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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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흉내 내기

수채화

정일웅 찻집 2007. 7. 16. 15:08
수채화

당신의 하얀 마음에
내 맘을 그리려
맑은 물에
깨끗한 붓을 담갔습니다.

내 맘의 색은
여린 연두 빛
느티나무의 새순
양탄자 같은 잔디 동산에
하얗게 핀 메밀꽃

당신의 마음 뒤편에 지평선이 떠오르고
그 위로
물색 하늘 빛 선이 지나가며
얼룩을 만듭니다.
물색 얼룩에 물기 없는 붓이
얼룩을 지웁니다.

당신의 근심 한 조각이 그대로 남아
맑은 하늘에 하얀 솜처럼 떠다닙니다.

당신 마음 아플까봐
키 큰 미루나무를 차마 그리지 못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진달래를 먼 산에 심어봅니다.

당신과 내가 살고싶은
작은 초가 한 채를 지어 바칩니다.
장독가에 봉숭아,분꽃을심고 앵두나무도 심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나의 손길로
점점 탁해져 갑니다.

하얗고 맑고 티 없는 당신 맘에
근심 일지 않도록
아픔 주지 않도록

곱게 맑게 나를 그리려
아무리 조심해도

결국 당신의 하얀 마음을
나의 어두운 손길로 어지럽히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이 그려진 바탕엔
언제나 깨끗하고 하얀 당신의 마음이 있어

나의 마음 모습을 산뜻하고 가볍게 띄워주십니다.

언제나 당신의 순백의 숨결은
내가 만든 어두운 자취를

맑고 밝은 그림으로
정화시켜 주십니다.


(화실에서 수채화를 그리는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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