자선생이
한지축제에 관람온 독일작가 30명을 이끌고 제 화실에 왔습니다.
제 작품사진도 많이 촬영하고 인터뷰도 해갔는데 현지 신문에 실리고
자기 화랑 홍보용을 쓸거랍니다.
9월12일에 20일간, 바이덴스틱 갤러리에서 저는 이미 작품초대를 받았는데
일행 중 갤러리를 경영하는 분이 더 두명이 있었어요.
제 작품이 좋다고 즉석에서 초대전을 제의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세군데 갤러리에서 순회전시회를...
아파서 못간다고 했더니 작품만 보내주면 자기네들이 알아서 한다고 하네요.
화가로서 이 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렇듯 알아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건강이 뒷받침이 안되네요.
제 복은 여기까지 인가 봅니다.
요즈음 몸은 아파도 날마다 그림 그리는 재미로 삽니다.
그림 만큼은 정말 열심히 쉬지 않고 했습니다.
형님, 항상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요.
병원에 다녀와서 전화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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