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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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흉내 내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동공 (瞳孔)

정일웅 찻집 2007. 8. 1. 12:29

 알츠하이머 환자의 동공 (瞳孔)

 


이건 무지 재미있는 꿈이다. 환상이다. 컴퓨터게임이다. 영화다. 드라마다.
그게 아니면 알츠하이머 중증 증세의 환각이다.

저 화려한 불꽃놀이와 우렁찬 북소리, 병원놀이자동차소리.
바라소리, 팀파니, 심벌즈, 드럼소리, 팝콘튀김소리

찢겨지는 봉재인형에서 날리는 깃털
아기인형에서 터지는 붉은 잉크
두동강이나는 아빠인형
팔다리 때어낸 아씨인형

인형수리공장에 쌓인 고장난 인형들
성냥곽 건물에서 타는 불꽃 나는 연기
부서진 모래성 가루 된 모래집
마술 할배의 불 속에서 춤추는 꼭두각시 들

줄지어 떼지어 나란히 나란히 사이좋게 나는 꼬마비행기
걸어가며 똥싸는 염소처럼
신나게 날아가며 쥐똥 싸는 비행기들
똥가루들 떨어지면 불꽃으로 피어난다.
실패-고무줄 탱크들이 모래위서 경주한다.
딸국질하며 침을 뱉는 탱크

길쭉하게 생긴 이상한 사람과
항상 의자에 앉은 모자쓴 사람이 전쟁놀이 한단다.

서로 이겼다고 서로 이긴다고 장담을 한다.
프로레슬링선수들 시합전과 같이...................

알츠하이머 환자는 입에서 침흘리며 멍-하게 TV만 본다.

선수들이 듣던지 말던지
게임 그만 하라고 외치는 사람들과
집에 들어가서 TV나 보라고 떠밀고 물 뿌리고 때리고 밟고
장외에서도 게임이 일어난다.

나는 눈만 떴을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인간
응원도 못하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알츠하이머 중증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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