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一雄 自敍傳
내가 어쩌다
전통고 교장이 됐나
(전주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교장 수기)
英雄 出版社
<글을 쓰면서>
루가복음 8장 4절에서부터 씨앗을 뿌리는 농부에 대한 비유가 나옵니다.
길가에 떨어진 씨앗은 밟혀 죽거나 새들이 먹어버리고,
바위에 떨어진 씨앗은 말라죽고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은 덤불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하고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은 백배의 결실을 맺는다는 예수님의 말씀.......
나는 어디에 떨어진 씨앗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바위에 떨어진 씨앗도 광풍에 날려가 길가에 뒹굴다가 어떤 짐승의 발가락에 묻어 기름진 땅에까지 저절로 옮겨져 백배로 결실을 맺을 수도 있을법한 일입니다.
형편없는 질흙으로 만든 수저가 가마 속에서 잘 구어 져 청자(靑瓷) 수저나 백자(白磁)수저가 되어 골동품으로 대접 받는 수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세월을 보내다가 어떤 인생으로 살아 왔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만감(萬感)이 교차하며 숙연(肅然)해 집니다.
생의 고비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오 하느님 감사 합니다”.......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었고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하느님은 내 생애를 당신의 뜻대로 인도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셔서 나의 인생행로를 인도하셨습니다.
나를 이끌어 주신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의 도구였습니다.
어머니의 말씀 한마디로 어쩌다 교육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
정년퇴직까지 외길을 걷게 되었지만 결코 그 길을 걷는 동안 절망하지 않았고 후회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내가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솔직하고 꾸밈없는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나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살아오면서 부끄럽고 차마 고백할 수 없는 수많은 일상들을 다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글로써
뜻하지 않게 상처 받을 사람이 생기고
엉뚱한 오해를 부르기도 할 것이 빤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름은 대부분 실명을 사용하였지만 부득이 가명도 있음을 말씀드리고
자기의 이름이 여기에 나와서 피해를 입는 분이 없기를 바랍니다.
또한 고백하거니와 여기에 쓴 나의 기록은 처음부터 마음먹고 쓴 것이 아니라
정말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나는 문학과는 먼 거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시(詩)나 소설(小說), 수필(隨筆)도 써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워드 기능시험’을 보려고 자판 연습을 하는 도중 동창생들이 회보를 만든다면서
‘교단 수기’ 한 편을 써달라고 하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깨구락지 합창단">의 추억이 생각나서 독수리 타법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겨 차츰차츰 ‘학석 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앞뒤로 전개되어 전혀 뜻밖의 자서전 같은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므로
문맥의 흐름에 일관성도 없고 어느 한 시점에 너무나 많은 일상들이 나열되어 있으며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등장하기에 공개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나를 이해하는 친구들과 나의 자식들에게 담담한 마음으로 옛날 얘기를 하듯 나의 교직생활과 내 인생의 여기저기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천주교의 가정에서 살아온 나로서 나의 종교와 얽힌 이야기들을 많이 쓰게 되어 사족(蛇足)이 많이 붙은 느낌이 있지만 이 또한 내 인생의 한 부분이기에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로써 상처받는 이들이 없기를 하느님께 기도하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 놓으려 합니다.
2016. 월 일
정 일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