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기교장이 정년퇴임식을 학교에서 하지않고
오후에 몇몇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한다고하며 나와 김홍식,그리고 양도연을 초대하였다.
효자동에 있는 이름도 프랑스말인가 이탈리아 말인가 잘 모를 "그랑비아또"라던가? 하는이상한 이름이다. 양식집이었다.
안에 들어가니
웬걸~ 전 교직원들...약 70명이 모여있는 강당같은 식당이었다.
'홍원기교장선생님 정년퇴임'이란 프래카트가 전면에 붙어있었다.
홍윤기가 왜 홍원기로 됐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식점 주인이 자기집에서 매상을 올려주니 써비스로 해 준 프래카트였는데
교장의 이름을 전화로 잘 못 들어서 간판집에 맡긴 모양이었다.
몇몇교사들이 당황하여 '원'자의 'ㅓ'획에다 흰색 하트모양을 해서 붙히고 '운'자인지 '인'자인지 아리송하게 만들어 놓았을 때
홍윤기교장 내외가 입장하였다.
식이 진행되고 송별사를 하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 앞에 나왔다.
그는 재치있게
"홍윤기 교장선생님의 이름을 오늘부터 바꿔불러드리겠습니다".....하며
"학생들에게나 교직원에게서나 학부모님들에게도 너무나 '인기'가 많아서 '홍인끼"교장선생님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앞에 있는 이 프레카트에 있는 교장선생님의 성함에 하트마크가 붙어있습니다....."
.......매우 재치있고 유머러스하게 음식점의 실수를 카바하여 송별사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기특하였다.
많은 직원들 중에서 나를 깜짝 반기는 얼굴들이 내게 닥아왔다.
삼례여중에서 교감을 할 적에 같이 근무하던 두 남교사
김영철선생님...그는 임실에서 총각시절부터 잘 알던 정든선생님이었고
이상협선생님.....그는 너무 착하고 말이 적으며 진짜 모범교사였던 젊은이였고
또 한 여선생님은
미술과 교사를 같이 하였고 미술과 여선생님들 중 미모가 뛰어나고 성격이 밝아서 인기가 높았던
방순덕선생님이었다.
김홍식교장이 색소폰연주를 하여서 분위기를 띄워주었고
비프스테이크와 와인 건배를 하며...식은 끝났다.
집에 가려고 밖에 나와서
이상협선생과 삼례여중에서의 얘기를 주고 받다가
오제창교장이 두달전에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
...................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나와 그렇게 맛있는 술을 마셨고
오제창과 나와 부부간에 필리핀에 여행을 하면서 얼마나 즐어웠는데
그리고
지난 겨울 그러니까 몇달 전에 만나지 않았던가?
...................
지난 봄
신체검사를 하고 당뇨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정밀검사를 하였더니
암을 발견하였고
이미 손을 쓸 수 없게 암이 번져서 3개월 후에 사망하였다는것이었다.
아!
나에게는 그 누구도 그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으니....
답답한 마음과 안쓰러움과 미안함과 그리움이 뒤범벅되어 나의 가슴에 치밀어올라왔다.
나를 정말 좋아하던 친구였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였던 ...
'오제창'....
그를 그리워하며 살아야함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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