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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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야영 삼겹살 파티 기분 내기

정일웅 찻집 2023. 2. 5. 23:30

내가 사는 우성 아파트 106동은 서울에서 이런 곳에 산다면

중산층이상의 상류급 부자들이나

살 수 있는그런 평수일 것이다.

13년 전에 이 곳에 이사 할 때만 하여도 67평이라는 면적은

감히 나같은 서민이 생각지도 못 할 평수의 호화 아파트(?)였다.

 

이런 아파트가 서울 강남에 있다면 '팬트하우스'급의 고급아파트로

엄청난 집 값을 주어야 구입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집은 아마 3억 정도면 구입 할 수 있을 것이다.

 

뒷 베란다가 시작되는 첫 머리에 2.5m X2.5m 정도의 정사각형 공간이 있는데

나는 여기를 

나의 공방으로 하고 한 쪽 벽에 각종 연장과 화구, 목공구, 조각용구,철공구, 등을 정리해 놓고 

종이 작업, 그림 조소 작품 만들기 그림 그리기등과

간단한 운동(실내 자전거, 아령, 스탭퍼, 허리 맛사지), 등을 하는 곳으로 이용하고 있다.

 

넉자에 여덟자의 커다란 통유리 창 두 짝이 미닫이로 되어

여기에 작은 식탁을 놓고 앉으면

11층이라서 조망도 좋고 유리 문을 활짝 열면

작은 동산위에 앉아서 세상을 내려다 보는 기분이 난다.

 

내 방에서 유튜브를 감상하고 있는

나를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가 낭낭하게 들려 왔다.

"오늘은 삼겹살 파티를 합시다"

"옷 따뜻하게 입고 오세요!"

'뜽금없이 왠 삼겹살 파티?' 의아해 하며 나가 보았다.

 

차가운 나의 공방에 아내는 이동식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거기에 가스렌지와 삼겹살 접시, 며칠 전에 걸러 낸 오디 술 병과 와인 잔

테이블 양 편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가스 레인지'에 삼겹살을 굽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상추는20Cm X 60Cm의 약간 긴 화분에 아내가 씨를 뿌려 남쪽 베란다에서 키운 상추이다.

 

삼겹살 냄새가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베란다로 나가는 유리문을 닫고

공구실 밖의 통문을 한 짝을 활짝 열어 놓으니 추웠다

추운 곳에서 따뜻한 옷을 입고

삼겹살을 구어 먹는 이벤트(?)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검붉은 와인(오디 술)을 와인 잔에 따르고

'짱'하고 잔을 부딛치며

'건배' '오래 삽시다'를  외치고서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삼겹살에 된장을 넣고 상추에 싸서 흰 쌀밥과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나와 아내는 마주 보며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제인가? TV에서 '한 겨울 홀로 야영하기' 라는 프로그램을 보고서 그 것을 흉내 내보는 것이었다.

젊은 여인이 눈 쌓인 산에서 텐트를 치고 텐트 안에서

이동식 장작 난로에 삼겹살을 구어 먹는 것을 보더니

그 것을 흉내 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우리가 비록 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지만

젊은 그 탈렌트 여자의 흉내를 내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찬 바람이 창 열어 놓은 곳에서 들어오고

따뜻한 점퍼를 입은 우리가 식탁에 앉아서 찬 바람 쏘이며

오디주 한 잔에 삼겹살 상추쌈 한 볼태기가 그런데로 운치가 있고

늙은 부부이지만 아직도 꿈 만은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보는 그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