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정든 교직원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
1학기 중간고사 첫 날
오전에 3시간 시험을 치르고 청소 후에 학생들이 귀가 한다.
'딩동딩동디이잉 딩디디 딩~' 깊어가는- 가 을밤에 낮 선-타향-에....'
끝을 알리는 뮤직벨 소리가 나기가 무섭게 '우루루 쿵쾅 쿵쾅--'소리가 각 교실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빨리 청소를 마치고 집에 가려는 학생들의 조바심 때문이다.
미술실에 일곱 명의 청소당번이 우루루 몰려들어 왔다.
"너희들 시험 잘- 본것같구나. 표정이 좋은것이-" 나의 덕담에
"아~뇨! 수학땜에 떡쳐부렀어요!"
"너희들 오늘은 청소를 생략한다!"
" 대신에 여기 있는 이 액자들을 모두 강당으로 옮겨서 강당 벽면으로 빙 둘러 세워서 전시를 해 주기 바란다."
나의 작업 공간 뒤쪽에 수채화 액자 50여개가 차곡차곡 벽 쪽으로 기댄 채 정열 하여 있었다.
그동안 선생님들의 표정을 찍은 사진에서 나의 마음에 드는 표정을 골라 한 사람 한사람 그리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50여장이 되어 버렸다.
학생들이 액자 하나하나를 들춰보면서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생님! 이거 진짜로 생님이 그렸어요?"
학생들은 연필초상화의 그림이 선생님들의 얼굴을 닮았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야! ‘이 명재’다! 히히히 ..."
"이건...‘박 언래’다...여기 ‘홍섭’이 있다--‘노 홍섭’! ....."
"얘들아! 여기 좀 봐 ‘선희’다! ! ‘한 선희’여 !!......."
"‘문 명’샘이다! ‘소문자’다! ‘김 용문’ 샘이다! ‘김 상범’이다.! "...............‘미경’이 누나도 있다....
“여그 교장샘과 교감샘도 있다.!”
"야! 이놈들아! 선생님이 니들 친구냐! 함부로 이름 부르고 있어!!!"
"조심해서 유리 깨지 않도록 옮겨라!"
2절지 화판 위 중앙에 액자를 7-8장 포개어 놓고 화판 양 끝을 두 사람이 들고 옮겼다.
넓은 강당 바닥과 벽이 만나는 곳에 1미터 간격으로 초상화가 빙-둘러 전시가 되었다.
강당 청소를 하던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다.
남원고등학교 선생님들은 대부분 젊었다.
직원 친목행사를 자주 하기를 모두가 원하였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라서 교육과정 운영상 어려움이 많았다.
정기고사가 있는 날의 첫날 오후는 오전에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오후에는 귀가하기 때문에 오후에 시간을 내어서 소프트볼, 발야구, 축구, 테니스경기 등을 하며 '이백'에서 사온 막걸리도 한잔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친목행사였다.
1년에 두 번씩 전 교직원이 함께 가는 직원여행 또한 즐겁고 뜻 깊게 진행되었다.
우리가 가는 목적지는 주로 무인도이거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외딴 섬을 택하여 여행을 하는 것이 전통처럼 되어있었다.
나는 직원 친목행사를 할 때나 직원여행을 갈 때엔 꼭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직원들의 사진을 찍었다.
'니콘 FM2'
망원렌즈를 장착하여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한 사람 한 사람 찍어서 선물하는 것을 즐겼다.
학생들이 모두 떠나고
전 직원이 강당에 모였다.
친목행사 시작에 앞서 내가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선생님들!! 사랑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정을 나누며 생활한지 3년이 됐습니다.
제가 참석하는 친목회는 이번이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생활한 지난 3년은 참으로 행복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깊은 정이 들었습니다.
정든 여러분의 모습을 오래 토록 기억하기 위해서
저는 여러분 한분 한분의 사진을 오래토록 들여다보며
눈썹의 모양과 눈동자 ,입가의 주름까지를 제 머리 속에 깊이 간직하기 위하여
여러분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초상화를 그리는 동안 제 마음속으로 수많은 대화를 한 분 한 분과 나누었습니다.
그림은 도화지에 남았고
여러분의 모습은 제 머리 속에 각인되었답니다.
어설픈 솜씨이긴 하지만 자기를 닮았다고 생각되는 초상화가 있으면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모든 교직원들이 기뻐하였다.
나는 더욱 기뻤다.
교감승진 기념 선물을 그들의 초상화를 그려 주는 것으로 한 것은 뜻 깊은 일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