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이 잘린 소녀
(TV화면에 잠깐 비친 바그다드 병실을 보고)
소녀야!
죽음을 맞을 그 순간까지
지옥보다 더 무섭고
연옥보다 더 뜨겁고
죽음보다 더 처절한
절망의 세월을 너는 알기나 하느냐?
붕대로 동여맨
무 토막 같은 너의 양팔과
맑고 수정처럼 빛나는 너의 눈동자에게
용서를 빌고 또 빌어도
어른들의 죄가 용서받아질까?
오동통 하얗고 앙증스럽게 예쁜 너의 팔과 손가락이
세수하고 머리빗고 약속하고 악수하고 먹고 마시고 들고 밀고
아빠 등에 업히고 엄마치마 당기고 가위바위보를 하던
아! 너의 그 예쁜 두 팔을
잘라버린 어른들을
벌써 용서하였느냐?
어찌하여 너의 눈동자는 그토록 맑기만 하느냐!
너의 눈동자가 자꾸만 나를 따라다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난단다.
소녀야!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고
그저 눈물만 흘리는 바보 같은 어른이란다.
이러한 나도 용서 해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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