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가출 시절 편지 한 장을 써 놓고 영어책과 콘사이스 노트 한권을 넣은 가방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집을 떠난 날은 3월 5일 이었다 서울 역에 내린 나의 마음은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강아지 같은 신세였다. 목적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었다. 신문사에서 받은 월급 몇 푼이 생명을 지탱할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곳저곳 전전하며 '무엇을 하고 지내야하나'하는 걱정에 하루 종일 쏘다니며 서울 지리를 익혔으며 밤에는 서울 역 대합실의 벤치에서 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잠을 잤다. 덮고 잘 신문지도 구하기가 힘들었다. 몹시 춥고 무섭고 고독하였다. 참으로 세상은 넓고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처량한 건지 서러움이 뼈에 사무쳤다. 셔터가 내려진 상가에 간판의 불이 꺼지고 거리에 전차도 끊기면 그 많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