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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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아들 결혼 식에도 못가는 나의 건강(2022.12,4)주일 날)

정일웅 찻집 2022. 12. 4. 12:54

아침 식사를 마치고 레지오 회합에 가려고 8시 40분 경에 집을 나섰다.

토끼몰이 모자를 쓰고 오리털 졈퍼를 입었어도 찬 공기가 얼굴에 닿으니 온 몸이 으스스하니

찬 기운이 뼈속에 사무치는 느낌이 든다.

10분 정도의 거리지만 아주 멀게 느껴질 정도로 찬 바람이 온 몸으로 느껴지며 두려움이 엄습한다.

찬 바람에도 신체가 공황장애를  유발하고 있다.

회합을 마치고 김경주형님과 분향 타임(담배 피우는 일)을 갖는데도 잠깐 동안이지만 정신이 흐릿해 질 정도로 찬 공기에 대한 공포가 나를 엄습한다.

내가 추위에 약하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추위를 공포로 인식하는 나의 몸 상태가 두려워진다.

회합을 마치고 화장실에 들렸다가 미사를 보려고 성당안에 들어가는 그 짧은 거리를 오가는 데에도

나의 뇌는 차가운 공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집에 올 때에도 모자의 귀덮게까지 내려서 귀를 덮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집에 오는 길도

찬공기 공황증이라고나 할까? 온 몸에서 추위를 공포로 받아들이는 증상이 나를 휩쌓안았다.

 

집에 와서 프리스카에게 내 몸의 상태를 얘기 하였을 때 아내는 이 번 안나의 아들 안지현이 결혼식에 올라가는 일을 걱정하였다.

찬 날씨는 아무리 옷으로 감쌓아도 신경이 전신을 지배하기에

나처럼 심근 경색환자나 공황장애를 앓았던 사람은 찬 공기를 쐬고 서울에 가는 일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나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하게 나의 몸의 신호가 감지됨을 느끼기에 참석을 취소하여야 할 것 만 같았다.

 

아내는 인범이에게 전화를 하여 서울의 안나와 상원이에게 전화를 하여 나의 불참을 통보하기로 항였다.

 

인범이가 의사로서 설득력있게 안나와 상원이에게 전화를 하여 나의 고속버스 예매를 취소하기로 하였고 

안나도 오빠의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절대로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하였다 한다.

 

노인이 되고 몸이 여러군데 나를 위험에 빠뜨리는 신경계와 심장의 위험한 증상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에 가서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을 취소하기로 하였다.

 

안나를 생각하면

꼭 참석을 해야 하는데 ......

안나를 생각하면 나는 눈물이 난다.

어리고 힘없고 허약한 나의 막내 여동생이 얼마나 힘들게 성장하였고 

결혼생활도 순탄치 않아서 지현이 하나를 낳아 기르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였던가 생각하면

안쓰럽고 측은하여 저절로 눈물이 솟아난다.

불쌍한 것.......오빠라고 나를 의지하고 살아온 세월동안

나는 따뜻하게 위로하고 살갑게 대해 주지도 못한 것이 나의 마음에 가시처럼 못이 박혀 늘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견디기가 힘이 든다.

 

결혼식장에서 안나를 보면 '안나야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 '하면서 꼭 안아 주고 

'너에게 고생만 시킨 오빠를 용서해다오'하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은데

 

이제 내가 늙고 몸이 성치 않아서 꼭 참석해야 할 결혼식에도 참석을 못하다니 

가슴이 아리고 내 처지가 한 스러워 견디기가 힘이 든다.

 

'안나야 오빠를 용서해라!'

'정말 미안하구나'

'그리고 정말 한 많은 새월을 살면서 그래도 지현이를 잘 키웠으니 그게

너의 착함을 하느님께서 기특하게 보시고

잘 돌보아 주신거다.'

 

오늘 밤 자기 전에 너를 위하고 지현이를 위해서 하느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련다.

나머지 생이나마 행복하게 잘 살아다오.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되면 안지현의 신혼 생활을 축복해 주고 

아름답게 사는 모습을 보기위해 꼭 올라 가련다.

 

착하고 안쓰러운 나의 막내동생 안나야!

이제 너의 할 일도 다 끝났구나

그 동안 힘들었던 것 모두 다 내려 놓고 지현이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을 보면서 행복하게 살아다오

사랑한다. 안나야!

미안하다 나의 동생 안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