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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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흉내 내기

퇴직 선생님

정일웅 찻집 2007. 7. 16. 15:07
퇴직 선생님

오랜 세월이
頂수리에 도사리며
짓누르고 할퀴고 달구고 얼려
폭탄 맞은 산처럼 不毛地가 넓어지고
까맣던 모발이 하얀 枯死木 되고
빠져나간 毛髮 숫자보다 많은
아이들의 이름이
낙엽처럼 싸여
腐葉土 처럼 잊혀지누나

팽팽하던 피부 늙은 낙타의 목덜미 되고
맑은 음성이 물 젖은 장구소리 되었다
한 생을 불사르며 지켜온 敎壇
발길 돌리기가 이리도 힘드는가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 감추지 못하네

마신 분필가루
달군 슬리퍼
통신표 특기사항
소풍, 체육대회, 수학여행, 야영훈련

종아리 손바닥 머리통 이마빡
회초리 잣대 군밤 꿀밤

초롱초롱 눈망울
재잘재잘 입술, 복숭아 뺨

실망보다 보람이 더 컸고
불쾌보다 즐거움이 더 많았고
슬픔보다 기쁨이 더 많았던 숱한 일상들
피어오르는 안개 속으로 아스라이 빠져들고
.................
군밤 한 개에 폭력교사 되어
경찰에 끌려가는 세상을

이젠 미련 없이
버리고 가야하나
마음에 갖고 가야하나

처진 어깨에 햇살이 먼지처럼 묻어 내린다

(선배 선생님의 퇴임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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