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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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차 없는 설움

정일웅 찻집 2014. 9. 3. 23:22

허리 수술후 오래된 나의 차 테라칸을 팔았다.

뚜벅이 신세를 즐겨볼 셈이었다.

 

잦은 방전으로 인하여 차와 정이 떨어질 데로 떨어진 상태였기에

10년에 9만 km 탄 차를 320만원에  팔아버렸다.

 

차를 사가지고 간 사람은 '오병선'아우가 소개하여 데리고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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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 저럭 뚜벅이 3개월이 돼 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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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김치를 담갔다.

추석 준비이고

둘째 인범이가 엄마의 김치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는 것을 잘 알기에 미리 보내주려고 아침부터 서둘러

김치를 담갔다.

 

아내가 동분 서주하는데 나도 한 몫 거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둘이서 하루 종일 걸려 보낼 김치 세통을 만들어

냄새나지 않도록 그리고 운송도중에 안전하도록 튼튼하게 포장하였다.

 

저녁 6시 반에 그 일이 끝나고

시장다니는 손 수레에 단단히 묶어 싣고

고속버스까지 걸어서 밀고 가려고 둘이서 집을 나섰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밤길을 걸으려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산을 가져와서 바쳐보려 했지만 비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

 

걷는것을 포기하고 콜 택시를 불렀다.

잘도 걸리던 한옥 콜 063-221-1111번이 걸리지 않는다.

몇번이고 시도하여도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서 걸리지 않으니 다시 시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만 나왔다.

 

난감하였다.

 

경비원이 갑자기 사무실에서 우리를 보고 뛰어 나왔다.

"왜 그려셔요?"

무척 창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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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려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차 없는 서러움'을 단단히 맛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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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인범이에게 전화를 하여

비 때문에 못보낸다고 말 하는 아내의 표정이 우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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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고 차라도 사려고 마음먹고

오병선을 불러 그의 차를 타고

테라칸을 사 간 그 중고차 업자에게 찾아갔다.

 

그 업자의 하는 말....

 

"그냥 대중교통 이용하시지 왜 차를 사시려고요?"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불편해서 견딜수가 없어서 그러니....좀 좋은 차로 권해 보시지요"

 

"아니~! 얼마 타지 않고 다시 파실 거쟎아요......"

 

"뭐라고???? 그럼 내가 면년 후면 죽을 거 같다는 말인가?"

 

"아니요...하기사 저의 아버지도 78세이신데  포크레인도 하시고 승용차도 잘 운전하셔요..."

 

"그런데 나에게 대중교통이나 타라는 말을 하는가?????"

 

"그럼 차를 한 번 보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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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내용이 너무나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차를 사더라도

당신에게는 사지 않으리라는

마음을 먹고

중고 매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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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컴퓨터앞에서 계속 검색을 하다가

결국

소나타 최신형으로  신차를 구입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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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같은 가보다

 

추석에 아들 셋이 오면

그들은 또 어떤 말을 하는 지 들어보고

 

차를 사는 것을 결정 해야 하겠다.

 

내 아들들도

 나에게

 

"아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시지요.....~!

이렇게 말하려는지

걱정된다.

 

만일

 

내 아들들이 그렇게 

말 한다면

 

나는 속이 엄청나게 뒤집힐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