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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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흉내 내기

해변의 낙엽

정일웅 찻집 2007. 7. 23. 18:50
해변의 낙엽

파도소리 들리는 곰소항
한적한 골목
인도 블럭이 깔려
바둑판처럼 금이 그어져 있는 곳
낙엽들이 모여서 놀고 있어요

홍어처럼 넙적한 오동잎이랑
갈치처럼 길다란 버들잎이랑
떡붕어처럼 탐스런 벚잎이랑
불가사리처럼 발 달린 단풍잎이랑
고래처럼 생긴 벽오동 잎도 모였어요

동네 꼬마들이 여기서 여름에 노는 것을
보고 배웠는지
이리 저리 도망가고 잡으러 가고
사락사락 얘기하며
또르르르 구르며 웃고
스르르륵 미끄러지며 소리내고

햇님이 내려와서 심판을 보나봐요
실바람이 놀러와서 응원을 하나봐요

내가 오랫동안 지켜봐도
나에겐 눈길한번 주지않고
자기들 끼리 잘도 놀아요

'사라라락' '스르르륵'
'도르르르' '사락' '사락'

무슨 말인지 나는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하루종일 재미있게 잘도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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