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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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더위야! 내가 졌다! 1주일만 더 젊었어도...

정일웅 찻집 2023. 7. 28. 22:04

일년 전만 하여도 

아니 며칠 전만 하여도

너와 겨뤄 볼 만 했었는데

 

11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니

햇볕은 볼록렌즈 촛점 같이 천지를 태우고 있고

훈기를 머금은 바람은 찜통에서 나온는 김 같구나

 

그래도 내 나이 이제 겨우 80밖에 안됐는데...

 

오후 다섯시니까 

더위도 한 풀 죽었겠지...

 

너와 맞장을 떠 볼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갈 적 만 하여도

각오는 단단하였단다.

 

현관 그늘을 막 벗어나

이글이글 타고 있는

주차장 시멘트 바닥에

발을 들여 놓고 몇미터를 걷는 사이

헉! 하고 숨이 막히고

등줄기에서 금방 땀들이 흘러 나와 

남방셔츠가 맨 살에 찰삭 엉겨 붙었다.

 

나는 싸워보기도 전에 

너에게 항복!~하고 백기를 흔들었다

하이고! 더위님!

내가 졌소이다.

 

함부로 까불다간 내 명대로 못 살겠다

더위님! 용서하시게~

내가 졌소이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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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위에 우리 숲정이 성당 청소년들이

오늘 10시 미사가 끝나고

여름 캠프를 떠났다.

청소년들이야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나 어렸을 적 

대가리 벌어지도록 뜨거운 태양 볕이 대수였던가?

뜨거울 수록 차가운 계곡 물은 더욱 상쾌하고

텐트를 치고 코펠에 불붙여 밥하고 국 끓이고

밤에는 모닥불을 지피고 노래노래 부르며 얼마나 신이 났었던가

 

비바! 비바! 비바비바비바.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나의 님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은~~~~~~~~기다리리~~~

.....................................................

깊은 산속에 베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나를 반기는-

그곳으로---여행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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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없-어라~~~~~~~~~~~~~~

 

밤새워 노래하고 즐겁던 젊은 시절의 아련한 추억.........

텐트 밖에 나와 바라보던 밤 하늘

모닥불 주위에서

마시던 시원한 맥주~~~

..

..

나는 기억하고 행복할 아름다운 추억이 너무도 많다.

낭만도

사랑도

우정도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추억이 많은

 

나는 행복한 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