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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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전주 수목원의 가을

정일웅 찻집 2023. 11. 4. 15:15

 

뜽금없이 아내가 "전주 수목원에 갑시다"고 말했다.

나는 두말 없이 따라 나섰다.

시내버스 검색을 하여 종이에 메모를 한 것을 내게 주었다.

한국은행에서

1001,  1002,  385,  386,  430,  버스 승차;.....

조촌 초교에서 하차 후 .....마을 버스로 환승 43, 48번 (전주 수목원)하차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1002번 버스를 20분 만에 타고 조촌 초등학교에서 내리니

마을버스가 20분 후에 왔다.

 

전주 수목원에서 내렸다.....

거기에는 표지판 하나만 덩그렇게 서 있고

정류장같은 집도 없었다.

 

내렸는데 버스는 가버리고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지 몰랐다.

아무런  안내 표지판도 없었다.

주위에는 집 한 채도 없고 벌판에 길만 세갈래 길로 나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도 없는 우리는 무작정 길을 건너서

본능이 가르쳐주는 데로 오르막 길로  걸었다.

길에는 사람이란 한 명도 눈에 보이지 않고 

신세가 처량하였다.

 

두 늙은 부부가 비오는 낮에 우산도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참 처량하게 보일거다.

무작정 비를 맞으며 걸어 올라갔다.

비를 피할 나무 한 그루도 없고 집도 한채도 없어서 처마 밑에 쉴 수도 없었다.

한참을 올라가니 도로가 또 하나 나오고 승용차가  우리가 가는 길쪽으로 가고있었다.

한참을 걸어 가자 인적의 기미가 보이고 자동차 주차장이 보였다.

비오는 날

차도 없이

우산도 없이 

늙은 부부가 걸어가는 모습..... 얼마나 처량할까?

우산을 쓴 젊은이와 어린이들....리어커에 솥단지를 올려 놓고 찐 옥수수와 오댕을 파는 노파가 있었다.

식당이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다.

수목원 안에는 아무것도 들고 들어와서 먹는 행위는 금한다고 표지판에 씌여 있었다.

수목원 안에는 물론 식당이 없다.

편의점도 없다.

우산을 파는 가게도 물론 없다.

모두 우산을 바쳐 들고 다니는데 우리 늙은이 두사람은 모자만 썼지 우산도 비옷도 없다.

그냥 맞고 터벅터벅 걸었다.

다행히 비가 심하게 내리지는 않았다.

 

그냥 맞을 만 하였다.

안에서 배가 고플일을 생각하여서 오댕 하나씩을 리어카 옆에 서서 사들고 먹었다.

찐 찰 옥수수 두개를 사서 비닐에 싸서 나의 조끼 호주머니에 감추고 들어 갔다.

음식물 반입 금지라는 주의 문구가 입구에 입간판으로 씌어져 있었고 

지키는 젊은이가 있었지만 나의 조끼 주머니를 수색하지는 않았다.

 

비오는 길을 걷다가 화장실을 만나서 볼일을 보고서 한 참 걸으니

팔각정이 하나 지어져 있었다.

계단 다섯개를 오르니 팔각형 마루 가장자리로

나무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 거기에 앉아

옥수수를 꺼내어 먹었다.

 

옥수수는 아직도 뜨거웠다.

여기는 비도 맞지 않고 두 노인부부가 옥수수 먹기에는 참 좋은 장소였다.

청솔모 한마리가 우리를 쳐다 보다가 지나가고 또 한마리가 찾아와서 쳐다보가가 지나갔다.

그외에 아무도 우리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옥수수를 다 먹고나니 점심 생각은 사라졌다.

더이상 돌아다닐 생각이 나지 않았다.

비는 심하지 않게 그침없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출구를 찾아서 나가기로 하고 오르막 길을 걸었다.

한 참만에 출구가 보였다. 반가웠다.

출구를 나서니 막 택시 한 대가 정지하며 사람이 내리고 있었다.

반가웠다.

택시 쪽으로 걸어가서 택시 문을 열었다.

타도 되나요? 하고 물었더니 "예! 어서 오세요"하고 반갑게 맞는다.

"진북우성아파트로 갑시다."

 

 

 

날씨가 화창했더라면 아름다운 단풍과 꽃들을 사진에 잘 담아 왔을 터인데....아쉽다.

 

 

계수나무가 있어서 찍어왔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좋은 단풍을 많이 찍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나들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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