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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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아! 가을은 깊었네

정일웅 찻집 2024. 11. 3. 20:27

갑자기 찾아온 가을

가을이 오지 않는다고

짜증내며 견디던 열대야~!

그 열대야가 사라진 뒤

 

엄청 무르익은 가을이

갑자기 들이 닥쳐

삽시간에 벗나무 잎은 주황빛으로 변하고

은행나무 가로수는 노랗게 바뀌었네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이

작년에 낙엽 쓸던 싸리비를 들고

다시 낙엽을 쓸고

 

굉음에 휘발유 타는 냄새 진하게 풍기는

강력 송풍기를 짊어진 아저씨가 등장하였다.

송풍기 강풍에 낙엽이

맥없이 굴러가 쌓이네

 

낭만도 없고

사색도 없이

낙엽은 덧없이 쓰레기로 쌓이고 

 

쓸쓸함도 모르고

그리움을 그리워 할 줄도 모른채

 

덧 없이 익어가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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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학교에 다닐적에 즐겨 암송하던 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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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레미드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덮여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울부짖는다.

낙엽은 날개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벼운 낙엽이리니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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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편지를 쓰던 사춘기 시절

남학생이나 여학생이나

모두 즐겨 인용하던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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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 끝나고

10시 반 미사

미사 끝나고

성모성심 꾸리아

꾸리아 회합끝나고

단팥빵 한 개 

집으로 와서

점심

유튜브에 빠져 헤매다 천변 걷기....합하여 79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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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가을 낮은 

이렇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