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등대찻집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뭐가 그리 바쁜지.....

정일웅 찻집 2013. 3. 21. 23:05

늙으면 혼자 노는 법을 배워야한다고

퇴직을 앞 둔 나에게 선배들이 많이도 얘기 했었다.

 

요즘 내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 모두 백수인데도 뭐가 그리 바쁜지

모두들 시간이 없어서 절절맨다.

 

나도

혼자 놀기에 바쁘다.

아니 집사람하고 둘이서 논다고나 할까?

 

둘이서

천변 걷기운동을 하느라면 운동하기 앞뒤를 합쳐 두시간 반 정도에서 세시간이 걸리고

세끼 식사시간...커피마시는 시간...연속극 보는 시간....뉴스 보는 시간....텔레비젼에 상당한 시간을 내어주고

 

집사람고 같이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여 둘이서 일본어로 대화를 하다보면

재미도 있고 시간도 잘 가며 보람도 있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일본어 책을 보고서 새로 알게된 단어나 문장을 얘기하느라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

 

색소폰을 며칠만 불지 않아도 입술에 힘이 떨어지니까

시간이 있으면 전라색소폰 동호회에 나가서 연주를 한다.

 

1월 1일 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여 바이엘이 끝나고 체르니 30번에 들어가니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라서 틈틈이 피아노를 쳐야한다.

 

매일 이메일을 확인하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일본 영화를 보며 자막과 발음을 듣는다.

이것도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블로그를 무작정 만들었지만

더 배워서 내용을 정리하고 보기 좋게 다듬어야 하는데

배울 곳도 마땅치 않고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친구들과의 모임이 몇개 있다.

모이면 당구를 치는게 즐겁고

술도 마시며 가끔은 영철이 피아노반주에 노래도 부르는 것이 좋아서

'영웅만남'

'사군자'

'오유정' 모임엔 빠지지 않는다.

'중등교장동기모임'도 재미있다.

'이심전심'모임도 묵은 정이 있어서 좋다.

 

이것저것 하다보면

어쩔수없이 하기 싫은 짓은 기피하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것이 '그림그리기'이다.

그래서

이번 '호미회'창립 20주년 특별전시회에서부터 호미회를 탈퇴할 생각이다.

 

해마다

그림을 그려 전시회에 내 걸면

나 스스로 나의 그림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수치심을 감수해야 하였다.

 

타고난 재질이 못 미치기도 하지만

그림그리기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탓도 있으리라.

이제 나이 70에 이르고 보니

편하게 살고 싶다.

평소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내가

화가들 틈에 끼어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다.

 

물감도 많이 있고

캔버스도 무지하게 많이 쌓여 있다.

하지만 전시를 위한 그림을 그리지 않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누구에게 보이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싫다.

전시회장에서

그림을 보며 으스대는 사람들의 꼴도 보기 싫다.

 

이제부터

그림은 집에서

나 스스로를 위하여 그려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남을 의식하지 않은 나만의 그림을 그리겠다.

그 것도 내가 그리고 싶을 때만 말이다.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할 일이 너무 많다.

 

성가대 지휘를 그만 둔 지도 3년 째이지만

숲정이 성당에서

레지오 마리에의 쁘레시디움 활동을 하고

겨우 주일 미사와 목요일 회합 날의 미사 밖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사놓고 놀리는 아코디온을 연습할 시간도 잘 나지 않는다.

 

'대금'을 가끔 불어 보면

소리도 잘 난지 않는다.

'플룻'도 연습을 해야하는데 마음 뿐이다.

 

이래저래

핑계도 많고 이유도 많다.

 

아무튼

이런저런 핑계로

호미회는 그만두어야 한다.

.......................

 

이렇게 결심을 굳히고 보니

세상에

이토록 마음이 가벼운걸.....

휴~~~

내일은 호미회에서 탈퇴 한다는 '문자'를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