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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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 생태마을 블루베리수확봉사

최종수 신부님의 편지

정일웅 찻집 2016. 7. 27. 12:39

최종수 신부님의 편지


세상에 수 많은 인연들

부자지간의 인연만큼 값진 인연이

있을까요

아버지 신부님 인연으로

숲정이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매주마다 오시는 아버님 어머님들

한 알이라도 더 따주고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루가 4, 19)

사제서품 성구인 가난한 사람들,

제가 산골짜기에서 소명을 살아갈 수 있게하는

가장 확실한 실천 기도였습니다.


반딧불이 밤새 밝혀놓은 새벽

그리운 사람들 기억하며 미사를 드렸습니다.


산이 높을수록 계곡이 깊듯이

삶이 깊어질수록 그리움도 깊어갑니다.

그리운 가슴 속에 자리한 사람들

내 삶의 뿌리

내 그리움의 언덕에

소나무 한 그루로 서 있는,


그리운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개똥쑥 모기불처럼 빨간 그리움이여

쪽빛 하늘을 닮은 블루베리 수확 끝자락

비오듯 땀에 젖은 옷에서는 쉰내가

지독하다.

사는게 치열한 현장이라는 걸

산골짜기 흙 노동 속에서

입에서 토해내는 단내를 통해 배우고 있다.


단내보다 지독한 향기가 있을까

산골짜기 시냇물보다 더 깊어지는

그리움이 애잔하다.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온다는 형의 전화가 왔다.

바구니 들고 개울 건너 고추밭으로 간다.

만나와 마을이 개자식들도 줄줄이 따라 나선다.

햇살에 시커멓게 익어가는 자두를 딴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와 고추 따던 추억들


한 잎 두 잎 들깨잎 향기와 담는다.

이마에 열리고 등줄기로 흐르는 땀방울들

벌써 코끝에서 고추 장떡 구수한 냄새가 난다.


들깻잎 풋고추 빨간 고추를  썬다.

손끝이 아리는,

이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닭장에서 꺼내온 다섯 알 유정란

빨간 고추 깻잎 속에서 노랗게 빛난다.

고로쇠 된장 두 숟갈 육수 한 사발

누릿누릿 고추장떡 구수한 냄새따라

내 그리움도 익어가는 것일까


세시간 전 된장에 치대놓은

돼지고기에 쉰 김치 넣고 참기름 두 숟갈에 볶는다.


펄펄끓는 남비에 목연 꽃잎 다섯 개

풋고추 넣고 블루베리 잎들 가지채 자르고

멀리 부산항에서 온 조카에게 한 잎 넣어 준다.

"우와 독특한 맛과 향기,

으음! 맛이 심상치 않아요 ㅎ ㅎ ㅎ ㅎ "


개똥쑥 향기 그윽한 모기불 연기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형들과 누이와 조카

뜨락 탁자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오이 풋고추 상추 토마토

김치찌게 수육 묵은 김치 갈치 속젓

자두 수박 옥수수 얼음홍시 산서막걸리에 고추장떡

시골 고향집 향수가 개똥쑥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아득하다

막걸리보다 먼저 취해버린 추억 탓일까

개똥쑥 모기불이 매운 탓일까

눈시울이 뻘건 쑥불처럼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