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복사단이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나의 어렸을 적엔
성인들이 복사를 하지 않았고
큰 축일에 부제님들과 신학생들이 우리 어린이들의 보미사단 들을 데리고 훈련하여 미사를 드렸었다.
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6. 25사변이 끝나 피난살이를 마친고 전동 집에 돌아와 안정을 찾을 즈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나서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새벽에 미사를 다녔다.
새벽 4시 30분에 미사가 있었다.
통행금지 해지 사이렌이 4시에 울리면 어머니는 나를 흔들어 깨웠고
어린 나는 새벽 단잠에서 깨어나기가 정말 힘들었지만
반항할 수 없는 당연한 일과였기에 반 쯤 감은 눈으로 거의 기어가는 듯 밖에 나가 세수를 하고 들어와 옷을 입고 성당에 갔다.
새벽 찬 바람에 한 참을 걷다보면 잠도 깨고 정신이 맑아졌다.
주일날만 제외하고는 항상 매일 미사를 새벽에 일어나 다녔다.
몸이 아파서 누어계시는 아버지를 위하여 시작한 9일기도는 매일 계속되었다.
아침 미사를 마치고 걸어서 시내를 빠져나와 논밭길을 걸어 숲정이에 있는치명터까지 와서
허허벌판에 서있는 화강암 십자가를 향하여 주모경을 바치고 다시 걸어 집에 오면 날이 밝아왔다.
내가 구일기도를 바치던 그 곳이 바로 지금의 숲정이 성당 옆 윤호관 운동장에 있는 십자가의 그 자리였다.
이렇게 매일 미사에 다니던 나에게 유일한 희망이요 부러운것은 미사드릴때 신부님곁에서 시중을 드는 복사가 되은 것이었다.
빨간 복사 옷을 입은 모습이 부럽고 멋져 보였고
신부님과 알수없는 무슨 말을 주고 받는 것이나
거양성체를 할 때에 신부님 곁에 꿇고 앉아 종을 치고
신부님 손 씻을 물을 들고 서있다가 손을 씼으시면 수건을 드리는 모습.....
모든것이 부럽고 해 보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4학년이 되지않으면 복사단에 시험을 치를 수가 없었기에 복사단이 되기를 바라며 어서 빨리 3학년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바랐다.
4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이 되면 신학생과 부제님이 오셔서 복사단 시험을 봤다.
나는 3학년 2학기부터 보미사 경문을 암기하기 시작하였다.
복사단이 되기위하여 시험공부를 시작한 것이었다.
뜻은 알 수 없었지만 '라틴어'로 된 미사 통상 문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혀에 붙어 돌돌돌 돌아가며 생각나는
알수없는 소리를 읽고 또 읽어서 수천번 반복하여 달달달 입에 붙어버릴정도가 되었다.
매일 미사에 다니는 나의 열심한 태도와 라틴어 통상문을 너무나 잘 외었기에
단번에 복사시험에 합격을 하였고
복사단 활동을 하게 되었다.
"앗떼움 뀌일리 띠피깟 유벤뚜 뗌 메암"
"귀았띠에스 데우스 포르띠뚜돔 메암...."
"과레메 헵 쁠레스 도스 둠아플렛진미 이니 미꾸스...."...수스치삐앗 도미누스 사끄리비치움 .....데마티부스 뚜이 앗우띨리따뗌.......구오꿰 노스트람 또시우스께 엑끌레시에 수에 쌍떼....
.
.
.
꼰핏데오로데오 옴니 보뗀띠
베아땀마리암쎔뻬를 비르지니 베아땀 미카엘리 아르칸젤로 베아땀 요한뎀 밥띠스땀 싼토스 아뽀스 똘리스 뻬드룸엣빠울름 도미니비스수이 앗우띨리따뗌 구오께 노스트람 또시우스께...엒끌레시에 수에 쌍떼..............
...................
메아꿀빠 메아꿀빠 메아막시마꿀빠 이데오 쁘레꼴....................
도미누스 보비스꿈
엣꿈 스삐리뚜 뚜오
수르슴 꼬르다
하베무스았도미눔.......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어린시절의 나도 대단한 오기와
끈기와 집착이 있었던가 보다
어려서 시작한 보미사(미사 복사)는
중3학년까지 계속하였다.
내가 하는 새벽미사 복사를 할 만한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만
나는 그런 것도 모른채 그냥 무조건 보미사를 하는게 좋았기에 계속하였었다.
지금도 사목활동을 하시는
몬시뇰 유장훈 요한신부님도 나보다 2년 선배로서 열심히 보미사를 하던 분이었고
이태주신부. 범선배신부. 강덕행신부 강덕창신부도 나와 같이 교리반에 다니면서
아릭스 수녀님께 교리를 배우고 보미사를 하였던것으로 생각된다.
이순성신부님도 보미사 선배님이셨고 돌아가신 김병훈(베드루)신부님도 보미사 선배님이셨다.
솔내성당에서
젊은 이들이 나와 같이 술 한잔을 마시는 자리에서
성인 복사단에 뽑히어 들었다면서
'복사단 훈련을 하는것도 무척 힘들어요....몇일간 연습을 하고 몇번 실습을 하였지만 아직도
떨리고 힘들어요...."
사뭇 표정에 경건함을 담으면서 말하는 투가 사뭇 가관이다
자기는 일반 신자와는 초연한 듯 복사단이라며 근엄한 표정 짓던 젊은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혼자 속으로 웃었다.
..........."야~! 내 앞에서 으스데지마.......어디 뻔데개 앞에서 주름 잡을려고 해????"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