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규진 (세례자 요한) 신부님의 첫 강론을 듣고>
황 규진 세례자요한 신부님!
숲정이 성당 부임을 축하드립니다.
늘씬한 키, 온화한 모습, 맑은 목소리...
음정, 박자, 정확한 대영광송 선창(先 唱)소리....
차분하며 누구에게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내용 속에 깊은 뜻을 깨닫게 하는 강론 말씀이 참 좋았습니다.
숲정이 가족 모두
신부님께서 강론을 하실 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신자들의 모습.....
소리는 내지 않았어도 신자들 모두
‘아! 훌륭한 신부님! 사랑할게요~! ’하는 마음의 소리를 저는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요
저는 엉뚱하게도 신부님 강론 중에 혼자서 ‘피식~’하고 웃었답니다.
‘내가 왜 이러지?’하며 혼자서 계면쩍어
옆에 있는 아내를 쳐다봤지만 아내도 내 웃음을 눈치 채지 못 했더군요.....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신부님께서도 제가 웃는 것을 전혀 모르셨을 것이고요.....
저는 언제나 성당 뒤쪽에 앉아서 미사에 참례하거든요
만일 맨 앞쪽 신부님이 빤히 보이는 곳에서 제가 앉았었더라면
신부님께서 얼마나 당황 하셨겠어요.....
‘내가 첫 미사를 드리는 심정으로 얼마나 깊은 묵상을 하며 준비한 강론인데....저 할아버지가 왜 웃지?’ 하셨을 것이고만요~
“아! 글쎄 뜸들이지 말고 왜 웃었는지나 말 하라고요?”
“그럼요~~ 말씀 드리고 말고요~”
신자들은요~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많찮아요...
저처럼 미사에 열심히 참례하다가도 엉뚱한 분심이 드는 순간이 있거든요....
이런 일도 있었데요
어떤 할아버지 신부님 얘긴데요...
흰 수염을 길게 길으신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미사 중 강론을 하시는데
맨 앞 쪽에 앉아서 미사를 하시는 할머니 한분이
자꾸만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시더래요
이 모습을 보신 할아버지 신부님은
“아! 나의 강론이 할머니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구나...”하시며 더욱 열심히 강론을 하시고
미사가 끝난 후에 그 할머니를 만나서
“할머니! 제 강론 중에 왜 그렇게 우셨어요?”하고 물으시자
할머니 하시는 말씀이
“....긍게요~~! 신부님...신부님 얼굴에 쉬염을 쳐다봉게로요...잉~~....
어지깨 죽은 우리집 맴생이(염소)가 자꾸만 생각이 나서요...”
하시더래요.....ㅎㅎㅎㅎㅎ
“그래서 시방
제 강론을 듣고 할아버지도 무슨 엉뚱한 생각이라도 하셨단 말씀인가요?”....이렇게 묻고 싶으시죠?
ㅎㅎㅎㅎㅎㅎㅎㅎ
맞아요!
저도 엉뚱하고 쌩뚱 맞은 데가 있어요.....
신부님께서
프랑스 남부에서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 대성당’까지
800Km의 대 장정인 순례길을 가실 때......
젊은 패기만 믿고 점심을 준비하지 않아서
배고픔과 고산증으로 현기증에 시달리시며 산맥 정상에 오르셨지만
정상의 능선을 타고 다시 2Km나 더 걸어야 내려가는 길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얼마나 큰 절망 속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많은 묵상을 하셨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꼭 점심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서의 ‘주의’문구를 무시한 것도 나의 ‘교만’이었단 말인가....하고 후회와 반성을 하셨을 거 같고요....
아무튼 신부님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 성지순례체험은
야고보 성인의 전교의 고행을 체험하신 정말 은혜로운 성지 순례를 하셨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배고픔과 피로와 허기짐이 극에 달했을 때
아!
그 곳에 ....능선의 저쪽 1Km앞에서
가물가물 보이는 것....
순례자의 허기를 달래드리려고 달걀을 삶아서 팔고 있는 상인을 발견하시고
뜨거운 사막에서 목이타서 죽을 지경인 대상이 오아시스를 만난 듯
이제 나는 살았구나!
하는 안도의 숨을 쉬시면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는 기도가 절로 나왔으리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삶은 달걀 두 개를 사서 잡수시고 힘을 내셨다는 신부님 말씀....
엉뚱 쌩뚱맞게 여기서 제가 ‘피식’ 웃었다는 게 아닙니까?
그 중요한 순간에
죽은 맴생이(염소)를 생각하는 그 할머니처럼
저는 언젠가 오래 전에 인터넷 유머란에서 읽은 ‘영어로 된 유머’를 읽은 생각이 났단 말입니다.
배고픔과 허기로 거의 죽음을 생각하는 그 순간에
신부님을 살리신
<삶은 달걀>....
어느 대학 영문과 교실에서
.삶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영어로 답하라는 시험문제가 있었데요
어떤 학생은 답안지에
영어로 <Life is egg>.....라고 썼다네요.....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삶은 달걀’이다.
제가 왜 ‘피식~’웃었는지 아셨죠?
삶은 달걀이 신부님을 살리셨거든요.....
정말 <egg>가 신부님께 ‘삶’을 드린거 거든요 .....
..................
물론 신부님의 첫 강론의 요지는
신부님께서 순례 도중에 만난 어느 외국 청년이
자기가 가진 먹을 것을 아무 조건 없이 나누어 주는 것을 보시고
‘조건 없는 나눔의 실천’을 생활화 하자는 말씀.....
하느님께서 온 인류에게 조건 없이 한 없는 사랑을 주시는 것처럼
우리도 서로 가진 것을 조건 없이 나누는
실천적 사랑으로 하나 되는 숲정이 공동체를 이루자는 훌륭한 강론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황 규진 세례자요한 신부님! 사랑합니다.
<앞으로는 강론 중에 어먼 생각 안 할게요.......>
2014년 2월 10일
정 일웅 안드레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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