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산 경노당 회원들 대부분이 숲정이 성당 신자들이다.
최 종수(비오)회장의 섭외가 어떻게 이루어 졌는지
대형버스를 싼 값에 빌리고 버스의 가이드가 아침과 점심식사까지 제공한다고
하여 별일이 다 있다 싶어서 모두 버스에 탔다.
우리의 나들이 목적지는 순천 정원 박람회장의 구경이었다.
신부님을 포함하여 우리 일행은 28명, 승차감 좋은 대형 버스에 오르며
모두 기대에 찬 마음과 버스 가이드가 아침식사와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는
어쩐지 껄적지근한 마음으로 출발을 하긴 하였다.
그러면 그렇지!
출발하면서 가이드의 첫 마디가
"이 버스는 약장사 버스래요~~"
"목적지는 순천 정원박람회지만 금산에 가서 두 군데 '흑삼'판매점과 '천마'판매점을 잠깐 들려서
몇 마디 강의만 듣고서 가니까 별 부담 갖지 마시고 그냥 이해 해 주세요"
아침 식사라고 준비해온 밥과 김, 김치와 생수 한 병을 먹고 쑥 인절미떡을 먹은게 소화가 잘 되질 않았다.
목적지는 우리나라 남쪽 끝 순천인데 차는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실망스러웠지만 따라가는 우리가 뭐라고 불평을 말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우리가 불평을 한다면
최비오 회장이 얼마나 미안하겠는가 싶어 모두 입을 다물고 순응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서 흑삼 판매소에 들려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강의실에 입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부님도 따라서 들어와 강의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강의는 잘 생긴 젊은이 였는데 금속성 목소리로 그야말로 약장수의
달콤한 약 선전 목적은 약을 팔아먹으려는 감언 이설(?)이었다.
마음 속으로 대단히 불쾌하였지만 일행들은 모두 착한 노인들이어서
불평을 말로 표현하는 사람은 없었다.
강의가 끝나고 약을 파는 시간이 되자 어린 아가씨들이 십여명이 우루루 들어와서
일 대 일로 계약서를 가지고 반 강요를 하고 돌아 다녔다.
모두 고개를 썰레썰레 흔들었고 마음약한 딱 한 사람이 한 보따리의 약을 샀다.
다음에 한 군데만 더 들리고 순천으로 간다며
또 들린 곳은 '천마 액기스'를 파는 곳이었다.
여기서도 똑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여기는 약을 선전하는 젊잖은 중년 신사가 흑삼과 같은 방법으로
교육을 하였다.
여기서는 네 명이 구입하였다.
두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금산에서 다시 순천을 향하여 버스는 출발했다.
순천에서 점심을 오후 두시 반에 먹게 되었다.
꼬막 정식이라고 하였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나는 김경주 형님과 같이 자리하였다.
그야말로 맛 없는 꼬막정식.....
밥맛이 없어서 나는 밥을 남겼지만
경주 형님은 연세가 나보다 네살이나 위인데도 식욕이 왕성하고 잘 잡수셨다.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장에 3시가 넘어서 도착하여
기차 모양으로 객석 두 량을 연결한 정원 관람차에 앉기까지 한시간 가량이 소모되었다.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은 많이 붐볐다.
비오는 날 늙은이들이 걸음도 어정거리며 이리저리 떼지어 몰려 다니는 꼴이
내가 보기에도 꼴사나왔다.
대부분은 어린이와 젊은 가족들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중간 휴게소에서 버스를 멈추고 닭 강정을 네도막씩 나누어 주길레
먹었다. 딱딱하고 달고 질겨서 먹기 거북하였다.
경주형님을 네토막을 거뜬히 다 잡수셨다. 소주도 종이컵으로 한 컵 반을 잡수셨다.\
전주에 도착하여 덕진구청 앞에서 내려
일행들이 '마이골'에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데 나는 속이 더부룩하여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이젠 여행도 소풍도 졸업할 때가 됐나 생각하니 서글픈 심정이 된다.
다음에 또 약장수 차를 탄다면 나는 그 여행에서 빠져야 하겠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대강 설명을 하였더니
대한 민국 명승지를 다니는 값 싼 관광모집 광고는 모두 약장수를 위한 여행이라고 하며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런게 바로 '묻지마 관광'이란다.
어제 밤 잠도 설쳤고 오늘 종일을 고생하여 몸이 피곤하다.
빨리 누어서 많이 자야 할 것 같다.
정원 박람회장은 조용히 구석구석 잘 봐야 할 것 같다.
아주 시설이 잘 되었고 정리 정돈이 잘 된 국제적 박람회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뒤에 있는 꽃이 생화라고 하는데 믿어지질 않는다.

관람 차를 타고 가는 우리 일행 중 나를 바라보는 신부님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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