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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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처럼 쓴 이야기

같이가! 처녀~~!

정일웅 찻집 2012. 8. 17. 21:28

보청기를 새로 낀 할머니의 거동이 요즘 수상하다.

장농속에서 옛날에 입던 옷을 꺼내 입기도하고

거울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잦아지고

오후 4시경이되면 외출복 차림으로 밖에 나갔다가 한참만에 돌아오곤 하신다.

 

취직시험 공부를 하는 손녀딸이 할머니의 범상찮은 모습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외출했다 돌아오신 할머니가 상기된 얼굴로 손녀딸에게 가까이 와서 말을 건낸다.

"야~! 아가~!"

"................"

"니가 보기에도 내가 처녀같냐?"

"...................."할머니의 황당한 물음에 손녀딸은 할말을 잃는다.

"내가 밖에 나가서 요 앞 골목을 돌아오며는.....어떤 젊은이가 나한테 소릴 지르며 꼬셔대는데..."

................

"할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얘요?"

"아 그 젊은 남자가 나한테.......자꾸만....

"같이 가 ! 처녀!"

" 같이 가! 처녀"!하면서 나를 부르지 않겄냐?

................

이상하게 생각된 손녀딸이 할머니가 말 하는 골목에 나가 봤다.

.

.

.

작은 트럭에 생선을 파는 젊은이가 있고

트럭의 지붕에 매단 스피커에서

"갈치가 천 원!!"

"갈치가 천 원!!"하는 녹음테프가 돌아가고 있었다.

.....................

손녀딸은 할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않아서

할머니에게

"할머니....할머니는 지금도 몸매가 처녀같아요....얼굴도 이쁘구요...."하고 웃어 드렸다.

할머니는

무척 행복해 하셨다.

그리고 더욱 삶에 활기가 넘쳐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