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이 성공했는가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택했다.
'무사히 잘 다녀오면수술은 성공 한 것이라고 결론짓자.'라는 생각이었다.
아내는 여기저기 여행지를 탐색하다가
일본 '홋가이도'여행의 패키지가 눈에 띄어 신청했으나 성원 미달로 캔슬 되었다.
그래서 출발이 확정된 '알팬루트'여행 패키지에 신청하여
9월 30일 새벽 2시에 인천공항 행 '리무진 버스를 타고 조금씩 졸면서 수면을 보충하였다.
6시 그룹 미팅이 끝나고 9시 10분 에서 11시까지 비행
일본에 내려 버스를 타고 구로베 협곡을 달리는 토롯코(광산을 달리는 소형 무개 열차)에 탔다.
지붕은 있으나 양편의 벽과 유리창이 없는 오픈된 상태로 등받이 없는 밴치에 앉아서 가는 객차였다.
협괘위를 달리는 기차는 철로에 부딪치는 철 바퀴의 괭음과 날카로은 기적소리는 여과없이 청각을 자극하였고
구로베 협곡을 이루는 북알프스 산의 바위를 뚫어 만든 좁은 터널을 구비구비 지나며 씩씩하게 달려 갔다.
터널 안에 정체되었던 차가운 공기가 바람이 되어 온 몸을 할퀴고
머릿속이 멍멍할 정도로 끊임없이 들리는 철로의 마찰음과
구비를 돌 때마다 수십번씩 울려대는 날카로은 기적소리는
좁은 터널 속에서
수백번 메아리지며 고막을 때렸다.
곁에 앉은 아내와 대화를 하기도 힘든 소음이 어둠 속에서 연속되었다.
눈을 감아 보았다.
아득한 꿈을 꾸는듯
멀고 먼 우주를 향하여 끝없이 날아가는 기차....젊었을 적 읽었던 '은하철도 999'가 생각 났다.
철이 혼자서 기차를 타고 가는 외로운 여행
철이를 보호하고 철이의 사랑을 싹트게 하는 신비의 여인 '메텔'
얼굴없는 차장.......
....................
소음에 묻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노래를 나 혼자 불렀다.
.............기차가 어둠을 해치며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넘쳐흐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
아주 가끔씩 시야가 밝아지고 골짜기의 바깥 경치가 보이기도 한다.
깜깜한 우주를 달리다가 어느 별에 도착한 기분이다.
'은하철도999'라는 만화를 그린 '마쯔모토 레이찌' 작가나
'은하 철도의 밤'이라는 꽁트를 쓴 일본의 작가들이
그러한 작품을 쓸 수 있는 영감을 얻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1시간 10분 정도를 달리다가 드디어 내리는 정거장에 도착하였다.
웅장한 협곡이 눈앞에 펼쳐진다.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한 밀림으로 덮힌 백미터 정도의 절벽으로 이루어진 협곡
그 아래에 흐르는 푸르고 깊은,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차가운 강물
절벽과 절벽을 이은 그림같은 빨간 구름다라
원숭이들을 건너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사루하시'(원숭이 다리)
..................
왔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 기차의 여행.......
....................
3박 4일의 여행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고
눈을 감으면 깜깜한 기차 터널과 시끄러운 굉음과 기적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협곡을 막은 웅장한 댐을 이용하여 수력발전을 하고 있다.
터널을 빠져나와 햇빛이 비치는 역에 도착하면
은하계의 아떤 별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야말로 옛날식 그대로의 복장과 모자를 쓴 역무원과 차장의 모습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듯 한 느낌도 준다.
이 역에서 내려
고산지대의 웅장한 댐과 계곡의 단풍과 협곡의 밀림과 단풍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가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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