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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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처럼 쓴 이야기

나의 악기 사랑법

정일웅 찻집 2019. 4. 29. 21:22

나는 나를 잘 안다.

뭐 하나에 집착하여 끝까지 도전하지 못하고

어느정도 나의 만족 범위에 도달하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바로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려 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역시 진도가 빠르게 기능을 습득한다.

어느정도 숙달이 되면 또 다시 다른 것에 흥미를 갖게 된다.

나의 이러한 취향은 단점이 되기도 하고 장점이 되기도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대부분 그렇듯이 나도 나에게 배푸는 관용이 크고 용서가 빠르다.

경솔하지만 경솔한 행동을 스스로 알면서도 내가 나를 용서하지 않으면 누가 하리....생각하며 내 마음 내키는대로 한다.


대금을 배우다가 산조를 마치고서 유행가를 어느정도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연주할 수 있게 되자

색소폰을 시작했고

색소폰 알토를 두고서 소프라노를 구입하였다.

소프라노는 나를 무척 행복하게 하여주었다.

음색이 아름답고 가벼워서 좋았었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아내와 같이 소리문화전당 야외 음악당에서 무대에 서서

아무도 없는 관중석을 향하여 타이타닉 주제곡, 가브리엘 오보에, 청산에 살리라, 그리고 머리에 떠 오르는 데로 내 딴에는

자아 도취에 빠져 연주를 하고 있었다.

듣는 사람은 딱 나의 아내 한 사람

한참 연주하는데 어떤 중년의 남자가 무대 뒤 쪽에서 나타났다.

나의 연주를 계속 듣고 있었나 보다.

잠깐 쉬는 사이에 그는 내 곁에 와서 말을 걸었다.

"저....어르신~! "

"아! 어찌 부르셨습니까?" 나는 내 음악에 취해서 왔노라고 하며 신청곡을 말 할 줄 알았다.

나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말하였다.

"저 ...어르신 여기서 연주하면 안되는데요~!"

"아니 ~" 아무도 없고 여긴 산 속인데 왜 안되나요 그리고 여기가 야외 연주장 아닌가요?"

"저는 여기 직원인데요  사전에 허락을 받지 않으면 연주할 수가 없습니다."

.............

.............

할 말이 없고 상당히 챙피했다.

얼른 악기를 싸 들고 집에 오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아코디언에 열이 붙어서 한참동안 열심해 했다.

물론 독학이다.

유튜브를 보면서 남들의 연주를 보고 열심히 연습을 하였다.

동요는 문제 없고

'감격시대' '내나이가 어때서' '흑산도 아가씨'.....'다뉴브강의 잔 물결'

등등 그러다가


트럼펫을 샀다.

하지만 트럼팻은 한 달 정도 만에 손을 들고 말았다.

이건 나에게 맞지 않다는 걸 감지했다.

호흡량도 문제고

버징 연습이 아주 힘이 들어서 트럼펫은 다음 마음이 내킬 때 까지 쳐 박아 두기로 하였다.

테너 색소폰을 또 구입하고.....색소폰은 운지법이 같아서 별 문제가 없었다.


곡관 소프라노는 귀여워서 사고 싶었는데 인터넷을 뒤지다가 값이 싼 악기가 나왔기에 무조건 샀다.

의외로 소리가 좋았다.


아코디언에 이어

해금에 필이 꽂혔으니 언제까지나 할지.....어느정도나 할지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기초는 문제가 없을 거 같다.

이게 숙달 되면

다음에는 또 무었을 할까?

무엇에 필이 꽂힐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아무튼 며칠동안 해금을 가지고 열심히 놀고 있다.

왼손 가락 마디....줄을 누르는 곳이 매우 아프다.

이제 굳은 살이 생기면 좋아지겠지


벽에 걸린 기타는 먼지가 묻어있고

우크렐레도 외롭게 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모니카는 조별로 모두 구입하였고 크로매틱 C조가 있으니 

4홀 짜리 미니하모니카로 동요를 불면 손자들이 좋아한다.

손도 안대고 입에 물고 부는 모습이 신기한가 보다.


해금이 빨리 끝나면 아쟁을 할까? 거문고를 할까? 그건 그때 결정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