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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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처럼 쓴 이야기

성지순례지에서 뜻밖의 기적

정일웅 찻집 2016. 6. 23. 10:30

성지 순례지에서 뜻밖의 기적

정일웅 안드레아

가톨릭신문사 투어에서 추진하는 성지순례는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루르드가 주된 성지란다.

전국에서 모집한 32명 중 우리 본당에서만 12명이 간단다.

친하게 지내는 임실본당 출신 6명이 모두 간다하고 우리 본당신부님께서 지도신부로 가신다하며 아내가 은근히 압력을 가하여 오기에 기꺼이 가기로 하였다.

 

출발 시간이 아침 7시라서 좀 빠르다고 생각되었지만

인천까지 리무진을 타지 않고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중간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긴장을 해서인지 아침에 대변을 보지 못하고 그냥 떠났다.

휴게소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남은 시간에 화장실에 들려 배출을 시도해 봤지만 역시 고독한 나만의 공간에서 어설픈 트럼본소리를 내며 가스만 내뿜었을 뿐 볼일을 보진 못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바쁘게 돌아다니며 출국 수속을 하였다.

뱃속은 불안하지 않았다.

루프트한자독일 비행기로 11시간 15분간 비행을 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소형비행기로 환승,

3시간을 비행하여 포르투갈리스본에 도착 하였다.

현지 가이드 김 윤숙 안토니아양이 인사를 하였다.

스페인에서 안전 모범 운전수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훌륭한 기사가 우리를 모시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의 이름은 -

가이드 안토니아가 하라는 대로 인사를 하였다.

-라 하비

안녕하세요 방가와여-”하비가 한국말로 답해 주었다.

 

하비가 운전하는 버스로 2시간을 달려 파티마의 호텔에 도착하니 현지시간으로 새벽 1시였다.

한국 시간으로는 아침 8시다.

바로 잠을 자야하지만 이틀간이나 변을 배설하지 않았으니 불안한 마음이 은근히 생겼다.

 

! ! 그렇지 아락실이라는 변비약이 있지....

아내가 준비해 온 아락실을 한 봉지 먹고 안심하고 자리에 누었다.

온 몸이 피로에 젖어 바로 잠이 들었다.

.......................

얼마 쯤 잠을 잤을까?

반가운 느낌과 함께 조용히 잠이 깨었다.

대변이 뱃속에서 나 좀 내 보내주세요....”하고 나에게 호소를 하는 게 아닌가?

그럼 그렇지 지가 얼마나 버텨?’

아무도 모르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배를 통통두드렸다.

고맙다 아락실’!

내가 너를 먹는 것을 생각해 낸 것은 역시 나의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이야

역시 아락실은 좋은 것이여!!’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하지만 이곳 호텔화장실엔 비데가 없다.

집에서는 비데에서 쾌변 버튼을 꾹 누르면 물줄기가 사정없이 뿜어져 나와 항문을 열어주는데

아무리 힘을 주어도 콱 막혀버린 단단한 변이 포도주 병 코르크 병마개처럼 항문 입구를 꽉 막고 있으니

아무리 용을 쓰고 힘을 주어도 항문이 열리지를 않는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힘을 주고 또 힘을 주었다.

어느 틈으로 나오는지 뱃속 가스만 고음의 트럼펫연습하는 소리를 내며 가끔씩 흘러나올 뿐

병마개는 여간해서 빠지지를 않았다.

이윽고 스르르 아랫배가 안정되며 언제 그랬냐는 듯 뱃속이 편안 해져 버리는 게 아닌가?

자리에 누워 깊은 잠 속으로 골아 떨어졌다.

꿈을 꾸었다.

대변이 급하게 마려운데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화장실이 없다.

모두가 낯선 외국사람들이라서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다.

화들짝 잠에서 깼다.

급하게 대변이 나오려 한다.

히히히~그러면 그렇지 네가 안 나오면 어디로 갈 곳이 있더냐?’

나는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에 급히 가서 앉았다.

 

하지만 바로는 나오지 않았다. 코르크 마개가 지금도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양 손을 항문근처 엉덩이에 대고 힘껏 옆으로 당겨 항문을 넓혔다.

이런 기막힌 기술을 내 스스로 터득한 것이 기특하였다.

<엉뚱한 유머가 생각났다.....나는 지금 學生이다. 學文에 힘쓰고 學文을 넓히고 있구나>

 

드디어 단단하게 굳은 마른 고구마 같은 멋진 아기가 태어나려고 머리를 내민 느낌이 들었다.

출산하는 아낙네가 힘을 쓰듯 힘을 주었다.

~!’

식은땀이 솟아났다.

이윽고 ~~’ ‘텀 벙흙물 묻은 고구마 한 개가 변기통의 물로 다이빙하여 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흐흐흐흑~~히히히힛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히야~~! 살았다.!”

 

이제 끝났겠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막 일어나려는데

아니~! 이건 또 웬 일인가?

뒤이어 나도 모르게 마치 황소 오줌 싸듯 항문에서 물줄기가 쏴아! 하고 쏟아지는 게 아닌가?

~~!~~! 이게 뭐야?”

주룩’ ‘주룩한 참을 물줄기가 끊이지 않고 쏟아져 내렸다.

뱃속에서 꾸르륵’ ‘쪼로롱산골짝 도랑 물 흐르는 소리가 나며 조금씩 시차를 두고 힘도 없이 물줄기가 흘러 나왔다.

~!!

변비는 나오고 후에 대변의 마침 신호로 아락실에 분해된 빵, 우유치즈 버터가 녹아서 마지막을 장식하는가 보다~!

편하게 생각하며 더 이상 물줄기가 나오지 않겠다고 신호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끝이 났다.

.................

자리에 누워 한숨을 더 자려는데 모닝콜이 울렸다.

오늘 일정이 빡빡하다.

파티마 성모님 발현지를 돌아보고

십자가의 길 기도

미사

야간의 묵주기도와 촛불행렬

파티마 광장순례 .....

 

거룩한 성지순례를 나의 설사(泄瀉)로 망칠 수는 없다.

새벽부터 아내는 가지고 간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생수병에 4병이나 담았다.

혹시 하는 마음에 아침식사는 거의 먹지 않았다.

군것질 도 하지 않았다.

목이 마르면 수시로 끓인 물을 마셨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무사히 순례를 마쳤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광장에서 사진을 찍을 자유시간을 30분간 주었다.

나는 어쩌다 일행들과 헤어져 외톨이가 되었다.

혼자서 이곳저곳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10분이 지났다.

앞으로 20분 후에는 저쪽 길가에 버스가 오기로 되어있다.

 

어허!?’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낮 동안 마신 물이 몸에 베어들지 않고 다시 나오려 한다.

이거 잘 못하면 큰일이 나겠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광장에는 화장실이 없다고 하는 말을 이미 가이드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참자!

<종일 아무 일 없었는데 참을 수 있겠지>

돌아다니지 않고 모이는 장소 옆의 돌계단에 앉아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괄약근에 힘을 주고 쏟아지려는 설사가 역류하여 들어가기를 바라며 괄약근 운동을 시작했다.

케겔운동이라고 했던가?

금방 쏟아지려는 이 상황을 잊어버리려고 하늘도 쳐다보고 엉뚱한 생각도 해 봤지만 허사다.

일각(一刻)이 여() 삼추(三秋)라 한 말이 바로 이럴 때 쓰는 말 인가보다 .

우리 일행들이 모여들고 드디어 버스가 왔다.

황급히 버스에 올랐다.

됐다. 이제 20분 정도만 가면 호텔이란다.

버스가 출발하였다.

버스가 약간의 진동만 있어도 금방 쏟아지려한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정말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를 악물고 또 케겔운동을 시작하였다.

식은땀이 흘렀다.

찌리릭~!’하고 설사물이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면 그 냄새와 그 난감함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생각만 하여도 소름 돋는 일이었다.

하지만 점점 더 급박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비상수단을 강구하였다.

좌석벨트의 끼우는 쇠를 거꾸로 세우고 거기에 항문의 중앙을 맞추고 앉아서 힘을 주어 코르크 마개 대신 물리적 힘으로 터져 나오려는 수도꼭지의 물을 강제로 못 나오게 막았다.

~! 성모님! 성모님을 만나러 왔다가 제가 실수를 한다면 이 번 순례를 다 망치게 생겼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 하느님~ ! 저에게 참을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간절한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아무도 나의 이런 급박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32명의 일행 중 오직 나 혼자 겪고 있는 처절한 고통이었다.

식은땀이 주르르 등줄기를 타고 내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옳지 이제 조금만 더하느님 힘을 주세요, 성모님 도와주세요........‘

순례단 전체의 분위기를 위해서 하느님 저에게 기적을 베풀어 주세요......’

호흡을 정지했다가 괄약근에 힘을 주기를 수 백 번 반복하였다.

조금만, 조금만. 이제 몇 분 동안 만.....

 

드디어 버스가 호텔에 도착하였단다.

버스 문이 열렸다.

나는 다람쥐 도망가듯 재빠르게 튀어 내려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카운터에 여직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헬로~! 토일렛~! 토일렛!~!”하고 소리쳤다.

여직원이 알았다는 듯

다운 엔 라이트하고 응답했다.

그렇지 내려가서 오른 쪽이라고?

내겨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이 많기도 하였다.

여기서 마지막 힘을 다 주어야 했다

여기까지 잘 참았는데 마지막 몇 미터 앞에서 찌리릭하고 쏟아 버리면 지금까지 고생한 게 모두 헛되어 버린다.

몇 초만 기다려라~!

화장실은 텅 비어있었다.

가까운 화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

쫘아아악~~~’

~~~~! 잘 참았다.

이렇게 인내력을 발휘해 본 일은 내 평생 한 번도 없었다.

그 시원함이란

그 안도의 한숨이란

~! 참을 수 있도록 힘을 주신 하느님의 그 은혜란......

 

온 몸이 거뜬해 지고 식은땀도 없어지고

얼굴색도 맑아졌다.

 

나는 거뜬해 진 몸으로 느긋하게 계단을 걸어 내 가방을 찾으러 버스로 갔다.

헌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모두 가방을 밀고 호텔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모두 버스 곁에 서서 서성이고 운전사 하비는 다시 가방을 짐칸에 넣고 있었다.

VERTICE호텔이 스페인에 2개가 있는데 하비가 실수를 했단다.

가까운 호텔이 우리 숙소인 것으로 착각을 했단다.

 

일행 중 내가 화장실에 다녀온 것을 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괜찮아 하비

사람이 실수 할 때도 있지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기적을 베풀어 주셨군요

일등 기사 하비....수 십 번도 더 갔을 단골 호텔을 착각하도록 

'하비' 의 정신을 헛갈리게 하시면서 까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혼자서 고통 받는 저에게 기적을 베풀어주신 하느님!

기적을 베풀도록 전구해 주신 성모님!

감사 감사 또 감사합니다.“ ---


다음 날 부터는 신체 컨디션이 매우 좋아서 아무일 없었습니다.

    

요한 회원 정일웅 안드레아 

(2016. 6. 16 성지순례를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