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다니는 신자들이
일년 단 하루
정말 편한 마음으로 하나되어 즐겁게 보내는 날이 '본당의 날'일 것이다.
숲정이 성당으로 교적을 옮기고 벌써 4년째 되었다.
서먹거리던 처음에 비하면 오늘은 많이 이물어 진 느낌이다.
같이 모임을 하는 레지오 단원들이 있고
꾸리아에서 낯이 익은 신자들이 있고
요한회의 형님들이 있고 본당신부님도 보좌신부님도 수녀님들도 많이 낯이 익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본당의 날 행사장인 '윤호관'으로 가는 나와 내 아내의 발걸음은 좀 가벼웠다.
본당에 따라 행사의 내용이 구별된다.
젊은이들이 많은 신도시에 있는 본당은 역시 행사 내용도 젊다.
이 곳에 오기 전의 '솔내'성당에서는 젊은 신자들이 많아서
본당의 날 행사로 배구와 족구, 발야구, 릴레이 달리기 등등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체육대회를 연상케 하는데
이곳 '숲정이' 본당의 행사는
양노원의 행사와 너무나 닮았다.
터치볼...사용하는 볼이 배구 볼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고무풍선 보다 약간 단단한 고무공,
윷놀이...두개의 말이 빨리나는 팀이 승리한다.
볼링.....완구점에서 파는 어린이용 볼링... 플라스틱 볼과 핀....너무 가벼워서 오히려 굴리기 힘든다.
콩주머니로 박 터뜨리기....시골 운동회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경기이다.
이상이 경기의 모두이다.
그래도 모두 즐거워하고 시름을 잊은 채 웃기도 하며 하루를 잘 보내었다.
경건하고 성스런 분위기의 미사와 시복자들을 기리는 신부님의 강론도 매우 좋았다.
전 신자가 먹을 수 있는 부페식사,
신부님과 사목회장 그리고 많은 봉사자들이 매끄럽게 잘 진행하고
모든 신자을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행사는 진행되었다.
본당의 날 행사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관심을 갖는 것은 운동경기에서 자기 구역의 승리보다 역시 경품 추첨이다.
누가 1등짜리 상품을 받아가느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물론
꼴찌라도 당첨이 되기만 하여도 다행한 일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별로 행운이 없는 사람이라는 자성예언을 스스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 번도 보물찾기를 쪽지를 찾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보물 쪽지를 잘도 찾는데 나의 눈에는 도무지 띠질 않는다.
행운권도 그렇다.
은근히 혹시, 혹시 하며 끝까지 기다려도 역시 항상 허탕이다.
그래서 애시당초부터 기다리지 않고 관심을 끄려고 내게 온 경품권을 남에게 줘버리고 그냥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괜시리 기대를 걸었다가 허무한 종말이 오면 은근히 화도 나고 약도 오르는게 사람이다.
이번에도
122번을 내가 받고
123번을 아내가 받았다.
아내가 끝까지 참석을 하였기에 나도 끝까지 행사에 참여 하였다.
아내의 세례 '대모님'이 같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아내도 도중에 돌아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잘 참여하고 있었다.
운동경기가 하나씩 끝나고 등수를 발표한 후에
행운권 추첨을 하여 상품을 즉석에서 나누어 주었다.
400여명 참석자가 있었는데
행운권 당첨 상품이 300개 정도라고 한다.
당첨확률이 무려 70%가 넘는다.
1차 추첨.
2차 추첨.
3차 추첨.....이 끝났다.
한 번 추첨에 몇십명씩의 번호를 불러 대는데
애석하게도 120번도 부르고 125번도 불렀고 121번도 불렀다.
기다리던 나의 아내와 아내의 옆에 있는 아내의 대모님도 표정은 없었지만 4차 추첨까지 번호가 나오지 않았다.
1등, 2등, 3등의 특별한 추첨을 남겨두고
마지막 5차 추첨을 하는데
상품은 '쌀'10Kg이라 한다.
무심코 있는 가운데 언뜻 122번~! 122번~!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번호표를 들고 있던 아내도 듣지 못하였나보다.
나는 화들짝~ 아내에게 말을 하였다.
"방금 122번 불렀쟎아?"
"몇 번? 나 안 들었는데..."
"맞는거 같아....122번이랬어~! 하며 얼른 당첨번호를 찍어서 스크린에 비춰주는 진행자를
바라보고나서 스크린을 확인 했다.
"우와~~! 122번 드디어 당첨이 된것이었다."
아내는 기분이 좋아서 뛰어 나가고 있었다.
아내가 돌아왔다.
빈 털털이로 돌아왔다.
"상품은 여기서 안 주고 사무실에서 이거하고 바꿔가래~~! 하며 편지 봉투하나를 흔들었다.
......................
그래도 당첨은 된것이다.
이게 몇 년만의 행운이란 말인가?
아내의 대모님도 끝까지 기다렸지만 역시 헛탕이었다.
...................
사목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한마디 하였다.
"연세가 70이 넘으시고 아직까지 당첨이 안되신 분들 계시면 나오세요~~"
..............
수십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루루 앞으로 나왔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나만 재수없는 사람이 아니었구나.......'
얼마나 초조하게 기다렸을꼬......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그들에게 화장실용 화장지 한 두루마리씩 나눠주며
'이것으로라도 마음을 달래세요....'하는 사목회장의 모습도 안쓰러웠다.
행운권에 당첨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
그들의 마음이 절대로 평화롭지 않을 것이다.
행운권에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이
꼴찌로 당첨된 사람들보다 더 좋은 상품을 모두 한 개 씩 받아 갈 수 있도록 상품이 준비되어야 하겠다.
아니면
행운권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모든사람들이 행복하게
은총의 선물을 받듯
상품을 받아갈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되어야 할 것 같다.
나의 아내는
사무실에서 편지봉투의 교환권과 바꿔온 '계화미 10Kg'을
어제 아무것도 받지 못한 자기 대모님에게
<하느님이 주신 '만나'>라며
드리고 와서 무척 행복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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