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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란처럼 살아온 나의 이야기/53.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교장

53.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교장으로 영전

정일웅 찻집 2016. 7. 7. 14:21

 

 

53.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교장으로 영전

 

 

 

김 대중대통령이 전북을 방문하였을 때

 

지역별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의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학교가 바로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이다.

전주시 중인동...

모악산 등산로 입구

옛날 구이중학교 중인 분교자리에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가 세워졌다.

새로운 현대식 4층의 본관 건물과 멋진 강당, 아담한 운동장 ,

미음자(‘’)형 본관 건물의 네모난 중앙에 넓은 공간은 휴식공간이 있다.

 

1층은 생활과학과...22개의 개인 조리대가 있는 조리실과 다도 체험관, 일반 수업교실 3개와 교직원 개인 연구실이 갖춰져 있다.

교육 내용은 한국의 전통음식 및 세계의 모든 요리를 공부하고 각 분야의 자격증을 획득하면서 대학 진학 공부를 한다.

 

2층은 공예디자인과로 회화실, 공예실, 소 전시실, 일반교실 3개와 교직원 개인 연구실이 갖춰져 있고

한국의 전통공예, 칠보공예, 한지공예, 전통문양,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공예를 탐구와 서양 미술까지 공부하며 대학진학 공부를 같이 한다.

 

3층은 한국회화과로 한국화 실기 실, 수채화실, 서예실, 일반교실 3, 교직원 개인 연구실이 있고

교육 내용은 한국의 전통회화와 서예, 문인화 등을 공부하며 화가나 서예가의 길을 닦으며 대학진학 공부를 한다.

 

4층은 한국음악과로 20여개의 개인 연습실과 공연실, 악기창고, 일반 수업교실 3개와 직원 개인 연구실로 되어있었다.

 

교육 내용은

한국의 전통음악...가야금, 거문고, 피리, 해금, 대금, , 장구,...등 전통악기연주와

판소리, 가야금 병창 등을 공부하며 전문인이 되기 위하여 대학 진학 공부를 한다.

.....................

 

강당은 3층 높이의 높은 천정과 2층 관람실, 농구코트, 배구코트, 베드민턴 코트, 넓은 공연무대와 조명실, 영사실, 출연자 준비실, 화장실, 체육과 교사 연구실, 자료보관창고, 등이 잘 갖춰져 있다.

.................

4층으로 된 기숙사 건물의

1층은 전교생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주방이 갖춰져 있었다.

 

2, 3, 4층에는 타지에서 온 학생들이 쾌적하게 기숙 할 수 있도록 15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 침실과 목욕시절, 세탁실, 사감실, 휴게실, 상담실이 완비되어 있다.

.......................

교육과정은 일반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특기적성을 살리기 위한 각 학과별 강사 선생님을 초빙하여 밤늦게 까지 특기신장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교의 정규교사 외에 분야별 명인 명장들이 학교에 출강하여 학생들의 개인 지도를 하였는데 강사만 해도 50여명에 이르렀다.

 

각 학과마다 정원 20

 

한 학년에 4개 학과이니까....1개 학년이 80

전교생이 240

입학 성적에 따라 선발하는 관계로 남학생 여학생이 고르지 않게 섞여 있는 혼성 학급편성이다,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각자의 소질에 따라 교육을 받아오던 학생들 중에서

학교 성적과 실기능력을 테스트하여 뽑기에 전문적 기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학생들이다.

.....................

개교하여 2년이 지나고 초대 교장인 조 용교장선생님이 정년퇴직으로 떠나고

2대 교장으로 내가 발령 받았다.

 

아직 1회 졸업생도 나오지 않았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것 도서관이 없었기에

이 한춘행정실장과 협의하여 도 교육청의 협조를 얻고

학교의 예산을 아껴서 2년간 비축한 경비로 아주 멋있는 도서관을 만들었다.

본관 3층 서쪽 옥상에 증축하여 만든 현대식 도서관은 학생들의 독서의욕과 면학분위기 조성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

하루 한 두 번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1층부터 4층까지 걷다보면 가슴에 벅찬 행복이 밀려오곤 하였다.

학생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기특한지 ......

 

1층의 '생활과학과'를 지나가면 매일 다른 음식 냄새가 그윽히 풍겨와 식욕을 자극하였다.

위생모를 쓰고 조리를 하는 남 녀 학생들은 자기가 만든 음식을 나에게 시식하여 보라고 조르는 모습은 예쁜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는 것 같았다.

 

나의 칭찬을 들으며 행복해하는 그들의 천진한 미소를 보는 것은 무엇과도 비길 바 없는 즐거움이었다.

2층의 '공예디자인과'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을 보면 준교사 준비를 하며 수채화를 배우던 나의 과거가 생각나고 이들의 그림수준은 나의 선생님 수준임을 보면서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던지 .....

 

학생들이 칠보공예를 배울 때 나도 같이 수업시간에 들어가 학생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그 때 만든 칠보공예 목타이(메달형 넥타이 대용품)를 지금도 즐겨 목에 걸고 다니는 건 아마도 그들과 같이 공부하던 시절이 그리워서 일거다.

 

3층의 '한국미술과'

 

한국화를 그리는 학생들이 있는 3층에 가면 그윽한 묵향이 분위기를 숙연하게 하고 조심스런 붓 질 한 동작 한 동작을 하는 그 진지한 표정들이 너무나 예쁘기만 하였다.

4층 한국음악과에 올라가면

은은한 가야금소리, 간장을 끊는 듯한 대금소리, 애절한 판소리의 앳된 목소리 ,가야금 병창 소리, 흔들리는 해금소리....

아담하고 조용한 개인 연습실의

출입문 유리창을 통해서 보면

자기의 음악에 심취하여 저마다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모습들이 천사처럼 예쁘게 보였다.

악기창고에서 사용하지 않는 대금 한 개를 빌려서 나도 대금을 배우기로 하였다.

박 선영대금 선생님이 소리 내는 기본을 알려주었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며칠 열심히 연습했더니 제법 소리가 났다.

 

다음엔 악보를 읽는 연습을 하며 산조의 기본을 배웠다.

아랫단(낮은 소리) ‘’ ‘’ ‘’ ‘’ ‘’ ‘’ ‘을 불면 저절로 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중간 단(중간 소리) 소리까지는 무난했으나

높은 단(높은 소리)는 조금 힘이 들었다.

 

일단 나의 입술로 부는 대금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하니까

하모니카를 불듯이 내가 불고 싶은 노래가 저절로 불어지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퇴직을 앞두고 도립국악원 대금부에 대금을 배우러 갔더니

조 재수대금 명인이 가르치고 있었다.

 

첫 날 대금의 기본을 배우는데 조 재수선생님이 나의 대금 소리를 듣고서

교장 선생님은 다음시간에는 기초반에서 배우지 마시고 심화반으로 가시지요....혼자서 많이 배우셨네요....”하였다.

 

같이 입학한 동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심화반에 가서 산조 몇 개를 더 배웠다.

......................

전통 문화고등학교 학생들은 교장인 나를 조금도 경계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할아버지에게 하듯이

어린이가 할아버지 손을 잡아끌고 가듯 내 손을 끌고 자기 작품 앞으로 데리고 가거나

오랜만에 나를 만난 어떤 아이는 품에 폭 파고들며 안기는 아이들도 있었고

두 아이가 달려들어 나의 양팔을 껴안은 채 자기의 작품을 보아 달라고 데려가기도 했다.

 

어느 일요일 교장 동기 모임이 있어 몇 명과 같이

모악산진입로에 있는 은행나무 집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들이 학교 구경이 하고 싶다 하여 함께 들렸다.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일찍 온 여학생들 몇 명이 현관에서 놀고 있는 게 보였다.

한 학생이

교장 선생님~~”하고 크게 부르며 내게 달려 왔다.

공업디자인과 임 희주였다.

희주는 두 팔을 벌리고 내 가슴에 찰싹 안겨들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등을 안아주며

일찍 왔구나?”하고 인사를 받아 주었다.

...............

신 승기교장선생님이 놀라며 내게 하는 말이 재미있었다.

어이! 정 교장! 어떻게 하면 저렇게 말 만큼 큰 여고생들이 포옹하며 달려들게 할 수가 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교장선생님한테....?”

 

ㅎㅎㅎㅎㅎ 쟤들은 학생이라기 보다 제 손녀들이랍니다.ㅎㅎㅎㅎ

 

진심에서 울어난 사랑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면

그 사랑의 마음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어 마음이 통하고 가로놓인 벽이 없어지는 가보다.

............

전통고등학교에서 내가 마음 편히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교감선생님 덕분이었다.

 

신 상균교감은 학교의 사무나 교직원관리 뿐 아니라 상황판단에서도 가히 천재적 능력의 소유자였다.

 

전주 교육대학 수석입학에 수석졸업을 한 수재 중의 수재였고

교감 강습에서도 전체 수석을 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있는 동안에 교장 강습을 갔는데 교장 강습도 전체 수석을 한 대단한 사람이었다.

인성도 매우 온화하고 겸손하여 어느 누구하고도 감정의 대립이나 마찰이 없는 그야말로 어느 한 곳도 흠이 없는 일등 교감이었다.

 

마침 신 상균교감은 본명이 바오로인 천주교 신자였고 숲정이 성당에서 레지오의 치명자 모후단장을 한단다.

그래서 종교가 같은 나와 정신적 신뢰감이 더욱 컸었다.

 

판단이 느리고 우유부단한 나는

매사에 교감선생님의 조언을 구하였고 그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 내게 권하였다.

............................

 

 

1

<한국 전통 문화 혼 불 수여식>

 

부임하고서 첫 번째 큰 행사는 제 1 회 졸업식이었다.

 

나는 일반적인 학교의 졸업식이

천편일률(千篇一律)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싫었다.

일제시대(日帝時代)부터 아무런 비판도 없이 무작정 전승되어 온 틀에 박힌 순서....

.

개식사,국민의 례,애국가 제창,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졸업장 및 상장 수여,내빈 축사,내빈 격려사,학교장 회고,송사,답사,졸업가 제창,폐식사,................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 할 때부터

어느 학교의 졸업식에 참석 해 봐도

똑 같은 졸업식 순서......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는 그 명칭부터 비범하다.

 

전통문화고등학교의 제 1 회 졸업식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쩌면 이 학교의 전통이 되어 이어질 지도 모른다.

비록 전통이 되지 않을 지라도 좋다.

 

적어도 내가 이 학교의 교장으로 있는 한

전통문화고등학교의 이름에 걸 맞는 졸업식을 거행하고 싶다.

................

어떻게 하는 것이 전통문화고의 명칭과 어울리는 졸업식이 될까?

 

이 삼일 간 곰곰 생각해 보았다.

 

전통문화......

전통문화는 우리 겨레의 혼이다.

 

겨레의 혼(‘’).....겨레의 혼 불......그렇다 혼은 불로 상징이 되기도 한다.

 

혼 불’...... 사람의 혼을 이루고 있다는 푸른빛.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크기는 작은 밥그릇만 하다는 전라 지방의 방언......

 

최 명희 작가는 혼 불이라는 소설을 썼지

전통문화(傳統文化’)가 겨레의 이라면

목숨의 불, 정신의 불인 혼을 다 바쳐 불을 지펴낸 최 명희 작가의 '혼불'이라는 소설처럼

'혼 불'이란 우리 몸 안에 있는 상징적 불덩어리다.

 

사람이 제 수명을 다하고 죽을 때 미리 그 몸에서 빠져나간다는...그 불덩어리

 

어떤 나라가 한 나라를 침범하면 침략자는 제일 먼저

침범당한 나라의 전통을 말살하려 든다.

전통문화는 겨레의 이기에

 

그 겨레의 을 없애려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우리 민족 전통문화의 핵심인 한국어를 없애려 했고

우리나라 모든 역사와 전통을 뿌리 채 뽑아내려 했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 겨레의 혼 불을 죽이려 한 것이었다.

.................

그렇다.

 

한국전통문화 고등학교는 겨레의 혼 불을 지켜나가는

혼 불의 씨앗을 기르는 학교이다.

그렇다면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의 졸업식은

겨레의 혼 불을 지켜나가는 학교답게

혼 불 수여식이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났다.

 

학교에서 그동안 배우고 닦은 전통문화의 동량재[棟梁材]들에게

혼 불을 집어넣어

살아있는 전통문화의 지킴이로 만드는 의식....

 

<한국전통문화 혼불 수여식>”.....이 명칭이 생각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어렸을 적부터 성당을 다닌 나는 여러 가지 일에서 성당과 관계를 짓는 버릇이 있다.

 

부활 전야 미사에 성당에서 근엄하게 진행하는

빛의 예식이 떠오른다.

루멘 크리~스띠~”

테오 글라~씨아~

요즘은 한국말로 번역하여

그리스도 우리의- -”

하느님 감사합니다~”

숯불에서 점화한 불을 커다란 부활초에 댕기고

부활초의 불을 신자들의 초에 옮겨 댕기는 의식.......

옳다!

부활초처럼 큰 초를 전통문화의 혼 불이라 하면 되겠다.

 

....눈을 감고 상상을 해 보았다.....

강당의 조명등을 소등하고

깜깜한 데서 교장이 전통문화의 혼 불큰 초에 불을 붙인다.

다음엔

1대 교장인 조 용선생님과 학교 운영 위원장 학생회장......세 명이 혼 불초에서 점화한 불을 들고

학교의 교훈(창조, 성실, 예지)을 새긴 세 개의 초에 다가가서

 

창조의 불....‘초대(初代) 교장

성실의 불....학교운영위원장

예지의 불.... 학생회장이 각각

3개에 에 점화한 후

의식을 시작하고

...............

졸업식의 하이라이트

한국전통문화 혼 불을 수여할 때에는

전통문화의 혼 불 초에서 점화한 작은 촛불(컵 초)을 학생 각자에게

졸업장과 함께 수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졸업식을 해 보자......

 

여기까지 생각한 것을

직원회의에 상정하고 전 직원 토의를 하였다.

우선

졸업식 명칭과 졸업식의 독특한 형태의 진행에 대한 나의 소견에 대부분의 교직원들이 찬성하였다.

 

모든 교사들이 훌륭한 예술가들이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고

학생 입장 순서와 의식의 진행순서....를 결정하였다.

 

졸업가 노래는 다른 학교에서 주로 쓰는

스코틀렌드 노래인 올드랭사인대신,

서 유석의 <홀로 아리랑>’

졸업식 가사에 알맞게 개사하여

 

전통고 아리랑이라고 명칭하고 부르도록 하였다.

한국음악과 학생들이 합주능력이 좋아서

졸업식의 모든 의식에 백 뮤직을 넣기로 했다.

서 춘영선생님 김 혜라선생님 ‘’송 수현선생님

위 세령선생님 박 선영선생님이 수고하여 멋있는 연주를 지도 하였다.

 

생활 과학 과에서는 학생 개개인이 만든 온갖 요리와 과자 케익 한과 등을 예술적으로 꾸며 학생 한명이 한 테이블씩 전시하도록 하였다.

 

공예 디자인과한국 미술과에서도 그림 공예품 서예 등 개인작품을 전시하여 강당을 꾸몄다.

..............

예상 했던 데로 제 1 한국 전통 문화 혼 불 수여식은 멋있게 진행되었다.

 

특별한 졸업식 한다는 소문을 듣고 kbs, mbc. jtv 등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취재를 하였다.

마지막

꿈 항아리묻기 행사까지 뜻 깊은 졸업식이 되었다

학교는 하나이지만

성격이 다른 4개의 학과가 있기 때문에

학교경영은 어렵기도하고 재미있기도 하였다.

 

<전통문화의 장인들>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은 깜짝 놀랄 만큼 대견하였다.

생활과학과학생들은 한국요리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요리는 물론 제과 제빵 분야까지 그야말로 조리의 장인을 양성하는 훌륭한 교육의 장 이었고

재학시절에 학생들이 최소 7-8개 이상의 조리 자격증을 획득하여 진학이나 취업은 걱정 할 일이 없었다.

공예디자인과한국미술과 학생들은 대부분 미술대학으로 진학하였고

한국음악과학생들도 음악대학에 각자의 전공에 따라 거의 100%가 진학하였다.

한국음악과학생들은 재학시절에도 이미 기능이 출중한 국악인들이었다.

 

신 상균교감선생님이 교장으로 승진하여 부안 상서중학교로 떠났다. ...............

많은 수의 직원들이 떠나고 다시 오고.....

학생들도 졸업하여 떠나고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2, 3회의 졸업식(전통문화 혼불 수여식)1회와 같은 형식으로 성대하게 마쳤다.

 

4개 학과가 번갈아 가며 연중행사를 한다.

모든 행사에 골고루 관심을 가지고 임해야하는 나의 입장으로서는 1년 내내 행사의 연속처럼 느껴졌다.

학과의 연례행사 외에도

일본과 교류학습을 하고 있었기에 매년 5월 중에는 일본을 방문하든가 일본에서 오던지 하여 특별한 손님을 치러야 하고

유럽에서 한인 작가들이 한차례씩은 들려서 실습하고 돌아갔다.

 

교내 체육대회를 하고

봄 가을 소풍을 가고

수학여행을 가고

전국 중고등학생 그리기 대회를 매년 개최해야하고

 

전국 중 고등학생 요리 대회를 개최하고

각 학과별 각종 체험학습에 참가하기 위하여 전국을 다니게 되고...

그만큼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다.

...................

...................

드디어

나에게도 정년퇴임을 할 날이 왔다.

 

~~!

416개월.........

한바탕 길고 긴 꿈을 꾼 것 같다.

하나의 생명이 이 세상에 생겨나서

죽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살아가면서...

죽지 않으려고

끝없이 몸부림치고 노력하고 허우적거리며

보다

....

어제 보다는 오늘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삶을 살아보려고 애쓰는 인생

 

어디에나 끝이 있는 법

.....................

.....................

 

정년퇴직 예정자 교육에 참가하라는 공문이 왔다.

퇴직 후에 할 만한 일거리들을 미리 알려주는 교육이라 한다.

나는 퇴직 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참가하지 않았다.

 

훈장 상신을 하라는 공문이 왔다.

 

"황조 근정훈장".....교육경력 40년 이상인 교육자에게 주는 훈장이었다

........................

........................

정년 퇴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전직원 초상화 그려 선물하기>

나의 마지막 교단생활을 같이 한 직원들에게 마땅한 선물을 줄 게 없었다.

남원고등학교에서 했던 것처럼 직원 초상화를 그려서 그들의 모습을 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기로 하였다.

초상화를 어디서 배운 적도 없었지만 남원고등학교에서처럼 직원 여행을 다닐 적에 그들의 모습을 찍어 두었던 사진을 보고 나의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한사람씩 얼굴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몇 개월에 걸쳐서 모든 교원들과 식당의 조리 조무사까지의 모든 얼굴을 그려서 액자에 담았다.

 

퇴임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직원조회시간에 깜짝쇼를 하는 기분으로 이들에게 초상화를 배분하였다.

초상화는 개인에게 나누어 주고 전 직원의 초상화를 작은 앨범으로 만들어 같이 나누어 주었다.

그 앨범 첫머리에 나는 이렇게 썼다.

 

교단을 떠나며

 

세월은 나를 싣고

잘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415개월을 반추하는 이 시간

196641일 교단에 첫 발을 디디던 부임 광경이

빛바랜 사진처럼 아련한 추억으로 되살아납니다.

 

아름다운 이 곳!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는

수많은 사연을 담은 교직 생활을 마감하는 곳이기에

영원히 마음의 고향이며 추억의 보금자리입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당신의 모습이

내 가슴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도록

하얀 내 마음에

머리카락도 세어서 그리고

속눈썹과 입술의 주름도 헤어 보았습니다.

입가에 미소와

바라보는 눈동자의 속삭임도

담으려 애를 써 보았습니다.

 

오랜 시간

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주고받은 얘기는 우리의 가슴 한 편에

전설처럼 남아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주고받은 얘기는 우리의 가슴 한 편에

전설처럼 남아있을 것입니다.

 

떠나는 저의 뒷모습에 보내는

님들의 눈길이 따스할 수만 있다면

행복 충만한 마음으로 사뿐히 걸어서 가렵니다.

 

내내

건강하소서

행복하소서

서로 사랑하소서

 

20078

정년퇴임에 즈음하여

 

정 일웅 올림

 

 

 

자기를 닮은 초상화를 받아들고 모두들 기뻐하는 모습이 나를 행복하게 하였다.

 

드디어 나의 정년 퇴임식 날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