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
오늘은 밤에 걸었다.
천변으로 가지 않고
건산천 금암교와 건산교, 그 두 다리를 잇는 천변 도로를 인도로빙빙돌았다.
한 바퀴 도는데 300m정도가 될 것 같다
묵주기도 40단을 할 때까지 돌았다.
만나는 사람도 없고 안전하고 집 앞이라서 마음이 편하고 좋다.
밤에 걸을 때는 이 코스를 걸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걸으면 바람이 생긴다.
걸으면서 사색이 생긴다.
걸으면 추억도 아름답게 채색되어 나타나고
걸으면 작은 에피소드도 아름다운 미소가 번지도록 떠오른다.
초등학교 이 삼 학년 때에
전동에서 숲정이 치명터까지 엄마와 같이 새벽에 걸어서 멀고 먼 길을 와서
겨울에는 새벽눈을 밟으며 걸었고 헐렁한 옷 속으로 바람이 들어와 추었다가도
치명터에 오면 뺨도 발그레 해지고
등짝에 한기가 온기로 바뀌어 땀이 촉촉하게 젖는다.
성호경
천주경, 성모송, 영광송, 일곱 번씩 하고 복자들을 찬미하고 돌아간다.
집에서 밥먹고 학교에 가고
9일기구가 끝나는 날이 오면
또 다시 구일 기도를 시작한다.
오로지 '아버지 병' 낳게 해 달라고 하는 기도였다.
나는 많이 걸었다.
누구보다 많이 걸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주일날 성당 다녀오면 새끼줄 몇 발을 꼬아서 들고 중바위, 기린봉, 상관, 가까운 산에가서
고자베기를 주어서 묶어 들고 온다.
나무가 있어야 죽이라도 쒀서 먹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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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졸업하고 바로 며칠 있다가 6.25사변이 터져서
내아리로 피난을 갔었지
거기서도 나무하는 일은 꼭 해야 하는 일과였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내 성적이면 사범병설 중학교에도 갈 수 있었고
전주 북중학교 같은 것은 동네에 나보다 못한 녀석들도 모두 갔는데
나는 문제도 없이 갈 수 있었다.
6학년 담임 잘 못 만나서
고등공민학교인 '인성중학교'라는 곳을 갔고
나는 친구 '오건일'아버지가 전북일보 보급부장이어서
나에게 신문배달을 시켰다. 돈을 벌어서 학비를 보태라고 하였다.
그래서 또 걸었다.
청석동과 다가동 일대 63집에 전북일보를 넣어주고
매달 수금을 하여 신문사에 가져다 주면 나에게 월급을 주었다.
그 돈으로 학비를 냈었다 . 그래서 많이 걸었다. 걷고 와서 또 아이들과 밤으로 만나서 놀고
공부 얘기도하고 했었다.
영어도 수학도 모두 쉬워서 공부는 항상 상을 받았었다.
그 때 많이 걸어서 지금도 걸음을 잘 걷는가 보다.
후회해도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지만
나에게 사경증만 없었으면
아! 나는 지금 얼마나 행복했을까?
왜 내가 요한회에 들어가서 사경증을 만들어준 그 사람을 만났었던가.
왜 나는 당당히 싸워서 내 스트레스를 내가 만들지 않았어야 했는데
점점 심해가는 사경증으로 신경이 쓰이면
원천적 사건이 생각나서
고백성사를 보았어도 또 또 꿈틀거리며 나오는 미운 원망과 저주의 말들....그 생각들.....
어찌 해야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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