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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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의 할머니 사랑

정일웅 찻집 2023. 3. 18. 20:56

집에 온 막둥이가 첫날 

할머니 꿈을 꾸었단다.

상원이의  마음 속에

항상 살고 계시는 할머니.

할머니와

영적 교감을 끊임없이 나누며 살고 있는 막둥이.

할머니의 꿈을 꾸면

좋은 일이 생는 막둥이

 

할머니의 묘지 번호가 1-111호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내가 샀던 팔학골 아파트가 1111호였다.

상원이가 이번에 직장암 수술을 하고 입원실에 누어 창밖을 보니

창 밖에 보이는 아파트의 동 호수가 1111호였다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나에게 보냈다

내가 사는 이 집은 1101호

 

막둥이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같이 잠을 자고 

언제나 할머니의 사랑 속에서 자랐다.

 

어머니의 영혼은 

항상 

나를 떠나지 않고

내 곁에 계신다.

 

상원이의 마음속엔 항상 할머니가 사신다.

 

나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93세 까지 성당을 다니시다가

오늘은 기운이 없어서

성당에 못 가겠다. 하시고

누우셔서 기력이 약해 지시더니

밥맛을 잃고 잡수시지 않다가 

통증도 없이

세상을 떠나실 적에

아픔이 없이

조용하고 깨끗하게

하늘로 가셨다.  

세상의 마지막을 

신음 소리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평화롭게 주무시는 채

숨소리만 점점 조용해 지고

점점 느려지다가

점점 더 느려지다가

스르르 잠이 들 듯

떠나셨다.

 

자연사의 숭고함을 몸소 보여 주셨다.

어머니를 많이 닮은 나도

꼭 어머니처럼

세상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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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이는

오늘 할머니와 함께 살던 남양 아파트에 걸어서 가 보았단다.

꿈에 나온 할머니의 친한 친구할머니 108호의 대문을 가 보았더니

<천주교 신자의 가정>이라는 십자가 패가 붙어 있더라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