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만 하여도
아니 며칠 전만 하여도
너와 겨뤄 볼 만 했었는데
11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니
햇볕은 볼록렌즈 촛점 같이 천지를 태우고 있고
훈기를 머금은 바람은 찜통에서 나온는 김 같구나
그래도 내 나이 이제 겨우 80밖에 안됐는데...
오후 다섯시니까
더위도 한 풀 죽었겠지...
너와 맞장을 떠 볼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갈 적 만 하여도
각오는 단단하였단다.
현관 그늘을 막 벗어나
이글이글 타고 있는
주차장 시멘트 바닥에
발을 들여 놓고 몇미터를 걷는 사이
헉! 하고 숨이 막히고
등줄기에서 금방 땀들이 흘러 나와
남방셔츠가 맨 살에 찰삭 엉겨 붙었다.
나는 싸워보기도 전에
너에게 항복!~하고 백기를 흔들었다
하이고! 더위님!
내가 졌소이다.
함부로 까불다간 내 명대로 못 살겠다
더위님! 용서하시게~
내가 졌소이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와 버렸다.
.................................................................................
이 더위에 우리 숲정이 성당 청소년들이
오늘 10시 미사가 끝나고
여름 캠프를 떠났다.
청소년들이야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나 어렸을 적
대가리 벌어지도록 뜨거운 태양 볕이 대수였던가?
뜨거울 수록 차가운 계곡 물은 더욱 상쾌하고
텐트를 치고 코펠에 불붙여 밥하고 국 끓이고
밤에는 모닥불을 지피고 노래노래 부르며 얼마나 신이 났었던가
비바! 비바! 비바비바비바.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나의 님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은~~~~~~~~기다리리~~~
.....................................................
깊은 산속에 베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나를 반기는-
그곳으로---여행을 떠나요~~
..............................................................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없-어라~~~~~~~~~~~~~~
밤새워 노래하고 즐겁던 젊은 시절의 아련한 추억.........
텐트 밖에 나와 바라보던 밤 하늘
모닥불 주위에서
마시던 시원한 맥주~~~
..
..
나는 기억하고 행복할 아름다운 추억이 너무도 많다.
낭만도
사랑도
우정도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추억이 많은
나는 행복한 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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